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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규정짓는 디테일은 무엇인가요?

한 끗 차이의 디테일이 알려주는 당신이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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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로망

자동차에서 디자인은 ‘美’에 그치지 않는다. 차의 성능이며 브랜드가 켜켜이 쌓아온 정체성이다. 그래서 어렵다. 단순히 화려하다든가 멋지다는 표현으로는 차 디자인을 설명할 수 없다. 어떤 포지션의 차량을 설계하느냐, 엔진을 앞이나 중간 또는 후미에 배치하느냐,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차의 형태는 물론 보닛의 선 하나도 바뀐다. 이는 내부 인테리어에도 해당한다. 하지만 좀 더 복잡하다. 공간은 탑승자에 대한 배려다. 즉 상상력의 영역이다. 시야, 안전, 품질에 대한 만족, 직관적 인터페이스, 조작 동선의 최소화까지 고려해야 탑승자는 ‘성공적 경험’을 얻는다.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은 여기서 생긴다. 내 경우엔 스티어링 휠에 민감하다. 림(rim)을 D나 H 형태로 커팅한 것보다는 원형 그대로가 좋고, 스포크(spoke)를 잡고 운전하는 버릇 때문에 4 스포크 형태를 선호한다. 차량의 특징에 따라 인터페이스의 배치도 세밀해야 한다. 가령, 달리기가 주력인 자동차의 경우 패들 시프트가 필수여야 하고, 동반 탑승자가 많은 대형 모델은 편의 사양 대부분을 스티어링 휠에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엔터테인먼트와 소통이 자유로워야 한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가죽을 빳빳이 당겨 촘촘히 박음질한 그 질감이 좋다. 스펀지나 화학섬유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이 운전을 즐겁게 한다. _에디터 조재국

잠들기 전에

기나긴 하루를 끝내고 이불 속으로 들어갈 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마주한다. 잠들기까지 길게는 30분, 짧게는 10분 남짓 걸리지만 이 찰나의 시간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꽤 번잡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TV를 끄고 조명을 바꾼다. 형광등 대신 스탠드 조명을 벽 쪽으로 방향을 틀어 간접조명으로 세팅한다. 조도를 낮추고 아늑한 기운이 감돌면 잠옷으로 갈아입는다. 이때, 손에 막 잡히는 티셔츠와 반바지가 아니라 잠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이 중요하다. 안 입은 듯 가볍고 얇은 면 소재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도 좋지만,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바로 향수다. 메릴린 먼로가 잠옷 대신 ‘샤넬 N˚5’ 몇 방울을 뿌리고 잤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성격이 유별나거나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려니 생각했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잠들기 전에 향수를 뿌리는 행위가 생각지 못한 감각을 일깨우는 건 분명하다. 타인이 아닌, 오롯이 자신을 위한 이 작은 행위로 작은 만족과 함께 소소한 위로를 받는다. 향수의 선택도 자유롭다. 최근 손길이 가는 건 구딸 파리의 릴 오떼(L’Ile au The'). 은은한 시트러스 향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이렇게 향수까지 뿌리고 포근한 잠자리에 들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부들부들한 감촉을 만끽하면서 스탠드 조명도 끈다. 미각을 제외한 오감을 만족시키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누워서 오늘의 무탈함에 안도하고 내일의 일상을 마주할 준비를 한다. _에디터 이민정

나를 말해주는 패션

패션 기자라 새긴 명함을 들고 다닌 지도 어느새 십수 년. 이젠 지겨울 법도 한데 철이 바뀔 때마다 ‘패션’이란 이름으로 우후죽순 쏟아지는 물건을 접하노라면 기자로서 임무는 금세 잊은 채 위시 리스트를 만드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언제고 쇼핑을 자제해보겠다는 반성의 의미(!)로 사들인 물건을 방바닥, 침대 위 평평한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종류별로 늘어놓은 경험이 있다. 천태만상이지만 그 와중에 공통점이 있더라. 재킷, 코트, 점퍼를 아우르는 모든 아우터에 견장이 없다는 것. 가뜩이나 넓은 어깨가 더 돋보이고, 봉긋 솟은 견장 특유의 디테일 때문에 목이 짧아 보일 거라는 생각에서다(어깨선을 낮추는 수술은 어디 없는가?). 단추 컬러는 옷감과 톤온톤을 이룬다. 옷에서 없어서는 안 될 단추지만 그 자체가 디자인을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나열한 건 토트백. 핸들이라 불리는 손잡이의 길이가 가방 보디 길이에 비해 현저히 짧다. 가방을 들고 걸을 때 한 몸처럼 밀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어디에든 가방을 내려놓을 때 정착할 곳을 잃고 흐느적대는 핸들의 모습 또한 싫다. 천과 가죽 등 소재를 막론하고 평평한 바닥은 선택의 또 다른 중요 조건이다. 수납한 물건의 형태와 무게에 따라 바뀌는 모습은 여간 볼썽사나운 게 아니다. 그래서 바닥에 보완재가 없음에도 황홀한 실루엣에 반해 사들인 가방의 내부에 튼튼한 하드보드지를 재단해 집어넣는다(그래야 세상의 빛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스니커즈의 대다수는 바짓단을 가지런해 보이게 하는 하이톱 레이스업 스타일, 캐주얼 셔츠의 칼라는 단정한 버튼다운 형태를 고른다. 그러고 보니 이 모든 디테일은 나의 외향을 좀 더 정제된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성격 그 자체를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취향 덕에 아쉬운 점은 있다. 옷장 안에 걸린 것과 비슷한 아이템을 계속 사들인다는 점. ‘블랙성애자’처럼. _에디터 이현상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디테일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중요해요. 디테일이 모여 전부가 되니까.”

얼마 전 다시 본 다큐멘터리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에서 세계적 셰프 알랭 뒤카스가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는 동안, 그간 겪어온 총체적 미식 경험에 대해 떠올렸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순간까지 만나는 무수한 디테일에 대해. <미슐랭 가이드> 등 권위 있는 미식 평가 기준은 맛과 서비스에 집중하지만, 에디터가 주목하는 것은 그 너머의 사소한 것이다. 유명 건축가의 설계를 홍보하면서 정작 가구는 페이크로 채운 공간, 반짝거릴 만큼 쓸고 닦는 공간 너머 수시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요리사, 분위기에 걸맞지 않은 그림과 가구, 취향 없이 틀어놓은 유행가…. 매트리스 아래 낀 작은 완두콩처럼 사소하지만 식사의 즐거움을 위협하는 요소는 숱하게 많다. 언젠가 건축가 조성룡이 인터뷰에서 “어떤 공간에 가든 화장실을 보라”고 하는 말을 들은 뒤부터는 볼일이 없더라도(?) 화장실에 들러본다. 내부 공간과 일관된 언어로 이야기하는지, 첫인상만큼 마지막 인상에도 공을 들였는지,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건축가 페터 춤토르는 저서 <건축을 생각하다>에서 “성공적 디테일은 장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선을 자극하거나 눈에 거슬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전체에 대한 이해로 인도한다”라고 말한다. 디테일 너머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디테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늘 잠자고 있다. _에디터 전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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