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쑨도르'

조회수 2017. 9. 7.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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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이죠."

대구시 수성구에 자리잡은 한 동물병원. 오후 6시가 되자 익숙한 듯이 고양이 한 녀석이 병원에 들어선다.

얼핏 벵갈고양이처럼 보이는 무늬를 하고 있고, 군살 없이 몸무게만 무려 7킬로그램에 달하는 위풍당당한 녀석이다.


고양이 답지 않은 큰 머리를 하고 있어 보스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개로 치자면 코카 스패니얼과 비슷한 덩치의 이 녀석. 쑨도르다.


본명은 순돌이다. 행동에 맞게 종합격투기 선수 표도르를 떠올리면서 강하게 바꿔 줬다.


지난해 2월 이 병원에 왔다. 대략 지금 나이는 3살 정도로 추정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군살없는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면서 병원 내 식구들의 군기를 잡는다.

체구가 현격히 차이나는 다른 고양이들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그나마 자기와 덩치가 맞는 개들이 다가와야 반응을 보인다.

개들과 대적해도 절대 지는 법이 없다.


최소 이 녀석과 비슷한 덩치의 개 3마리가 포위하고 앞발로 쳐대도 맞받아친다.

 

가끔은 바닥에 누워 종합격투기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운 자세로 대적해준다. 

처음엔 당연히 입양을 보내려고 했죠. 그런데 쑨도르가 워낙 바깥생활을 좋아하는 것같아 입양에는 실패했답니다."

위풍당당 쑨도르에 푹 빠진 이 병원 이유경 원장의 말이다.


쑨도르는 병원에 온 이후 몇개월간은 비교적 잠자코 지냈다. 그러다 어느날 부터인가 바깥을 탐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무슨 사고가 날 지 모르기에 처음에는 가둬도 보고, 집도 지어줘 봤다.


그런데 도통 말릴 수가 없었다. 창문은 물론이고 미는 문이라는 문은 다 열 수 있고 심지어 돌리는 문도 문제가 없었다.

이름표도 두 개나 착용시켜줬고, 살펴보니 병원 담벼락과 지붕, 그리고 뒷집 마당 정도만 왔다갔다하더라구요. 병원에서만 지내주길 바라지만 이 녀석의 행복을 위해 어쩔 수 없었죠."

이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후 6시가 되면 어슬렁어슬렁 병원으로 귀가한다.

마치 낮동안 볼일을 보고 오늘 가게는 잘 돌아갔는지 살펴보는 주인과 비슷하다고 할까.

 

냉장고와 약제실을 둘러보고, 정수기에서 여유롭게 물을 빼먹으며, 병원에서 함께 사는 개들과 고양이들은 잘 있었는지 둘러보는게 일상이다.

다행히 저녁 진료 끝나고 병원 강아지들이 마당에 풀리는 저녁 시간에 칼같이 퇴근하니 고마울 따름이죠. 다쳐서 들어온 길고양이 한마리가 이렇게 병원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엔돌핀이 될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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