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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연말을 보내고 싶은 당신을 위한 영화와 책 리스트!

새로운 시선을 던져주는 책과 영화로 한 해를 매듭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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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연말은 조용하게 보낼 듯싶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놀던 술자리는 ‘패스’할 테고, 동창회 등 몇몇 행사는 규모를 줄여 진행할 듯하지만 선뜻 참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역시, 12월은 쉬어 가는 게 좋겠다.

그렇다고 궁상맞게 한 해를 마무리할 생각은 없다. 집에서도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많다. 그중 가장 간편한 것이 바로 영화 감상. 특히 지난 1년을 되돌아볼 때 역사, 예술, 과학, 인권을 주제로 한 괜찮은 영화가 여럿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교양이 쌓이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그런 영화. 에디터는 이 작품들을 곱씹으며 시간을 보내려 한다. 다만 이번에는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양서적과 함께할 것이다. 독서를 통해 영화를 알차게 즐기는 것은 물론 유식해지기까지 하니 일석이조다. 지적인 연말 밤을 위해 일독을 점찍은 책들을 영화와 함께 소개한다.

[1917] 스틸 컷.

[보테로] 스틸 컷.

우선 역사 영화부터. [1917]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 2020년 최고 영화 중 하나다. 아카데미 촬영상과 BAFTA 작품상, 골든글로브 감독상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시놉시스는 간결하다. 영국군 병사 두 명이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을 가로질러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하는 이야기. 실제를 방불케 하는 촬영 세트와 사운드, 그리고 영화 전체가 한 컷처럼 보이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을 통해 보는 이를 전쟁터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뜨린다. [1917]이 제1차 세계대전의 프랑스 전선 어딘가를 배경으로 한다면, [미드웨이]는 제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이 주 무대다. 전쟁 영화다운 화끈한 액션과 적절한 감동이 잘 버무려졌지만, 진주만 공습부터 미드웨이 해전까지 태평양 전쟁의 주요 사건을 아우르는 전개에 역사 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것이 단점. 그러나 역사가 A. J. P. 테일러의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읽는다면 문제없다. 저자는 전쟁사와 외교사, 정치사라는 세 분야의 역사를 능수능란하게 풀어낸다. 여기에 미공개 사진과 화가의 그림을 포함한 도판 400여 장, 전장을 상세히 묘사한 지도 40여 장까지!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이해하도록 돕는 완벽한 가이드북이다.

예술 영화로는 [보테로]와 [고흐, 영원의 문에서]를 다시 볼 작정이다. [보테로]는 콜롬비아의 국보급 화가이자 조각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발자취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가난한 예술가였던 보테로가 작품을 풍만하게 그린 계기부터 가족사, 예술적 파트너, 그가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까지 82분의 짧은 러닝타임에 모두 담았다. 보테로를 ‘아, 그 뚱뚱하게 그리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분명 그를 더 알고 싶어 할 것. 그렇다면 [모던아트]를 추천한다. 인상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아우르는 이 책에는 보테로와 그를 둘러싼 미술 역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겼다. 그뿐 아니라 미술 사조마다 시대적 배경과 철학 담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예술가와 그들의 대표 작품을 소개,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대미술사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가 세상을 뜨기 전 마지막 나날을 담은 영화다. 명배우 윌럼 더포가 고흐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완벽하게 연기했지만, 그 당시 고흐의 내면을 좀 더 깊숙이 알려면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어야 한다. 고흐의 편지를 묶은 책으로 지독한 가난과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 등 고흐의 고뇌가 담겼다. 책 중간중간 적절하게 삽입한 작품 이미지로 고흐가 어떤 심정으로 작업에 열중했는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덤.

[테슬라] 스틸 컷.

이번에는 과학 영화다. 10월 개봉한 [테슬라]는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야기다. 발명왕 에디슨과의 ‘전류 전쟁’에서 승리한 그가 에너지 정보를 전 세계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내용을 다뤘다. 테슬라의 주변 인물이 그를 설명하는 내레이션 방식을 차용하는 등 관객의 이해를 도우려는 시도가 돋보였으나, 그의 이름을 일론 머스크의 회사명 정도로 들어본 대다수 사람들에겐 여전히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그래픽 노블 [니콜라 테슬라]는 테슬라라는 인물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다큐멘터리 연출가와 작가가 테슬라를 둘러싼 미스터리에 접근하는 여정을 그려냈는데, 그 과정에서 두 인물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테슬라의 교류 전류 전송 시스템이 우수한 이유부터 숫자 3에 집착한 강박적 성격까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술술 읽힌다.

[테넷]은 올 한 해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몇 안 되는 블록버스터 영화다. 거대한 스케일과 웅장한 음악이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지만, “이해하지 말고 느껴라!”라는 소개 문구처럼 ‘N차 관람’을 해도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사물의 엔트로피를 반전시켜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인버전’ 개념이 생소해서인데, 어디까지나 영화적 설정이기에 이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책은 없다. 다만 이를 계기로 ‘시간’에 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책은 있다.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양자 중력 이론의 관점에서 시간을 설명한다. 이 책에 따르면 우주의 원초적 시간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순서나 질서가 없다. 달리 말해 ‘과거-현재-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은 인간의 문법에나 존재한다는 것. 두 문장만으로 다시금 머리가 복잡해지지만, 여기에 저자는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더해 쉽게 풀어 쓴다. 216페이지의 비교적 적은 분량이니 시간에 관한 가벼운 지적 유희를 즐기고 싶다면 도전할 만하다.

[태양의 소녀들] 스틸 컷.

마지막으로, 인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두 영화와 책을 소개한다. [태양의 소녀들]은 IS의 만행에 맞서 총을 든 이라크의 야지디족 여성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는 두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 명은 전설적 종군기자 마리 콜빈을 모티브로 한 마틸드(에마뉘엘 베르코 분), 다른 한 명은 2018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를 떠오르게 하는 여전사 바하르(골쉬프테 파라하니 분)다. 이 중 나디아 무라드는 현재 인권 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나디아 무라드의 생생한 증언록 [더 라스트 걸]은 그녀가 IS에 붙잡혀 모진 고초를 당한 이야기부터 탈출 과정, 이후 삶을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간다. 그녀는 끔찍한 고통을 겪은 것이 자신만이 아님을 강조하며,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 가능성이 생긴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안티고네]는 이슬람계 난민 소녀의 이야기다. 두 오빠 중 한 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이 구속되자 그녀는 가족을 위해 오빠를 탈옥시키고 대신 수감된다. 용기 있는 행동에 열광한 대중은 그녀를 SNS 영웅으로 만든다. 사실, 오빠들은 갱단 소속으로 범죄에 연루되었기에 그녀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만은 없다. 영화는 이런 딜레마를 통해 이방인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짚어낸다. 영화를 본 김에 인권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싶다면 [인권, 세계를 이해하다]에 주목해보자.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팔레스타인 문제가 단순히 유대교와 이슬람 간 종교적 갈등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난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세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편협했는지까지도.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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