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평 말고 진짜 김선호의 이야기

조회수 2020. 12. 31. 09: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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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는 늘 배우려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네이비 재킷, 화이트 셔츠, 그레이 팬츠, 그레이 하이 캔버스 스니커즈, 블랙 페이즐리 패턴 스카프, 반다나 모두 Dior Men, 실버 링 Rocking AG. 가죽 토마스 벤치 Casa Alexis, 페르시안 카펫 Narsis Carpet.
화이트 블랙 플라워 프린팅 셔츠, 블랙 팬츠, 블랙 레이스업 슈즈 모두 Alexander McQueen, 블랙 체인링과 네크리스 모두 Xte. 티모시 울튼 브랜드의 셰비 소파 체이스 Casa Alexis, 로시니 카펫 Hanil Carpet & Home.
캐멀 컬러 롱 코트와 팬츠 모두 Haider Ackermann by G.Street 494 Homme+, 캐멀 컬러 터틀넥 니트와 베스트 모두 Prada, 브라운 로퍼 Gucci. 톤 브랜드의 스탠바이 015 코트 스탠드 Plot.

어제 AAA(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에서 이모티브상 타신 거 축하해요.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리며 웃는다) 크크크. (그러고는 사방에 외치듯 힘차게) 감사합니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고 있나요? 사실 처음에는 촬영하느라 밖에 잘 다니지 않아서 몰랐어요. 드라마 <스타트업> 주연 배우들 덕분에 SNS 팔로어가 많이 느는구나, 정도였는데 드라마 끝날 때쯤 되니까 주변에서 많이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매거진 첫 커버 촬영한 소감이 어때요? 이렇게 감사한 순간이 오다니, 제가 잡지 커버에 실리다뇨. 너무 고맙습니다.(시종 웃는다)

처음 제안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좋았는데, 한편으론 걱정되더라고요. 포즈를 못 취하면 어쩌지? 어색하면 어쩌지? 민폐 끼치면 안 되는데, 떨리더라고요.

문세윤 씨가 <1박 2일>에서 “우리 선호 톱스타 안 되게 해주세요”라고 일출을 향해 빌던데요.(웃음) 커버 장식했다고 혹시 내심 서운해하려나? 에이, 아니에요. 사실 형이 응원 많이 해줘요. 얼마 전에도 브랜드 평판 1위 했다고, <1박 2일> 멤버들이 아침부터 가장 먼저 축하해줬어요.

<스타트업> 끝나고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1월에 시작하는 연극 <얼음> 연습하고, 늦은 오후엔 간간이 산책도 하고. 부모님과도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참, 산책을 무척 좋아한다면서요. 맞아요. 원래는 마로니에공원 근처 걷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은 시국이 이렇다 보니 멀리는 못 가고 아파트 단지에서 마트 가는 정도로 즐기고 있어요.

걸으면서 무슨 생각을 해요? 고민이 있을 때 걷다 보면 명확해져요. 온전히 내 생각에 집중하면서 땅만 보고 걷는 것으로도 생각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 ‘그래, 이것도 별것 아니야, 지나갈 거야.’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돼요. 목표가 뚜렷해지기도 하고요. 사실 생각의 무게는 스스로 지우는 거잖아요.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서 저를 짓누르는 많은 생각을 덜어내요. 걷는 시간이 없었다면 배우 생활을 건강하게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최근 <스타트업>의 한지평 역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어요. ‘서브병’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죠. 예상했나요? 사실 예상 못했어요. 이 역할이 대박 날 거야, 그런 생각은 안 했고 오로지 역할과 서사만 보고 결정했어요. 5부까지 읽고 들어갔는데 내용과 서사가 너무 좋았어요. 극 중 한지평이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달미(수지 분)와 도산(남주혁 분)을 도와주는 멘토인 한편 그들의 사랑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 감독님과 저는 오히려 욕 먹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솔직히 이렇게까지 좋아해주실 줄 몰라서 얼떨떨하고 어안이 벙벙해요.

<스타트업>의 오충환 감독이 김선호를 두고 “깨끗한데 복잡한 면모도 있고, 날카로우면서 실제로는 순수하다”고 했더라고요. 아마도 작품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그렇게 말씀하셨나 봐요. 평소에는 깨끗하게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캐릭터를 잡을 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내가 잘하는 게 맞나? 잘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는데, 그래서 복잡하다고 이야기하셨나?(웃음) 연기 하면서는 날카로운 면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잘하는 게 맞나?’라는 의문은 어디서부터 와요? 연기를 하다 ‘방금 내가 진짜 지평이었나? 지평이라는 인물치고는 너무 가벼운 거 아닌가?’ 늘 이런 생각을 해요. 누군가를 재밌게 해주는 건 좋지만 제가 드러나기 위해서, 제가 재밌기 위해서 극의 흐름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요. 지평이란 캐릭터가 사건을 원활하게 해주는 무게감 있는 역할인데, 웃기기만 하고 중심을 잃으면 다른 배우에게 폐가 되고 시청자도 몰입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찍고 나면 부족한 것 같아 늘 아쉽죠.

대본을 보면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땐 어떻게 해결해요? 그게 진짜 힘들어요. 모른 채로 어물쩍 넘어갈 수 없으니까. 그럴 땐 감독님이든, 상대 배우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요. 지금 내가 여기서 갑자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지? 고민을 주고받으면서 상황을 설정하고 이해하려고 해요.

<스타트업>의 한지평이 그랬듯, KBS <최강 배달꾼>에서 맡은 사고뭉치 재벌 역할의 오진규 역시 충분히 미움 받을 만한 캐릭터였는데, 이상하게 밉지가 않고 오히려 정이 가더라고요. 그게 배우 김선호의 힘일까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죠.(웃음) 사실 <최강 배달꾼>에서 오진규가 그렇게 미움을 받게 될 만한 서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사람은 왜 이렇게 미움을 받지? 혹시 이렇게만 자라서 사랑받는 법을 모르는 건가? 거기서부터 고민을 시작했어요. <최강 배달꾼> 작가님이 나중에 이야기해주셨는데, 처음에 제가 왜 이렇게 연기하는지 이해가 안 됐대요. 재벌 역할인데 왜 이렇게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처럼 연기를 하는지. 그러다 4회쯤인가, “아 이 배우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느끼셨다고.(웃음) 캐릭터가 가진 결핍을 제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만들어나갔어요.


카키 컬러 하이넥 셔츠 Lemaire, 진 그레이 스트레이트 팬츠 Bottega Veneta, 블랙 로퍼 Valentino Garavani. 톤 브랜드의 암체어 24 Plot.

캐릭터를 구축할 때 평소 알고 있는 세계로부터 확장하는 편이에요? 꺼내 쓴다는 표현을 종종 쓰는데요. 실제로 경험한 것, 본 것, 간접경험한 것을 꺼내 써요. 모르는 세계라면 저 혼자서라도 타당성을 만들려고 해요. 그러고도 진짜 모르겠다면 ‘이런 상황은 어떨까?’ 저와 가장 가까운 상황을 빠르게 대입하는 편이에요.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운 일인데, 드라마를 처음 시작해서 낯설던 시기에 한두 장면은 그냥 대사만 친 적이 있어요. 말은 하는데 사실 국어책 읽기나 다름없었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렇게 해선 안 되겠다. 그래서 꼭 그 상황에 맞지 않더라도, 설사 오해를 받더라도,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대입해 차라리 감정이 담긴 말을 하자 다짐했죠. 제 안의 감정을 꺼내 쓰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변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전에 mbc 드라마 <투깝스>와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를 동시에 출연했고, tvn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직후 연극 <메모리 인 드림>에 들어갔어요. 드라마와 연극을 병행하는 행보는 의도적인 건가요? <투깝스>와 <거미 여인의 키스>를 동시에 한 뒤 절대로 그런 짓은 하면 안 되겠다 다짐했어요.(웃음) 그때는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촬영과 공연이 맞물리는 건 정말 안 되겠더라고요. <메모리 인 드림>은 <유령을 잡아라>가 끝나는 시점에 맞춘 거였고요.

이번에도 <스타트업>이 끝나자마자 연극 <얼음> 준비에 들어갔어요. 공연을 하고 싶었고, 늘 공연에 욕심이 있어요. 공연하면서 제 연기를 점검하고 많이 배워요. 연출가마다 각기 다른 장점이 있어서, 잘 배워서 다른 데 가서 써먹는 게 재밌더라고요.(웃음) 특히 장진 연출님은 <꽃의 비밀>, <택시 드리벌> 등 그 전 작품을 너무 재밌게 봐서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이번 <얼음>은 어떤 작품인가요? 캐릭터가 정반대인 형사 둘이 등장하는 2인극인데,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이 가상의 인물로 등장해요. 형사가 소년을 취조하면서 혼자서 3~4장의 독백을 대화하듯이 풀어나가고 시선 처리를 하면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대역을 만드는 거죠.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 전에 출연한 연극 <거미 여인의 키스>도 그렇고, <트루 웨스트>도 2인극에 가깝죠. 2인극만의 매력은 뭘까요? 드라마나 영화는 신(scene)으로 컷을 내는데, 공연은 그 사람의 등장과 퇴장으로 신을 나누어요. 2인극은 한 신이 거의 한 공연과도 맞먹죠. 굉장히 긴 호흡으로 가느라 (미간을 찌푸리며)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해요. 전 별로 집중력이 좋은 배우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2인극이 제 배우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체력과 집중력을 기르는 데도요. 체력이 꼭 신체적 힘이 아니라 집중력을 붙잡고 있는 멘탈의 힘이기도 하니까요. 2인극의 매력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고 제가 거기서 많은 영향을 받고 발전할 수 있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사실은 무섭기도 하지만 피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두려움에 맞서는 편인가요? 네. 그렇지 않으면 발전이 없더라고요. 어떤 면에서는 제가 굉장히 소극적이라 한번 피하기 시작하면 계속 무서워져요. ‘아니야, 먼저 나가야 돼.’ 주문을 걸면서 의식적으로 피하지 않으려 해요.

군 시절 조교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면서요. 친구들이랑 있을 땐 밝은데, 사람들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지금 여기가 어디지?’ 이런 생각부터 들었어요. 지금 이 환경이 낯설다고 생각하는 순간 말도 더듬고요. 군대 가면서 성격도 생각도 많이 달라졌어요. 나보다 더 소극적이고 힘든 사람이 많은데 그걸 이겨내는 걸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은 거야’ 되뇌어요. 저 원래 ‘아싸’였거든요.

지금은 ‘인싸’가 됐나요? 인싸가 되고 싶어 하는 중싸? 아, 너무 아저씨 같네.(너털웃음을 짓는다)

배운다, 배웠다 습관처럼 많이 이야기하는 거 알아요? 혹시 그런 삶의 태도는 어디서 비롯됐을까요? (강조하며) 맞아요, 맞아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닫힌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선배들이랑 술 마시다가도 습관처럼 “나이 들면 다 굳어, 자꾸 갇히고 고집이 세진단 말이야. 그런 사람이 되면 안 돼.” 이야기하거든요.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늘 배운다는 생각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이 사람한테 뭐 하나 배우면 이 사람이 좋아지겠지?’ 생각하다 보니 습관처럼 배운다는 말이 자꾸 입 밖으로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상대의 장점부터 보게 되고요.

네이비 새틴 셔츠 Dunhill, 네이비 트리밍 팬츠 Navy Studio.
핫 핑크 터틀넥와 블랙 체크 팬츠 모두 Berlut

최근에 만난 사람들에겐 뭘 배웠나요? 좀 부끄러운데.(동공을 좌우로 굴리며 대단한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이건 주혁이도 모르는 건데, 주혁이가 <스타트업> 제작 발표회 때 포즈를 너무 멋있게 취하는 거예요.(남주혁이 자주 취하는 턱을 드는 포즈를 하며 각도를 조금씩 바꾼다) 이거 언젠가 꼭 써먹어야지 했는데, 아까 촬영할 때 시도해봤어요.(웃음) 주혁이의 연기에 대한 고민, 수지의 집중력과 밝은 태도도 많이 배웠고요. 저는 배우면 실천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1박 2일> 멤버 김종민을 존경한다는 말도 한 적이 있어요. 종민이 형은 자기 외에 남을 낮추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요. 남 얘기도 쉽게 하지 않고요. 사실은 말을 아끼고 굉장히 과묵한 사람이에요. 한번은 물어봤어요. “형, 사실 알고 있는데 얘기 안 하는 것도 있죠?” 했더니 “응. 굳이 얘기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알아.” 진지하게 얘기하시더라고요. 한결같이 웃어주고, 타인의 실수를 보듬어주는 사람이에요.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많이 배웁니다.

예능에서 배우 외에 희극인, 가수 등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과 교류하니 어때요? 그들의 솔직함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워요. ‘나는 이래, 너는 어때?’ 솔직하게 다가와준 그들 덕분에 낯선 예능 환경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사소하게나마 기분을 드러내고 솔직하다 보면 상대가 나를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다들 인간적 면모가 많고 정이 넘쳐요.

<1박 2일>에서 한 심리 테스트가 화제였어요. 그때가 <스타트업> 방송 전이었죠? 촬영 중이었고, 방송은 아직 나가기 전이었어요. 첫 방송은 다가오는데 잘하고 있는지 확신은 없고, 드라마 한답시고 <1박 2일>에 피해를 주는 건 아닌가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심리 테스트를 해주시는 분이 제 그림을 보면서 “고민이 많네요. 그런데 잘하고 있어요”라고 하는데, 그 말에 울컥했어요. 잘하고 있다는 그 한마디가 필요했나 봐요. 당시 방송 보고 차태현 선배가 <1박 2일> 노진영 작가님께 연락하셨대요.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딱 그런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그것조차 연기에 도움이 될 거니까 그 고민은 잘 지나갈 거다, 라고요. 그 얘기 듣는데 죽겠더라고요.(눈시울이 붉어진다) 방송에 나간 뒤 시청자들의 댓글을 보면서 혼자 조용히 울었어요. 너무 고맙고, 감사하고.(잠시 침묵) 후회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좀 울컥했어요.

심리 상담가가 말하길, 김선호 안에는 단단한 자아가 있어서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고마웠고, 다행이에요. 맞아요. 만약 어떤 일이 있더라도 버틸 수 있었을 거예요.

내면에 중심이 서 있는 것 같아요. 그러려고 많이 노력해요. 다행히 지금 제가 방송, 예능을 할 수 있는 적합한 나이인 것 같아요. 좀 더 어렸더라면 저 역시 흔들리고 힘들어하고 좌절할 때가 많았을 거예요.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고민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초 tvN <백일의 낭군님>이 사전 제작 드라마라 모니터링을 하지 못해 많이 불안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시청자들 평가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연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충격이었어요. 이번 <스타트업> 때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새롭고 신선하고, 그들이 제가 하지 못한 생각을 할 때 내가 이렇게 굳어버리는 건가? 아니면 내가 너무 고민을 안 했나? 너무 게으른 건가? 싶더라고요. 특히 사전 제작 드라마를 할 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백일의 낭군님> 때는 너무 일하듯 연기해서, 그때도 제가 좀 게을렀던 것 같아요. 공연을 하던 사람이니 모니터링하면서 즉흥적으로 이런 모습이 이렇게 비치는구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경험이 부족하니까 그렇게 돌아보며 수정해나갔거든요. 제게는 아직 사전 제작이 좀 익숙지 않은가 봐요.

연기가 일이 되지 않는 건 배우에게 쉽지 않은 일 아닌가요? 그렇죠. 그런데 연기를 일로 여기지 않으려고 시작했으니까요. 재밌게 하고 싶어요. 물론 힘도 들죠. 안 힘든 일이 어딨겠어요. 연기가 뜻대로 되지 않는 날엔 집에서 맥주나 커피 한잔 마시고 털어내요. 고민하는 그런 과정조차 연기를 일로 여기지 않는다는 증거일 거예요. 오늘 진짜 너무 행복하다, 연기를 하다 보면 한 작품이 노는 것처럼 끝나더라고요.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해요. 제가 자주 하는 배운다는 말 있잖아요. 배운다는 건 충격을 받는 거거든요.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서 지지 않고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충격을 받은 만큼 상대 배우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은데. 늘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일이라는 생각을 덜 하는 것 같아요.

배우려는 자세가 결국 김선호를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거네요? 맞아요. 이제는 전처럼 변화의 파동이 크지는 않지만 생각도, 연기를 대하는 태도도, 연기에 대한 확신도 늘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아요. 무용수를 예로 들면, 안 되던 동작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된대요. 연기도 그래요. 모르겠는데, 모르겠는데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늘어 있어요. 요즘은 그런 변화가 좀처럼 오지 않고 있어 속상하지만, 지평이란 캐릭터를 만나면서 많은 전환이 되었어요. 제게 그동안 익숙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확장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늘 고민하고 변하려고 해요.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김영준

헤어 이혜영

메이크업 이영

패션 스타일링 남주희

세트 스타일링 고은선

어시스턴트 최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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