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의 연기를 꿈꾸는 배우 이상윤과 나눈 이야기

조회수 2020. 9. 8. 16: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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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라스트 세션> 과 영화 <오케이 마담> 을 오간 그는 완벽한 연기를 꿈꾼다.

볼드한 느낌의 T 모티브가 댄디한 룩에 활력을 더하는 18K 로즈 골드 티파니 T1 와이드 링, 같은 소재로 통일감을 준 티파니 T1 와이드 힌지드 뱅글 모두 Tiffany & Co. 제품. 라운드넥 니트 Zegna.

“난 배우가 갖춰야 할 모든 걸 갖고 싶다. 감각이 굉장히 좋은 배우처럼 섬세하게 연기하고 싶고, 기술적으로 능수능란한 연기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그걸 위해 다양한 걸 경험하고 내가 가진 틀도 부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려움 없는 도전과 경험 그리고 성숙,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이다.”

꽤 빡빡한 일정이었다. 이상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머리와 피부 톤을 손보고 여러 벌의 옷을 갈아입었다. 세트가 준비되면 사진가의 요청에 따라 연기했고(이상윤은 이걸 연기의 일종이라 칭했다), 잠시 틈이 나면 현장 한편에서 조용히 콜을 기다렸다. 쉼 없이 5시간이 흘렀다. 보통 이런 스케줄에선 언뜻 자연인의 모습이 튀어나온다. 컷과 컷 사이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순간, 우리가 익히 아는 그가 아닌 진짜 그 사람이 보인다. 처음부터 줄곧 현장을 지켜봤지만 이상윤에겐 그런 간극이 없었다. 그는 에디터의 요구에 응하고 스태프의 안부를 묻거나, 커피나 샌드위치를 먹을 때 말곤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유난하지 않고, 또 예민하지 않게 스튜디오에 머물며 성실하게 촬영에 임했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젠틀하고 멀끔한 이상윤의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틈틈이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컷에서 부족하다 생각한 부분을 메워나갔다. 촬영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선 자신의 말이 온전히 전달됐는지 염려하며 각주와 사족을 덧붙였다. 연이은 공연으로 목이 쉬어 있었지만 물병 두 병을 비우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 진지함과 성실한 태도가 꽤나 인상 깊었다.

이상윤은 20세기를 연상시킨다. 모든 것이 풍요롭던 시절의 여유와 너그러움이 그의 표정과 제스처에 묻어 있다. 굵은 선과 다부진 턱, 선한 눈매는 고전적이면서도 신뢰를 준다. 마치 1920년대 할리우드 배우 게리 쿠퍼나 제임스 스튜어트처럼, 결국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제자리를 찾을 거란 막연한 안도감을 준다. 그게 이상윤이란 배우를 지켜보게 하는 힘이다. 그러나 명민하고 잘생긴 외모만이 그의 매력은 아니다. 대중이 아직 모르는 이상윤의 한 면은 꽤나 뜨겁다. 그의 목표는 생각보다 높다. 그래서 여러 수를 계산하고 문제에 매달리며 때론 의외의 선택을 한다. 그가 연극 무대에 오르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목표를 향한 일련의 과정이다.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싶고, 어울리는 외투 한 벌이라도 더 입어보겠다는 열망. 그런 것이 이상윤을 도전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그가 쌓은 필모그래피는 전체 배우 인생에서 3분의 1 지점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가 될 거란 또렷한 이미지는 없지만 아마도 지금보다 다채롭고 원숙하며, 강렬한 모습이 될 것이다.

브랜드의 이니셜인 T자를 체인 형태로 맞물려 디자인해 건축미가 느껴지는 18K 옐로 골드 티파니 T 트루 내로우 브레이슬릿과 같은 소재의 티파니 T 트루 와이드 링 모두 Tiffany & Co. 제품. 화이트 라운드넥 니트 John Smedley, 화이트 카디건 J.Rium.

현장에서 이렇게 점잖은 배우는 오랜만이다. 나도 장난치고 농담도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작업하는 공간이니까, 일에 집중하게 되는 거 같다. 이렇게 멋있게 촬영한 건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유난히 바쁜 가을을 맞이했다. 연극 <라스트 세션> 공연 중이고 영화 <오케이 마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8월 초에 시사회를 시작했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 시기가 좀 아쉽지만 열심히 준비했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연극은 더블캐스트라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 아직 익숙한 공간도 아니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연극 무대를 선택한 건 꽤 의외였다.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 무대가 익숙하지도 않을 테고, 이미 영화나 방송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배우가 작은 무대에 선다는 건 한국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무대에 서고 싶었다. 전공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항상 연기에 대해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그게 결과에 대한 것이든 경험에 대한 것이든 채우고 싶었다. 작품에서 만난 선후배에게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갈망이 생기더라. 영화나 방송이 내가 가진 걸 소모하는 느낌이었다면 무대는 다르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기분이다.

두렵지는 않았나? 무대에선 NG가 없다. 난 오히려 그 반대가 두려웠다. 나의 부족함이 드러나는 게 더 무서웠다. 연기를 하면서 내가 가진 거에 비해 많은 걸 누리고 있다 느낀 적이 많다. 그 부끄러움과 다시 마주치는 게 두려웠다고 할까. 물론 무대는 쉬운 곳이 아니다. 기댈 곳이 없으니까. 매번 낭떠러지 앞에 서는 느낌이다. 온전히 내가 책임져야 하는 공간. 그런데 그게 꽤 매력적이다.

밴드를 에워싼 T 모티브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반짝임을 더한 18K 화이트 골드 티파니 T 투 링, 스틸 스퀘어 케이스와 T 형태의 링크 브레이슬릿의 조화가 돋보이는 셀프와인딩 방식의 티파니 1837 메이커스 워치(모두 오른손), 브랜드의 이니셜인 T자의 수직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18K 화이트 골드 티파니 T 스퀘어 브레이슬릿(왼손) 모두 Tiffany & Co. 제품. 그레이 싱글브레스트 슈트와 화이트 셔츠 모두 Brunello Cucinelli.

그래서 무대에서 많은 걸 얻었나?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 더블캐스트다 보니 내 역을 연기하는 다른 배우를 지켜보는 게 특이했다. ‘내가 이렇게 표현하는 걸 저 배우는 저렇게 하는구나’, ‘저 배우는 캐릭터를 이렇게 해석하네’ 같은 부분. 그리고 똑같은 대본으로 수차례 무대에 오르는 것. 방송이나 영화에선 경험하지 못할 일이다. 대사나 동선, 무대도 변하지 않지만 매 순간 다르다. 그리고 관객에게 얻는 에너지 같은 것도 대단하다. 이런 것이 전부 연기의 밑천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출연은 어떤가? (손사래 치며) 절대 안 된다.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지만 감히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닌 거 같다. 물론 감정 표현과 연기도 중요한 장르지만 노래로 관객을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뮤지컬 팬으로서 그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올해로 14년 차 배우다. 필모그래피도 꽤 쌓였다. 배우로서 삶을 점검해본다면 지금은 어떤 순간인가? 이제 이 생활이 자연스러워지긴 했다. 그런데 책임감은 더 느낀다. 어릴 때를 떠올려보면, 비전공자라는 게 내 부족함에 대한 변명이 된 듯하다. 그런데 이젠 그런 관용을 베풀어줄 요소가 없다. 이젠 연기로 어떤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또 주연배우니까. 그러니까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연출자나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다. 답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대에 서게 된 것도 있다.

배우 말고도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거 같다. 요새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또렷하게 떠오르는 건 없다. 배우라는 직업이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다. 예민한 배우도 있다. 작품에 들어가면 밥도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는 부류. 난 그런 쪽은 아닌데 요샌 좀 예민해진다. 항상 새로운 걸 창조하고 감정을 다뤄야 하니까. 사람이 다소 피폐해지는 거 같다. 그게 연기엔 도움이 되지만 생활에선 아니다. 그런 부분이 고민이다.

브랜드의 장인정신을 강조한 18K 옐로 골드 티파니 1837 메이커스 내로우 슬라이스 링(검지), 체인 형태로 맞물린 알파벳 T 모티브가 구조적 느낌을 선사하는 18K 옐로 골드 티파니 T 트루 와이드 링(약지), 온화한 빛을 발하는 18K 옐로 골드 티파니 1837 메이커스 아이디 태그 펜던트 모두 Tiffany & Co. 제품. 성근 짜임의 네이비 라운드넥 니트, 와이드 팬츠, 스니커즈 모두 Tod’s.

자연인 이상윤은 어떤 사람인가? 편안한 걸 좋아하고 그런 걸 추구하는 사람. 편안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모든 일에 대해 진지해 보인다. 분명히 그런 면도 있다. 친한 사람들하곤 장난도 치지만 대부분 진지한 모습인 거 같다. 난 사람들과 불편해지는 걸 싫어한다. 대화할 때도 ‘그건 아닌데?’ 같은 뾰족함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예능 프로를 해보니 그쪽에선 기본적으로 서로 부딪치려고 한다. 거기서 나오는 코드가 재미있으니까. 나쁜 의도는 없지만 싸우려 한다고 할까? 그게 좀 어려웠다. 친한 사람들하고는 괜찮지만, 아직 벽을 허물지 못한 사람과 굳이 부딪쳐야 하는 게 어색했다.

그래서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의외였다. 이상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고 쉽게 그림이 안 그려졌다. 한 작품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을 때다. 어떤 갈증을 느껴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는데 거기서 여러 생각을 했다. 그중 하나가 너무 편안한 걸 찾다 보니 늘 하던 것만 하지는 않았나 하는 자기반성이다. 해보지 않은 걸 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기회가 왔다. 내가 갖고 있는 틀을 깨고 싶었다.

이상윤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가 있다. 영리하고 매너 좋은 준수한 남자. 많은 배우가 원하는 이미지이긴 한데, 정작 본인은 가끔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이미지에 대한 답답함도 있다. 그런데 크진 않다. 오히려 감사한 일이니까. 물론 한때는 다양한 걸 해보지 못하는 걸림돌로 생각했다.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 내가 맡은 것들, 완벽히 해내지 못하다 보니 스스로 갇힌 거였다. 지금은 이미지나 배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연기를 잘하면 그 폭도 넓어진다고 믿는다.

밴드를 에워싼 T 모티브가 볼륨감을 선사하는 18K 로즈 골드 티파니 T 투 링, 아카이브 모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스퀘어 디자인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셀프와인딩 방식 18K 로즈 골드 티파니 1837 메이커스 워치 모두 Tiffany & Co. 제품. 핀스트라이프 더블브레스트 재킷 Dunhill.

드라마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일 거 같다. 그간 이상윤의 연기와 달랐고, 대중의 반응도 평소와 달랐다. 박성준은 꽤 흥미로운 인물이다. 감정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 가장 매력적인 건 부정을 저지르는 상황이 아니라 그걸 겪으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태도에 있다. 답답하기까지 한 묵묵함이 내가 노린 수였다. 그런데 한편에선 그게 연기력 논란으로 이어지더라. 나와 캐릭터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보이는 캐릭터의 모습까지 고려해야 했다. 내 설득력이 부족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결국 이야기다. 이야기의 힘이 극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아무리 좋은 문장으로 채운 소설이라도 이야기가 형편없으면 끝까지 읽을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흥미롭게 따라올 수 있는 단단한 뼈대가 필요하다. 그게 이야기다.

브랜드의 아이콘인 T 모티브를 모던하게 디자인해 데일리 제품으로 좋은 18K 옐로 골드 티파니 T1 와이드 링과 같은 소재의 티파니 T1 와이드 힌지드 뱅글 모두 Tiffany & Co. 제품. 네이비 피케 셔츠 Loro Piana.

이번에 출연한 <오케이 마담>도 그런 기준에 부합했나? 이번 작품을 시작하게 된 것도 결국 좋은 이야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 <날 보러 와요>를 함께한 이철하 감독의 요청이 있었다. 신뢰하는 연출자와 제작사 그리고 좋은 이야기까지 갖췄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코미디 장르인데, 나 혼자 진지한 연기를 해야 해서 그게 좀 머쓱했다.(웃음)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새로운 모습이 있다면? 체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정한 캐릭터. 그걸 해보고 싶다. 한번은 친한 친구가 내가 그런 역을 맡으면 굉장히 무서울 거 같다고 했다. 나한테 그런 면이 있다. 마음이 있을 땐 열과 성을 다하지만 그게 다하면 냉정해진다. 그리고 동네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 편안한 차림에 일상적 언어를 쓰고 일상적 고민을 하는 30~40대 남자.

연기자로 더 갖추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 난 배우가 갖춰야 할 모든 걸 갖고 싶다. 감각이 굉장히 좋은 배우처럼 섬세하게 연기하고 싶고, 기술적으로 능수능란한 연기자가 되고 싶기도 하다. 그걸 위해 다양한 걸 경험하고 내가 가진 틀도 부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려움 없는 도전과 경험 그리고 성숙, 지금 내게 필요한 것들이다.

에디터 이현상(ryan.lee@noblesse.com),조재국(jeju@noblesse.com)

사진 김흥수

헤어 양인경(김활란뮤제네프)

메이크업 서지윤(김활란뮤제네프)

패션 스타일링 서나원, 오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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