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나를 찾아줘!' 고양이 집안 실종사건

조회수 2018. 12. 10. 11: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이사 3일째 집안에서 사라진 고양이 사연

"들어갈 수 있는곳은 다 막는다고 했는데..저기에 있을 줄이야ㅜㅜ"


얼마 전 이사를 마친 선주 씨. 이사온 지 일주일이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숨을 돌리고 있다.


이삿날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지기 마련이지만 선주 씨의 머릿속에는 이삿날보다도 이사 3일째가 더 머릿 속에 또렷이 새겨졌다.


고양이 다섯 마리와 함께 해온 선주 씨네. 이사가 다가오자 고양이들을 어떻게 편안하게 옮겨야 할 지가 걱정됐다.


엄마 집에 맡길까도 생각해봤지만 고양이 다섯 마리에 이동장 4개를 옮겨야 했던 지라 차마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양이들용으로 꾸며둔 방.)

이삿날은 오히려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자동차 안에 고양이를 뒀다가 짐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고양이들용으로 정해둔 방에 두면 그만이었다.


물론 라비를 이동장에 넣을 때 손가락을 물고 놓지 않아 피가 나는 작은 사고가 있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고양이들을 겪어본 선주 씨였기에 낯선 환경에 겁을 먹지 않도록 방안을 어둡게 해두고, 이동장을 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주 씨는 임시보호도 하고 있는데 다섯 가운데 나고와 라비가 지금 맡고 있는 애들이다.


이삿짐 나르는 분들이 가고 나서 문을 열어주니 겁이 없는 두 녀석은 새집에 적응하기 바빴고, 나머지 세 녀석은 낯설었는지 나오지 않았지만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이사를 한 것은 맞는지 첫날밤 고양이들을 달래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영화 '신과함께' 출연진들이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하긴 했더랬단다.


셋째날 자고 일어나니 럭키가 보이질 않았다. 부르면 오는 럭키였다. 부르고 불러도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럭키. 순둥이자 겁쟁이예요.)

럭키는 지난 2015년 6월 꼬물이일 때 선주 씨가 구조한 뒤 지금껏 곁을 떠나지 않던 녀석이다.


선주 씨에게 오는 임시보호 고양이들을 챙겨주는 엄청 순한 고양이였다. 그 흔한 하악질도 여태껏 발톱 자를 때 두세 번 들어봤나 할 정도다.


하지만 겁이 엄청 많아서 낯선 사람이 오면 2박3일도 숨어서 나오지 않는 녀석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사 전에 이미 숨지 못하도록 집안 곳곳의 구멍이란 구멍은 다 막는 조치를 취해 놓은 터였다. 이틀 동안 아무런 일이 없어 그럭저럭 적응하나 싶었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럭키야, 럭키야, 럭키야, 어딨니!"


한참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에 부엌에서 '냐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부엌 싱크대 위 수납장이었다.

(수납장 아랫 부분에 구멍이..)

응답만 하고 모습은 드러내지 않는 럭키. 싱크대에 올라가 위를 올라다보니 '아뿔싸' 아랫 부분에서 위로 1미터 가까이 되는 부분에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다.


럭키는 폴짝 뛰어서 벽을 수납장 벽을 타고 그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위치는 확인했지만 럭키는 나올 생각이 없었다. 몇시간을 어르고 달래도 럭키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고 밤이 됐다.

("럭키야, 나와. 괜찮다옹!")

그 사이 선주 씨는 수납장을 뜯기 위해 사람을 부를까말까를 놓고 몇 번을 고민했더랬다. 사람을 불러서 뜯는다해도 더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들었다놨다했다.


자정이 지나 새벽이 됐을 때 선주 씨는 직접 구조(?)에 나서기도 했다. 싱크대에 올라 몸을 수납장 틈에 구겨 놓고선 팔을 뻗었다.


그리곤 럭키를 불러봤다. 럭키가 잠시 얼굴을 빼꼼 내민다. 그렇지만 경계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래도 주인 부르는 소리에 얼굴을 내밀어준 럭키)

부를 때마다 얼굴이 들락날락. "제발 나와 럭키야, 응. 제발 나와라!" 한순간 럭키가 앞발을 내밀었다.


선주 씨는 그틈을 놓치지 않고 발을 붙잡았고, 끄집어 냈다. 그렇게 거의 하루를 잡아먹은 럭키의 집안 실종 사건은 끝이 났다.


물론 다시 들어가지 못하도록 수납장 아래는 밀봉 조치가 취해졌다.


"나쁜 자식, 진짜 나쁜 자식." 이사 뒤에 정신도 없는데 하루 동안 정신을 쏙 빼놓은 만든 럭키. 이런 말이 나오지 않는게 이상했다.


일주일 가량이 지난 지금도 럭키는 여전히 새집이 낯선 모양이다. 주로 고양이 방에서 지낸단다.


하지만 어떤 고양이는 보름 동안도 집안 어딘가에 숨어서 나오지 않았다니 그마나 다행이라고 여길 수 밖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