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외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자동차 6!

조회수 2021. 3. 5.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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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외관의 컬러 스펙트럼이 넓어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위쪽 케모라 그레이 컬러의 아우디 e-트론 GT.

아래쪽 메르세데스-AMG G63 솔라 빔 컬러.

몇 해 전 자동차 화보를 촬영할 때의 일이다. 신규 쿠페 차량 세 대를 촬영하기 위해 도심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분당 어느 주택가 주차장에서 미끄러지듯 나오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쿠페를 포착했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져 있을 때는 영락없는 블랙이었는데,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온몸으로 햇빛을 받아내는 차량의 외관은 깊고 진한 녹색빛이었다. 지금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인기 도장 컬러가 된 에메랄드 그린은 빛의 양에 따라 블랙과 그린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묘한 색상이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는 포르쉐가 SNS를 통해 공개한 타이칸 티저 이미지 속 프로즌베리 메탈릭 컬러에 매료되었다. 차분한 인디핑크에 반짝이는 펄을 가미한 독특한 컬러는 전기차 특유의 미래적 느낌을 살리면서도 우아함이 깃들어 오래도록 시선을 붙든다.

최근 들어 외관이 예술 작품처럼 미려한 색상의 자동차가 눈에 자주 띈다. 색상은 자동차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다. 10년 전만 해도 국내 도로 위 차량은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등 전통적 무채색이 주를 이뤘다. 여전히 무채색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색상의 범주를 넓혀 다양화를 추구한다.

사실 다양한 외장 컬러를 만들어내는 것은 자동차 생산에서 어렵고 복잡한 일이다. 차체와 부품의 색상을 매칭해야 하고, 컨셉에 맞는 도장 설비를 갖춰 적절한 광택과 펄 느낌을 구현해야 한다. 재료의 가격 부담과 오랜 연구가 뒤따르는데, 왜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는 것일까? 국내 1호 컬러리스트이자 한국케엠케색채연구소 김민경 소장은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사람들은 자기만족과 취향에 따라 색상 선호도가 생겼다고 말한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자동차가 필수품이자 자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면서 취향에 맞는 색상을 고르게 된 것이다. “자동차의 컬러 범위는 10년 동안 꾸준히 바뀌었습니다. 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자동차 시장도 변화하는 거죠. 디자인은 더욱 과감하게, 색상은 더욱 다채롭게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겁니다.” 한편 기아자동차 컬러 디자이너였던 다음트렌드컬러소재연구소 박귀동 소장은 “컬러의 종류와 완성도가 높아진 것은 고광택, 고휘도, 마이카 입자, 무광택 등 컬러를 구현하는 기술의 발전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색상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와 정교한 색상을 뽑아내는 기술력 덕분에 자동차의 컬러 코드가 풍족해졌다는 데 입을 모은다. 단순히 빨강·노랑·파랑 같은 일반적 유채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채도와 농도·광택에 조금씩 변화를 준, 브랜드마다 자체 개발한 다양한 색상을 선보인다.

위쪽 롤스로이스 네온 나이트 컬러 트릴로지.

아래쪽 포르쉐 타이칸 프로즌베리 메탈릭 컬러.

“차량 색상은 마케팅 수단 중 하나입니다.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량도 고려해야 해요. 대중적 컬러에 펄을 가미하거나 안료를 더해 익숙한 듯 신선한 색상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죠. 블랙만 해도 99종류가 나올 수 있어요. 어떤 안료를 사용하는지, 빛에 따라 농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등 다채로운 색감의 블랙이 탄생하죠.” 김민경 소장의 말처럼, 자동차 컬러를 다양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컬러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V70는 레드 계열을 대표 컬러로 선정했다. 레드 착색 알루미늄 안료를 적용해 가장 채도 높은 레드 컬러를 구현한 마우나 레드, 와인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버건디 컬러를 가미한 바로사 버건디 등 레드를 기조로 하지만 다른 분위기의 컬러를 선보였다. 아우디는 깊고 세련된 그레이를 사용해 레이싱의 전통을 상기시킨다. 데이토나 그레이·퀀텀 그레이·케모라 그레이 등은 각기 다른 감도의 그레이로 차체의 볼륨감, 아우디 특유의 정교함과 섬세함을 표현한다. e–트론 GT에 적용한 케모라 그레이는 페리윙클(perwinkle)이라는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회색으로, 푸른빛이 감돌아 산뜻함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진다. 앞서 설명한 메르세데스-벤츠의 에메랄드 그린과 마찬가지로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과 깊이감이 달라지는 다색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BMW 25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뉴 3시리즈 옥스포드 그린과 마카오 블루는 풍부한 펄을 가미해 블랙과 그린 혹은 블랙과 블루 사이를 오가는 묘한 빛깔의 색상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생동감과 역동성을 발산한다.

한편 강렬하고 선명한 페인트를 입혀 차의 희소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메르세데스-AMG G63과 G65의 크레이지 컬러 에디션도 그중 하나. 파격적 이름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솔라 빔, 토마토 레드, 선셋 빔 등의 팝 컬러는 G 바겐 특유의 각진 스타일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야광에 가까운 선명한 색상을 입은 롤스로이스 네온 나이트 컬러 트릴로지, 밝고 과감한 다섯 가지 네온 컬러를 무광으로 선보인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플루오 캡슐 등은 도로 위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대담한 색상으로 존재감을 뽐내며 차량 고유의 매력과 개성을 부각한다.

BMW 뉴 3시리즈 마카오 블루(왼쪽)와 옥스포드 그린(오른쪽).

최근에는 질감이 독특한 무광 컬러도 많아졌다. 사실 무광 컬러는 1950년대부터 등장했다. 매트한 질감의 도료는 일반적 클리어 코트 도장보다 반사를 흐리게 만들어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인식 때문에 대중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가로등 불빛이나 전조등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반사율이 낮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의 전언. 오히려 무광 컬러를 잘 사용하면 고급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다. GV80를 출시하며 세 가지 무광 컬러를 개발한 제네시스 컬러팀 허승완 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HMG)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무광 컬러를 양산하기 위해 도장 설비부터 다시 설정했습니다. 유광 컬러에 사용하는 클리어 코트를 그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죠. 무광 컬러에 맞는 배관 등 새로운 설비와 기술도 갖췄고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완성한 GV80와 GV70의 무광 컬러는 SUV의 존재감을 한층 돋보이게 해 소비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자동차의 컬러 스펙트럼은 분명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컬러가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우디는 오버 스프레이 프리 페인팅 기술을 통해 하나의 페인팅 프로세스로 두 가지 색상을 구현하는 친환경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환경까지 생각하는 브랜드 지향점을 컬러를 통해 시사할 수도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컬러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어쩌면 자동차에서 색상은 가장 강력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일지도 모른다.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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