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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이엔드 주거 문화는요

주목해야 할 하이엔드 주거 문화의 흐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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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갤러리의 ‘컬렉터의 집’에서 선보인 프라이빗 가든.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고급 주택의 출현이 두드러졌다. 한남동의 한남더힐부터 성수동의 갤러리아포레와 트리마제, 잠실동의 시그니엘 레지던스, 또 올 초부터 입주를 시작한 나인원한남 등은 ‘초고가’라는 점, 그리고 셀레브러티가 입주한다는 점 등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렇듯 많은 이의 이목을 끄는 요소가 아니더라도, 최근 고급 주택은 라이프스타일의 달라진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거 공간에 대해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높은 가격을 호가하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가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름을 붙여 ‘브랜드화’된 대형 아파트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열풍이 불었고, 탁월한 조망과 고급 자재로 꾸민 인테리어, 피트니스 센터나 스파 같은 전용 시설 등의 조건을 갖춘 특정 아파트는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가 되고 부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대 이후 그에 못지않은 편의 시설을 갖춘 신축 아파트가 일반화되면서, 그 이상을 충족시켜야 하는 고급 주택은 이전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더 특별하고 차별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시설 외에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된 품격을 지녔다.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는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로 비슷한 소득 수준의 입주민이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등 소통하는 모임을 만들고, 발레파킹이나 리셉션, 가사 보조 등 입주민만이 누릴 수 있는 호텔식 컨시어지와 하우스 키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이제 고급 주택에서 ‘흔하게’ 혹은 ‘당연하게’ 받을 수 있는 ‘표준화된 서비스’가 되었다. 이렇게 큰 폭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좋은 집’에 대한 의미가 변함과 동시에 고소득 전문직이나 셀레브러티를 중심으로 한 영 리치(young rich) 계층의 명품 소비와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것이 있다. 2000년대 이전엔 가장 안전한 재산 증식의 수단,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투자 가치를 먼저 따지던 데서 벗어나 특별한 주거 환경인지,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충족시킬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어퍼하우스 청담파크의 공용 공간.

더 나아가, 여기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고급 주택이 눈에 띈다. 건축 &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 스트락스 어쏘시에이트 박광 대표는 하이엔드 주거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깊이 체감하고 있다. “니즈가 분명해진 거죠. 오랜 시간 좋은 것을 소유하고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취향과 안목이 생긴 거예요. 유행에 민감하고 소비할 만한 충분한 재력이 있어도 나한테 필요 없으면 굳이 사지 않아요. 누구나 살 수 있는 유명 브랜드를 무작정 소비하기보다는 나만의 취향과 안목, 라이프스타일에 걸맞은 남다른 걸 소유하고 싶어 하죠.” 그는 2010년대 초 방배동의 18세대 각 집에 가상의 집주인을 설정해 제각각 다르게 디자인한 프라이빗 고급 주택 시설 ‘어퍼하우스’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와 그의 팀이 기획, 디자인해 첫선을 보인 방배동 어퍼하우스나 올해 입주한 청담동 어퍼하우스도 그런 맥락에 초점을 두고 선보여 단기간에 완판되는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내부에 들어가면 일견 다른 고급 아파트에 비해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일관된 맥락은 특별하다. 세월이 흘러도 낡은 게 아니라 멋스럽게 나이 드는 자재의 선택, 프라이빗한 커뮤니티 시설 등 공용 공간과 복도나 로비같이 비워둔 공간의 배치, 차가 움직일 때마다 굉음이 나지 않도록 특수 도료로 마감한 주차장 등은 모두 입주민 한 명 한 명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주기 위한 완성도 높은 디테일 요소다.

1 아크로 갤러리 복층형 펜트하우스의 티룸 & 드레스룸.
2 아크로 갤러리의 단층형 펜트하우스에 꾸며놓은 거실과 중정.

스트락스 어쏘시에이트가 지향하고 중시하는 하이엔드 주거 공간의 방향은 ‘커스터마이즈’다. 현재 분양 중인 새로운 남산 어퍼하우스는 아예 비스포크팀을 따로 두어 기본 요소 외에는 전부 각자의 입맛에 맞춰 디자인할 예정이다. 모델하우스도 실내 구조와 마감재, 인테리어 등을 볼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디자인 방향과 분위기만 보여주도록 꾸몄다. “디자이너의 취향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예요. 남산 꼭대기에 자리해 산을 집 안으로 끌어들인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화산석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거실에서 탁월한 전망을 볼 수 있도록 꾸몄어요. 향후 완성될 집은 남산 산책로가 바로 집 앞에서 시작되고, 스무 채 전부 출입구가 달라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줄 거예요. 그중 절반은 각각 천장 높이나 실내 설계도 다르고요.” 이러한 흐름 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핫 플레이스는 대림산업에서 지난해 11월 런칭한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아크로(ACRO)다. 얼마 전 컨셉하우스 ‘2020 ACRO 갤러리=컬렉터의 집’을 공개했는데, 기존 견본 주택이나 모델하우스 형태에서 벗어난 2개의 펜트하우스로 획기적 시도를 한 것이다. 아크로가 주목한 글로벌 하이엔드 주거 트렌드는 창의적이며 건강하고 가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최상위 계층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웰니스’가 강조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다. 웰니스를 추구하고 예술적 취향을 지닌 부부에게 어울리는 공간을 연출한 단층형 펜트하우스는 실내에 자리한 중정과 자연 소재를 사용한 모던하고 내추럴한 스타일. 사우나와 필라테스 룸, 디터람스 컬렉션으로 장식한 방 등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잘 드러나는 디테일로 완성해 눈길을 끌었다. 복층형 펜트하우스로 꾸민 또 다른 공간은 높은 층고를 살려 다양한 취미를 지닌 가족의 일상을 반영했다. 1층은 퍼블릭 공간, 2층은 프라이빗 공간으로 구성해 가족 공용 공간과 침실의 동선을 완벽하게 분리해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것이 특징. 무엇보다 사는 사람의 개성과 디테일한 취향을 담았다는 점, 그리고 수준 높은 아트 작품과 명품 가구 셀렉션으로 예술적 감성을 불어넣어 희소성 있는 공간을 구현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어퍼하우스 청담파크 입주민들이 손님 초대 시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키친 & 다이닝 공간.

이렇듯 개인의 취향과 디테일을 중시하는 하이엔드 주택의 트렌드는 좀 더 작은 평형대에도 실현되는 추세다. 1~2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 럭셔리함과 공간의 사이즈가 더 이상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다. 강남구 논현동에 지난 6월부터 분양을 시작한 ‘펜트힐 캐스케이드’는 중소형 주택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단지 내에 골프 라운지와 스파, 피트니스 등 시설은 물론 커뮤니티 라운지와 다수의 편의 시설을 조성하고, 발레파킹과 리셉션 데스크 등으로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1층 건물 중앙에 탁 트인 오픈 스페이스 공간을 조성하고 선큰 광장과 옥상 정원 등을 설계했는데, 특히 미술 전시품과 조화를 이룬 광장은 ‘도심 속 숲’을 모토로 한 힐링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3, 4 중소형 고급 주택인 펜트힐 캐스케이드의 세련된 인테리어.

박광 대표도 고급 주거 공간의 소형화를 예측하며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고 했다. “고급 주거 시장이 더 폭넓게 열리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단지 큰 규모의 비싸고 유명한 주택이 아닌 나만을 위한 주거 공간을 찾기 시작한 덕분이죠. 고급 주택의 정의는 변화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집,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지, 비싼 조명이나 가구보다 개인의 행복에 가치를 두는 공간. 남과 다르게, 특별한 취향을 존중받는 유일무이한 나만의 집에 대한 선택의 폭은 점점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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