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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주얼리인가, 시계인가?

조회수 2020. 10. 8. 09: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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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시계와 주얼리의 흥미로운 크로스오버 이야기
CARTIER의 팬더 워치(옐로 골드).

때로는 브레이슬릿으로, 때로는 시계로

까르띠에의 상징인 팬더를 조형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독특한 브레이슬릿 워치. 시계를 입에 물고 있는 팬더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래커 처리한 스폿이 생동감을 전한다(옐로 골드 버전의 더블-투어 브레이슬릿은 이 스폿이 브레이슬릿 전체로 이어지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팬더의 번뜩이는 차보라이트 눈도 매섭고 강렬하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베젤과 미니멀한 다이얼이 브레이슬릿의 화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시간도 알려주고, 룩에 주얼리 못지않은 포인트까지 더해준다.

위부터 AUDEMARS PIGUET의 밀레너리 프로스티드 골드 필로소피크. HERMÈS WATCH의 케이프 코드 마틀리에. CARTIER의 팬더 워치(핑크 골드).

주얼리 세공 기법을 시계에

사각형 시계를 디자인하고자 한 앙리 도리니의 대담한 스케치에서 비롯한 에르메스 워치의 ‘케이프 코드’. 그의 창의성이 ‘직사각형 안의 정사각형’을 만들어냈고, 1938년 로베르 뒤마가 배의 앵커 체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에르메스의 상징적 모티브 샹당크르가 볼드하고 유니크한 케이프 코드를 완성했다.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는 이 케이프 코드가 올해는 일명 ‘해머링’으로 알려진 특별한 주얼리 세공 기법을 더해 스틸 케이스 위에 너무나도 독특한 파티나 효과를 만들어냈다. 심지어 얇은 반투명 래커로 마감한 다이얼 위에도 적용한 이 기법이 다이얼에 오묘한 그러데이션을 그려낸다. 가공하지 않은 날것(!) 같은 매력이 넘치는 이 새로운 ‘케이프 코드 마틀리에’는 마치 하나의 아트 오브제 같다. 대표 컬렉션 로열 오크를 통해 프로스티드 골드 디테일을 선보인 오데마 피게가 최근 타원형의 밀레너리 컬렉션에 이 디테일을 적용했다. 주얼리 디자이너 카롤리나 부치가 고안한 프로스티드 골드 기법은 다이아몬드가 달린 도구로 골드 표면을 직접 두드려(해머링) 마치 골드 표면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듯한 텍스처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다이얼에도 잔물결이 이는 듯한 패턴을 입혀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다이얼 위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하나뿐인 바늘이다. 바늘이 하나인 핸드와인딩 워치 ‘필로소피크’는 1982년 쿼츠 위기가 한창일 때 처음 선보였는데, 착용자에게 시간이 흐른다는 개념을 상기시키는 철학적인 시계였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필로소피크는 셀프와인딩 칼리버를 탑재했고, 특허받은 메커니즘 덕분에 타원형 케이스 위에서 시침이 정확한 궤적을 따라 움직인다.


왼쪽 BREGUET의 마린 하이 주얼리 9509 포세이도니아. 오른쪽 PIAGET의 마제스틱 플러마지 워치.

째깍째깍, 반짝반짝!

다이얼에서 컬러풀한 해초가 살랑거리는 이 시계는 브레게의 ‘마린’ 컬렉션이다. 드라마틱한 컬러 그러데이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세심하게 선정한 스톤의 컬러 톤과 각진 테이퍼드 스톤이 끊김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세팅한 기술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지중해 바닷속에는 해양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해양식물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posidonia oceanica)가 서식하고 있다. 브레게는 머더오브펄 마케트리와 스톤을 지지하는 금속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비저블 세팅 기법을 활용해 ‘마린 하이 주얼리 9509 포세이도니아’에 아라베스크 패턴으로 이 아름다운 해초를 구현했다. 무지갯빛을 발산하는 머더오브펄 다이얼 위에서 85개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 혹은 스톤으로 완성한 풀이 일렁이듯 빛을 발산한다(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블루, 루비 레드, 에메랄드 그린을 메인으로 한 버전 등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다이얼에서 시작된 해초가 러그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으로 진정 섬세함의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아제가 ‘빛의 날개’를 키워드로 선보인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윙즈 오브 라이트’ 중 하나인 ‘마제스틱 플러마지’ 워치는 워치메이커와 주얼러의 아이덴티티를 동시에 지닌 피아제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 시계다. 약 6.23캐럿 58개의 옐로와 오렌지 마키즈 컷 사파이어, 약 1.41캐럿 14개의 마키즈 컷 루비, 약 5.51캐럿 86개의 브릴리언트 컷 사파이어가 우아하게 펼쳐진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호주산 블랙 오팔 다이얼 위에 살포시 놓인 시침과 분침을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 CHANEL WATCHES의 마드모아젤 프리베 부통 워치. 오른쪽 BVLGARI의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시크릿 워치.

은밀한(!) 시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시계를 숨겼다는 것이다. 샤넬 워치의 ‘마드모아젤 프리베 부통’ 워치는 이름 그대로 샤넬 하우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부통(bouton, 단추)에서 영감을 가져왔다. 워치메이킹 기술과 메티에 다르 노하우를 접목한 이 개성 넘치는 시계이자 브레이슬릿은 커프 형태로 선보이는데, 다섯 가지 버전은 샤넬의 또 다른 상징인 블랙 트위드, 두 가지 버전은 옐로 골드 커프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좀 더 화려한 모습으로 소개한다. 커프 전체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 외에는 모두 블랙과 골드의 조화에 진주, 사자, 까멜리아 등 샤넬 고유의 모티브를 단추처럼 장식해 매우 샤넬스럽게 풀어냈다(부통을 꼬임 디테일로 감싼 섬세함도 돋보인다). 부통 장식 아래에 있는 푸시 버튼을 누르면 커버가 열리며 숨은 시계 다이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작은 다이얼을 통해 시와 분을 확인할 수 있다. 불가리의 ‘세르펜티 미스테리오시’ 역시 시크릿 워치지만 마드모아젤 프리베 부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카이브 디자인에서 영감을 가져온 미스테리오시는 손목의 곡선을 따라 움직이도록 뱀을 원형으로 형상화한 뱅글 브레이슬릿 형태다. 꽃 장식을 한 듯 사랑스러운(!) 뱀의 머리를 살짝 들어 올리면 숨어 있던 시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화이트 골드 몸체 군데군데에 핑크 사파이어를 세팅해 화려하면서 화사한 매력을 더했다.

 

에디터 이서연(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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