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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배우는 레시피

조회수 2020. 8. 19.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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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해법.

요리를 한다는 것은 끼니를 때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창조적인 무언가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는다는 의미도 있다. 그뿐인가. 싱싱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채소와 과일을 보고 만지며 자연에서 얻는 힐링, 미처 몰랐던 각종 식재료를 알아가는 즐거움, 거기에 내가 차린 계절의 풍미 가득한 제철 음식을 상대방이 맛있게 먹을 때의 희열까지, 요리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바는 이렇듯 다양하다. 더욱이 지금처럼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라면, 손맛 담긴 요리로 정성껏 차린 식탁이 주는 행복은 배가될 것이다. 생활 속 한식과 특별한 상황을 위한 별식 그리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한잔을 더욱 감칠맛 나게 해줄 안주 레시피가 가득한 책을 소개한다.

밥의 환생

한국인에게 한식은 공기와도 같다.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건너뛸 수 있어도, 적어도 한 끼는 꼭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 대치동에서 10년간 가정 요리 강사로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동부이촌동 레스토랑 ‘수퍼판’에서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우정욱 요리연구가는 ‘철학과 마음을 담다’라는 부제의 [우정욱의 밥]에서 한식을 베이스로 한 관자를 얹은 곡물 샐러드, 민어조림, 매운 갈비찜, 너비아니 삼합 등 160여 가지 퓨전 요리를 소개한다. 레시피를 집대성한 것 같지만 일상에서 식사의 소중함을 언급하며 진정한 ‘우정욱식 맛’이 무엇인지 전달하는 것이 특징. 책 앞쪽엔 모임 요리와 손님 초대 요리를, 뒤쪽엔 밑반찬과 별미 반찬, 국과 찌개, 김치 등을 소개하며 건강을 위한 따뜻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제철 채소의 신선한 맛을 살려 양념으로 무치고 기름에 볶고 뭉근히 조린 기본 반찬이야말로 맛과 영양의 균형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가장 소중한 음식이 된다.” ‘160가지’라는 숫자가 주는 놀라움도 그렇지만, 독자들이 우정욱의 요리책을 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보석 같은 책’이라고 하는지 알 만하다.

솥밥에 관한 모든 것이 담긴 [근사한 솥밥]은 표지에 적힌 대로 ‘솥밥 하나로 꽉 찬 식탁 만들기’의 정석이다. 인스타그램 계정 ‘여나테이블’로 유명한 쿡 인플루언서 김연아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 ‘똥손’으로도 그럴싸한 식탁을 차릴 수 있는 마법의 레시피를 비롯해 불 세기부터 각종 밥에 어울리는 육수 내는 방법, 밥과 찰떡궁합인 국과 반찬까지 모두 공개한다. 그러니까 “왜 전기밥솥을 놓아두고 사서 고생을 해?”같이 멋모르는 질문은 넣어두기 바란다. 저자가 추천하는 솥밥 중 계절별로 꼭 하나만 고르라면 두릅바지락솥밥(봄), 명란마늘솥밥(여름), 무굴솥밥(가을), 홍합미역솥밥(겨울)이 되겠다. 감히 말하건대, 제철 자연의 향을 듬뿍 담은 계절 밥상으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채식주의자인 당신의 머리맡엔 [매일 한끼 비건 집밥]을 놓아두고 싶다. 어릴 때 자가면역 질환인 건선을 앓은 저자는 이스라엘과 프랑스에서 치유의 여정을 보내며 현미 채식을 병행한 결과 병을 완치했다. 그 경험을 살려 자연 치유식 쿠킹 클래스를 운영 중인데, 이 책에선 음식마다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는 피곤한 비건을 위해 쉽고 다채로운 비건식을 소개한다. 콩고기같이 특수 재료가 아닌, 냉장고 속 재료를 사용한 채수와 비건 소스, 비건 치즈 그리고 달걀 대신 두부로 만든 두부 스크램블 플레이트, 버섯과 낫토로 만든 채소 초밥, 토마토에 비빈 비빔국수까지 건강에도 좋고 눈도 즐거운 요리가 가득하다.

별식과 안주의 매력

집에서도 누구나 만드는 파스타는 그만큼 남녀노소 호불호가 없는 국민 별식이다. 그 때문에 어떤 요리책보다 자주 눈에 띄는데, 파스타의 기초부터 시작하고 싶다면 가 제격이다. 30년 가까이 파스타에 빠져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금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안토니오 심 셰프는 레시피 개수에 욕심내지 않는다. 오히려 파스타 면에 따른 각각의 특징과 토마토, 오일, 크림 등 여러 소스가 지닌 매력, 파스타에 어울리는 식재료 등 기본 정보에 힘을 싣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스파게티를 가장 많이 먹을 것 같지만, 사실 알덴테 식감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소스가 파스타 구멍 안으로 잘 배는 펜네 같은 쇼트 파스타를 더 즐겨 먹는다”는 식의 팁은 식사 자리에서 소소하게 아는 척 하기에 더없이 좋다.

“너희는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는 성서의 한 구절을 패러디한 [진주의 키토 도시락]은 키토(저탄고지) 도시락 매뉴얼이다. 키토식 요리연구가인 저자는 맘껏 먹고도 부부 합산 46.4kg를 감량한 비결로 ‘삼시세끼 키토식’을 꼽는다. 외부 활동이 많은 점심시간에도 키토 도시락을 준비하면 안팎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키토식 하면 심심한 맛일 것 같지만 셀러리를 곁들여 먹는 커리 마요 윙, 돼지고기를 된장으로 양념한 된장 맥적, 오이·올리브·안초비를 얹은 삶은 달걀 카나페, 여름철에 냉장고에 넣어두고 시원하게 먹는 해물 샐러드 등은 평소 맛보던 별미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몇몇 식재료와 일반 기름이 아닌 코코넛 오일, 무염 버터, 아보카도 오일, 올리브 오일, 생들기름을 사용한 것이 다를 뿐.

읽는 것만으로 군침이 도는 책도 있다.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의 식욕 자극 에세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는 한마디로 음식 탐닉기다. 글 주제는 고기구이, 돈가스, 카레라이스, 단팥빵, 젓갈, 메밀국수, 심지어 라면까지 지극히 평범한 음식. 그러나 에세이와 함께 직접 그린 네 컷짜리 만화와 말풍선 속 “한밤중에 집에 돌아와/ 주방으로 직행/ 그릇에 밥을 퍼서/냄비에서 식은 카레를 끼얹어서/ 그 자리에 선 채로 먹는 게 최고” 같은 문장은 카레를 더욱 특별한 별식으로 거듭나게 한다.

구스미 마사유키는 유쾌한 필력을 바탕으로 [일단 한잔, 안주는 이걸로 하시죠]라는 반주 가이드도 발표했다. 볶음밥엔 온더록스, 오뎅엔 컵사케, 우동 나베엔 탁주, 돈가스엔 맥주, 히야시추카(일본식 중화냉면)엔 발포주 같은 궁합을 제시하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주말 꼭 시도해봐야 할 조합은 ‘배달 피자에 코크하이(코카콜라를 탄 위스키)’다. 산토리 위스키 ‘야마자키’에 콜라를 꿀렁꿀렁 부어 옅은 맛의 코크하이를 만들어 뜨거운 피자와 함께 목으로 넘기는 그 맛의 향연은,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진 짐작하기 어렵다.

술 한잔과 함께 곁들일 맛있는 한 끼가 절실하다면 반주 레시피 북 [퇴근 후 한잔]도 좋다. 20만 명의 팔로를 거느린 푸드 스타일리스트 마지는 대략 30분 안에 만들 수 있는 명란 타파스, 치즈 팝콘, 토마토 소시지탕, 카프레제, 하와이풍 연어 샐러드, 골뱅이탕, 버터 관자볶음 등 쉽고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38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메뉴 북에서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안주는 ‘대파구이와 미소된장 소스’. 대파를 썰어 구운 뒤 미소된장과 올리고당, 맛술로 소스를 만들어 구운 대파에 끼얹기만 하면 된다. 불 맛을 입은 대파에서 나오는 달큰한 맛도 감사한데, 칼로리가 낮아 늦은 시간 먹기에도 좋다니 불금의 필수 안주가 아닐까.

연희동 자택에서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하는 나카가와 히데코는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夏: 맥주편]에서 맥주와 어울리는 40가지 레시피와 각각의 요리에 페어링하기 좋은 국내외 맥주를 정갈하게 정리했다. 구운 가지무침에는 파이어스톤이지잭, 태국식 골뱅이 쌀국수 샐러드에는 플래티넘 페일 에일, 방울토마토 깨무침에는 에스트레야 담 바르셀로나, 일본식 닭튀김에는 필스너 우르켈이 좋다니 여름이 가기 전에 지인들과 함께 가든파티를 열어 생소한 이름의 맥주를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사진 김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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