국민연금, 투자 실패인가?

조회수 2018. 8. 29. 12: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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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형국 기자-

최근 한 언론사가 국민연금 기금의 낮은 운용 수익률을 지적하면서 기사에 붙인 제목입니다. 주가 시장이 20% 넘게 뛰었는데 기금 운용 수익률이 그 절반도 안 된다고 하면, 언뜻 보기에는 투자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분노의 댓글을 기대(?)하고 네이버 ‘댓글 더보기’를 눌렀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습니다.

코스피 22%랑 국민연금 7%로 제목 뽑은 거 좀 오버인거 아시죠?ㅋ
국민 노후 전재산이라 채권에 묻은 비중이 몇 프로인데...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로 코스피만큼 먹길 바란다고?
아예 비트코인 1000% 오를 때 국민연금 뭐했냐고 하시지요ㅋㅋ

이 글에서 다룰 주제가 무색하게도 이미 많은 분들은 국민연금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4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된 ‘2017년도 국민연금 기금운영 성과평가안’을 보면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이 1년 전보다 얼마나 늘어났는지, 어디에 얼마나 투자됐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국민연금기금 전체 수익률은 7.26%, 수익금은 41조1941억원이었습니다. 올해 5월말까지 모인 기금적립금은 총 634조원이구요, 이 중 투자 등으로 기금을 운용해 올린 운용수익금은 303조원에 달합니다. 1988년 이후 연평균 누적수익률은 5.41%입니다.


국민연금 기금 투자는 크게 채권·주식·대체투자 부문으로 나뉘며 각각 부문에서 국내와 해외 투자를 구분합니다. 국민연금 기금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채권(2017년 기준 46.9%)이고, 국내주식(21.2%), 해외주식(17.4%) 순입니다.


앞선 기사 제목에 포함된 코스피와 비교할 수 있는 부문은 국내주식일텐데요, 국민연금 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지난해 26.31%로 1년 전보다 20%포인트 넘게 올랐고, 코스피 상승률보다도 4%포인트 이상 더 올랐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더 높였으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언뜻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주식 투자는 자산 손실의 리스크가 따른다는 점이 크게 고려됩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개 운용원칙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이 중 수익성과 안정성은 5개 운용원칙 중 가장 먼저 언급되는 원칙들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보면 수익성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특히 미래세대 부담을 억제하고 기금 실질가치를 유지하도록 장기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높은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고, 안정성은 “투자 자산의 전체 수익률 변동성과 손실위험이 허용 범위 안에 있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는 기금운용본부의 성과급 지급률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으로 평가·검토됩니다. 먼저 국민연금공단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⓵외부평가기관과 국민연금연구원이 평가결과 자료를 만들고 나면, 이를
⓶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가 검토하고 정책 제언 내용을 담습니다.
⓷이 결과를 국민연금 기금운용 실무평가위원회가 심의해 ‘기금운용 성과평가(안)’을 마련한 뒤
⓸최종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이를 의결하면 기금운용 성과평가가 마무리됩니다.

앞서 나열한 국민연금의 실적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편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등을 위주로 구성된 국민연금의 투자구조 덕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주식비중이 높은 스웨덴이나 캐나다, 미국(공무원연금) 등 해외 연기금에서 큰 자산 손실이 생겼을 때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손실이 적었다고 합니다.


물론 안정성 위주의 자산 운용 탓에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해외 연기금은 위험자산과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인데요, 국민연금도 '2019~2023년 자산배분안'에서 해외주식이나 채권,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금 운용을 잘해왔다는 평가는 국민으로서도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기금의 ‘선전’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기금운용을 정말 잘해서, 계속 고수익만 낸다면 기금 고갈에 대한 걱정 없이 국민연금을 지급할 수 있을 테지만 이게 사실상 불가능한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계산상으로 매년 15% 투자수익률을 올리면 기금고갈을 막겠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이만큼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기금 수익률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인데요, 당초 우리 국민연금처럼 적립방식으로 운영해오다 기금 소진 후 부과방식(현세대 보험료로 노인세대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꾼 독일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금이 잘 관리돼 되도록 오랜 기간 국민의 노후보장에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한민국 안팎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 기금이 마주한 현실 역시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보다 근본적으로 생산가능인구와 출산율을 높이는 것, 고용률을 끌어올려 조세와 국민연금을 납부할 수 있는 인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글/조형국

경향신문 경향비즈팀 기자. 사회부, 경제부 등 거쳤음. 한국기자상(45회), 이달의기자상(329회) 수상.

*외부 필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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