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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는 정말 부실투성이일까?

조회수 2018. 5. 23. 17: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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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계속 가입해도 될까?


이번 기회에 탈퇴할까?

아내가 국민연금 체납보험료 납부안내문을 내밀었다. 아내는 비정규직이다. 월급에서 자동납부되는 직장인이 아니다. 매달 내는 돈을 실감하면서 미래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연금 납부를 중단하고 탈퇴하라"는 오래 묵은 주장은 여전히 활개를 친다. "투자가 부실하다," "지나고 나면 무조건 손해다, "사보험이 낫다" 등 진상을 확인하기 힘든 불신의 말들은 현재진행형이다.

궁금했다. 돌고 도는 소문에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급적 자료에 근거했다. 답을 낼 수 있는 질문도 있었고,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은 의문도 있었다. 밀린 체납보험료는 납부하기로 했다. 스스로 구한 답을 다섯 차례에 나누어 이야기 해보기로 한다.

투자는 손실을 감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손실을 보지 말아야 하는 투자도 있다.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 일부에게는 삶의 끝자락에 거의 유일한 피난처가 될 수도 있는 자원이다. 그래서일까. 돌아다니는 설이 무성하다. 의심도 많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이 부실하다는 말은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국내 증시 '큰손' 국민연금의

올해 주식 투자 성적이
 코스피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275개 종목

올해 수익률은 작년 말 종가 대비

평균 16.91%로 집계됐다.

연중 재상장·신규상장된 종목은

상장 첫날 종가와 비교한 결과다."

- 연합뉴스 보도 중

괴담이 아니다. 지난 2017년 12월 3일자 연합뉴스다. 이 보도만 보면 일반 국민들은 주식투자를 하면 더 큰 수익을 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서둘러 보도자료를 내 "2017년 9월말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수익률은 22.44%로 벤치마크인 코스피 수익률(20.31%)을 2.13%p 상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종목 주가상승률의 단순 평균치는 포트폴리오의 투자수익률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게 국민연금의 논리이기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국민연금 주식부문의 수익만 따지면 17%정도다. 부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부실하지 않다는 것은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는 말과는 또 다르다.

높은 수익률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민들의 쌈짓돈을 운영한다는 특성상 위험부담이 높아지면 안 된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채권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50.6%, 2017년 9월말 기준)은 이 때문이다. 주식은 38.4%, 대체투자는 10.7%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의 대부분이 채권과 주식 등 금융상품에 투자돼 있고 부동산 등 대체 투자비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많이 요구돼 온 공공 복지시설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을 기준으로 다른 기금과 비교해 봐도 부실투성이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국민연금은 24조 5천억 원의 투자수익을 얻었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재정정보 공개사이트에서 밝힌 내용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은 2016년 국내 기금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다.


국민연금은 1988년 제도도입 이후 2017년 9월까지 국민연금 주식부문 연평균 수익률 8.18%로 밝히고 있다. 그 사이 1997년 IMF와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주 부진한 수치는 아니다.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공단의 고민은 여전할 것이다. 높은 수익을 내 안정적인 자금마련을 할 것인가, 낮은 수익이지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것인가(물론 딜레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보다 더 복잡하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자리 잡으면서 예금이나 채권 위주의 투자로 적정수익률을 올릴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은 더 커진다.

국민연금의 규모는 세계적이다. 세계 6대 연기금은 한국 국민연금, 일본 GPIF, 노르웨이 GPF, 네덜란드 ABP, 미국 CalPERS, 캐나다 CPPIB 등으로 순위를 다툰다. 이 가운데 국민연금은 세계 3위 정도다.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돈은 624조를 넘어섰다(2018년 2월말 기준). 2003년 100조를 넘어선 뒤로 2007년 200조, 2013년 400조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결과다. 일본과 노르웨이에 이은 세번째 규모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3월23일 아태 지역 금융투자 권위지로 알려진 <아시아 에셋 매니지먼트>가 수여하는 최우수연기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7년 7.26%의 수익률(잠정, 수익금 41.2조 원)을 달성하며 운용규모 621.7조 원을 기록했다는 게 이유다. 분명한 것은 부실투성이는 아니다.

글 / 하어영
한겨레신문 정치부 기자 탐사보도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한겨레21 등을 거쳤음. 한국기자상(42회, 43회), 관훈언론상(29회), 민주언론상(20회) 수상. 저서 <은밀한 호황>(공저)​

*외부 필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국민연금공단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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