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도 경매가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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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술품 경매에 보물이 출품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가 민간 시장에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드러낸 것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보나 보물 등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일지라도 개인이 소장한 경우, 국외에 반출하지 않는 한 문화재청에 소유주 변동사항을 신고하기만 하면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하다. (15일 기한 내에 신고 누락시 과태료를 부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경매시장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지정문화재 소유권 변동현황을 살펴보면 총 28건의 보물 문화재가 거래됐으며, 이 가운데 19건이 경매 시장에서 이뤄졌다.
케이옥션에서 거래된 보물만 몇 가지 꼽아보더라도 들으면 알 만한 작품들이다. 조선 세조 때 간행된 한글 불교서적 ‘월인석보 권20'(보물 제745-11호)이 3억 5천만 원에 낙찰되었고, 보조국사 지눌(1158∼1210)이 ‘목우자수심결’을 한글로 풀어 쓴 '목수자수심결 언해'(보물 제1848호)가 2억 5천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또 석가모니와 보살의 문답을 통해 사방에 가득한 생멸함(우주만물이 생기고 없어짐)이 없는 원각(부처의 원만한 깨달음)의 청정한 경지와 그에 도달하는 수행법을 담은 경전인 보물 제1518호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陀羅了義經)'이 2억 원에 거래되었다. 이 밖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9호로 지정된 ‘혼천의(渾天儀)’는 천체를 관찰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 ‘혼천설(고대 중국의 대표적 학설 중 하나로 공 모양의 하늘이 땅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에 의거해 하늘이 땅을 둘러싼 모습으로 제작된 것이며, 현존하는 것은 열 개 안팎으로 그 희귀함과 가치를 인정받아 2억 원에 낙찰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보물은 바로 2012년 9월 경매에 출품되어 치열한 경합 끝에 34억원에 낙찰되었던 보물 585호 ‘퇴우이선생진적첩(退尤二先生眞蹟帖)’이다. ‘퇴우 이선생’이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각각 첫 글자를 딴 것이다. 1975년 보물로 지정된 이 작품은 내용 14면과 앞 뒤 표지 2면을 포함하여 총 16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시대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과 우암 송시열의 글씨에 한국 미술사 최고의 거장이자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이 그린 그림이 4폭 실려 있다. 여기에 발문과 이 서첩의 전승 내력까지 꼼꼼히 적혀 있어 당대의 문화예술과 역사를 담고 있다는 점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겸재 정선이 그린 4폭의 작품 중 한 점인 ‘계상정거도’는 천 원짜리 지폐의 앞면이 실려 있어 더욱 유명한 작품이다. ‘계상정거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자 안에서 한 선비가 글을 읽고 있는데 그가 바로 58세의 ‘퇴계 이황’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림만으로 퇴계의 나이를 알 수 있을까? 바로 그림을 그린 겸재 정선이 퇴계가 그의 대표작인 ‘주자서절요’를 짓고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을 곁들였기 때문이다.
보물이 경매에서 낙찰될 경우 낙찰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매를 통해 거래되는 작품의 위탁자와 낙찰자에 대한 정보는 경매회사의 약관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비밀에 부쳐진다. 그러나 국가지정문화재의 향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빛나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관리 보존하여 후대에 남겨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인 논의를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글 손이천(케이옥션 수석경매사)
디자인 장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