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가슴 뛰는 만남 6

조회수 2020. 11. 4.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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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패션 하우스가 거리로 나선 이유
위쪽 뮤지션 에이셉 라키와 이기 팝,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등장하는 구찌의 새로운 맨즈 테일러링 캠페인.
아래쪽 메종 마르지엘라와 리복의 협업으로 탄생한 2020년 F/W 시즌 타비 인스타펌프 퓨리 Lo 스니커즈.

오랜 세월에 걸쳐 헤리티지를 계승해온 패션계 하우스들. 줄곧 역사와 전통, 장인정신을 강조하던 패션 하우스들이 몇 해 전부터 차츰 ‘리얼웨이’에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스트리트 무드를 접목한 컬렉션, 한층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 브랜드와의 협업 등 콧대 높은 줄만 알았던 하이패션이 변화했다. 동경의 대상이자 사치스러운 꿈이나 다름없던 이른바 ‘상류층의 전유물’이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소통의 접점으로 바뀐 것이다.

왼쪽 1017 알릭스 9SM의 창립자 매슈 M. 윌리엄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새롭게 합류해 선보인 지방시의 2021년 S/S 컬렉션.
오른쪽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와 일본 스트리트 패션 신의 대표 디자이너 니고가 함께 완성한 LV² 컬렉션.

각 하우스의 이러한 파격적 행보에 대중은 꽤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폭넓은 디자인 스펙트럼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대표적 사례로 루이 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신의 중심에 선 디자이너 니고와 손잡고 LV² 컬렉션을 완성했다. 하우스의 아이코닉 모노그램 패턴과 의상, 액세서리 디자인을 색다르게 변형한 LV² 컬렉션은 두 차례에 걸쳐 다양한 아이템을 공개하며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 도전적 변혁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약 2년 전 루이 비통이 스트리트 패션의 주역으로 손꼽히던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를 영입한 데에서 비롯했다. 새로운 문화를 빠르게 수용하는 천리안, 거침없는 추진력이 지금의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오래도록 식지 않는 스트리트 열풍을 기회 삼아 하우스들은 잇따라 거리로, 그 신세계로 뛰쳐나갔다. 지방시는 스트리트 브랜드 1017 알릭스 9SM의 창립자 매슈 M. 윌리엄스를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 독특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2021년 S/S 컬렉션을 통해 그만의 창조적 비전을 제시했다.

왼쪽 불가리가 앰부시 디자이너 윤안과 협업해 만든 세르펜티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의 캡슐 컬렉션.
오른쪽 캘리포니아의 서브컬처를 주제로 제냐와 피어 오브 갓이 협업해 선보인 컬렉션.

불가리 역시 앰부시의 디자이너 윤안과 ‘세르펜티 컬래버레이션(Serpenti through the Eyes of Ambush)’ 프로젝트를 진행해 에너지 넘치는 디자인의 네온 컬러 백과 액세서리를 탄생시켰다. 한편 꾸준히 스포츠 브랜드와 협업하며 이미 젊은 마니아층 폭발적 관심을 모은 브랜드도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의 2020년 F/W 컬렉션에선 지난 시즌에 이어 리복과 협업한 타비 인스타펌프 퓨리 Lo 스니커즈가 등장했고, 프라다는 올해 9월 아디다스와 협업한 프로젝트 ‘프라다 포 아디다스(Prada for Adidas)’의 두 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스트리트 문화의 특정 요소를 차용한 셀린느 옴므와 구찌, 제냐의 기발한 표현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셀린느 옴므의 2021년 S/S 컬렉션 ‘댄싱 키드(The Dancing Kid)’는 음악, 스케이트 등 무엇보다 자유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를 감성적 장면으로 연출했다. 마찬가지로 구찌의 새로운 남성복 테일러링 캠페인 ‘라이프 오프 어 록 스타(Life of a Rock Star)’ 이미지에는 슈트를 입은 경직된 모습 대신 뮤지션 3인의 익살스러운 모습이 담겼다. 제냐의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피어 오브 갓의 디자이너 제리 로렌조와 나눈 대화에서 출발, 기성복과 스트리트웨어의 본질적 특성을 조합한 협업 컬렉션도 같은 맥락이다. 저마다 다르게 떠올린 스트리트 문화의 단편일지라도 그 목표는 동일하다. 케케묵은 옛 사상은 버리고 기존 관념을 탈피할 것. 각자의 개성, 여기서 드러나는 진정한 멋을 존중할 것. 유의할 점은 단 하나다. ‘하우스의 유구한 역사를 결코 잊거나 저버리지 말 것.’

에디터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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