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TV)에 푹 빠진 아기 고양이
TV 앞에 붙어 앉아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기 고양이 한 마리.
영심 씨의 3개월 된 반려묘 '별구름'(성은 '별', 이름은 '구름')이다.
한밤중 TV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구름이가 대체 뭘 보는 건가 확인하던 영심 씨는 화면을 보고 크게 웃고 말았다.
남편이 좋아해서 틀어 놓은 골프 채널.
구름이는 필드 위에서 굴러 다니는 공을 잡거나 쫓기 위해 앞발을 여러 번 화면에 갖다 대고 있었다.
"평소 구름이는 TV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다른 반려동물들이 좋아한다는 펫 채널에도 반응이 없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골프를 좋아해서 틀어놓은 채널에 저러고 있지 뭔가요."
화면과 너무 가까이 있는 구름이 눈이 나빠질까봐 몇 번이나 뒤로 옮겨봤다. 하지만 골프에 빠지면 천장이 필드로 보인다고 했던가.
골프에 푹 빠진 구름이는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잠을 자다가 "나이스샷"이라도 외칠 기세다.
평소 가족들은 공놀이를 좋아하는 구름이에게 "구름아, 커서 축구 선수 해"라는 농담을 던졌다. 이제 골프 선수로 바꿔 말해야 할 것 같다.
구름이는 생후 한 달 무렵 영심 씨와 가족이 된 녀석이다. 사업차 중국에서 살고 있는 영심 씨 가족에게 구름이를 데려오는 일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라며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했지만 외국에서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가 반대를 많이 했어요. 특히 저는 고양이는 조금 무서워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웃에서 길고양이를 입양해 기르는 모습을 접하며 영심 씨는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관심이 생겼고, 구름이를 입양하게 됐다.
분유를 먹이고, 어마어마한 진드기가 있어 치료도 하면서 보낸 두 달. 이제 구름이는 골프를 시청할 줄 아는 고양이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