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고, 느껴본 여섯 대의 소형차 시승기

조회수 2020. 6. 5. 10:16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미니멀라이프 시대, 여섯 대의 소형 세그먼트 시승기
DS DS 3 Crossback Grand Chic(Opera)
엔진 1.5리터 4기통 블루HDi
최대출력 131hp
연비 15.6km/L
가격 4259만 원

DS의 DS 3 크로스백 그랜드 시크는 전형적인 콤팩트 SUV지만(길이 4120mm, 넓이 1770mm, 높이 1550mm) 가까이 가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앞뒤 행이 짧은 대신 볼륨 있는 차체와 안정적 비율로 꽤 존재감 있는 사이즈를 완성했다. 크로스백 형태로, 180cm의 성인 남자가 타고 내릴 때도 문제없다. 자동차가 빼곡히 들어찬 주차장에서도 DS3는 눈에 띈다. 임페리얼 골드나 밀레니엄 블루, 루비 레드 같은 톡톡 튀는 컬러감도 한몫하지만(플래티넘 그레이, 파라네라 블랙, 위스퍼 퍼플 같은 컬러도 범상치 않다) 오동통한 차체 근육과 2톤 루프, 육중한 그릴, 눈매를 강조한 LED 라이트가 남다른 외관을 만든다. 특히 샥스핀 형태를 본뜬 B 필러와 평소 숨어 있다 차량에 1.5m 이내 접근하면 나타나는 플러시 피팅 도어 핸들은 DS3 크로스백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신선하고 독창적이다. 이러한 특징은 실내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DS3 크로스백의 실내엔 기존 자동차 브랜드의 언어가 없다. DS7에 적용한 프리미엄 소재를 대거 적용해 화려하면서도 심플한 공간을 완성했다. 이는 PSA 그룹의 장기로, DS3 실내는 그룹 내 어떤 모델보다 독창적이며 우아하다. DS 엠블럼 형태인 다이아몬드 패턴을 시트 퀼팅 스티치, 마감과 센터페시아, 송풍구 등에 적용했으며 ‘사용자 경험’이라는 화두가 무색하게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적용했다.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사이드미러 조절 조그 버튼을 한참 찾았다), 과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브랜딩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파워트레인은 4기통 1.5리터 블루HDi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달았다. 익숙하면서도 상상이 가는 조합이지만, 의외의 면모가 많다. 일단 정숙성. 디젤엔진인지 다시 한번 체크할 만큼 조용하다. 저속에서 진동을 잡아주는 것도 발군이고, 고속에서도 소음이 적다. PSA 그룹의 새로운 플랫폼 CMP(Common Modular Platform)를 기반으로 고밀도 폼 시트, 두꺼운 도어, 공기 배출부 위치, 차음 유리 등을 통해 정숙성(NVH)을 높인 덕이다. 이젠 콤팩트 모델에서도 승차감은 중요한 요소다. 주행 성능 역시 인상적이다. 저속에선 경쾌하지만 고속에선 차체가 단단하게 가라앉는다. 필요할 때 적절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정체된 도로에선 답답하지 않을 만큼 순발력을 발휘하고, 탁 트인 고속도로에선 150km까지 가뿐히 올라간다. 남다르고 감각적이며 기본기에 충실한 콤팩트 SUV를 찾는다면 DS3 크로스백은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_ 에디터 조재국

BMW 2 Series Grancoupe
엔진 2리터 4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디젤
최대출력 190hp
연비 13.9km/L
가격 4760만 원(럭셔리 라인)

BMW는 2시리즈 그란쿠페가 베이비 8시리즈로 불리길 바란다. 단지 귀엽게 봐달라는 게 아니다. 얼핏 보면 1시리즈를 가져다 트렁크와 캐빈 사이에 벽을 두어 분리하고 창문틀만 없앤 게 전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대를 번갈아 타보면 다른 점이 꽤 드러난다. 국내에서 2시리즈 그란쿠페는 190마력짜리 터보 디젤엔진만 선택할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이 엔진은 320d보다 가벼운 차에 얹어 어떤 상황에서도 쾌적하게 달린다. 터보 래그는 약간 있지만,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가 엔진 성능을 제때 원하는 만큼 쓸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란쿠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숙성에도 신경 썼다. 창문을 열어보면 고무 패킹을 꼼꼼하게 두 겹으로 둘러 외부 소음을 차단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리도 양호하다. 하지만 엔진룸에선 제법 괜찮은 소리가 넘어온다. 불쾌하지 않고 운전 재미를 북돋는 요소로 작용한다. 일상적 주행에선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운전자의 요구를 받아주고 연거푸 꼬부랑길을 달리면 제법 날카롭게 파고드는 모습도 보여준다. 일정 RPM에서 거칠게 신경질 부리지 않아 누가 몰아도 성실한 조종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다. 

게다가 연비도 훌륭하다. 덩치는 작지만 인테리어나 편의 장비는 한 체급 위 자동차와 맞먹는다. 풀 디지털 계기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그리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를 비롯해 손이 자주 가는 부위를 부드러운 소재로 마무리했다. 물론 부족한 점도 눈에 띈다.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거의 없다는 것. 또 이름은 쿠페인데 패들 시프트가 없다는 것은 꽤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1시리즈 해치백이 해내지 못한 것을 2시리즈 그란쿠페는 해냈을까? 아니, 오히려 반대다. 먼저 트렁크 입구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실용적이지만, 쿠페다운 루프 라인까지 잡으려다 보니 트렁크 도어가 짧게 열린다. 그 탓에 트렁크 안쪽으로 짐을 깊이 넣고 뺄 때 머리가 노치와 부딪히기 십상이다. 2열 공간도 마찬가지. 좁은 헤드룸을 보완하기 위해 루프에 홈을 후벼 파는 요령을 부렸지만, 옆을 내다볼 때 창문 상단이 시야를 가리는 것까지는 해결하지 못했다. 또 좁은 도어 탓에 창문은 절반이 채 내려가지 않는다. _ 이재림(자동차 칼럼니스트)

RENAULT SAMSUNG XM3 TCe 260 RE Signature
엔진 직렬 4기통 1332cc 터보
최대출력 152PS
연비 13.2km/L(18인치 기준)
가격 2532만 원

르노삼성의 판매 전략은 절묘하다. QM3로 B 세그먼트 시장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려놨고, QM6에는 SUV에 가솔린과 LPG 모델을 추가해 판매량을 높였다. 그리고 얼마 전 콤팩트 SUV 시장을 뒤흔들 멋진 차를 선보였다. 바로 XM3다. XM3는 대중 브랜드에서 내놓은 유일한 쿠페형 SUV다. 쿠페형 SUV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게다가 일반형보다 수백만 원을 더 지불해야 살 수 있는 모델이라 사람들이 구매하기에 부담이 없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XM3의 등장으로 쿠페형 SUV에 대한 접근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 결과 출시 보름 만에 1만6000대라는 계약 대수를 찍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 무색할 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인기 비결은 단연 외관 디자인이다. 사실 앞을 보면 QM6 앞모습을 위아래에서 살짝 누른 모습이고, 뒤는 SM6 뒷모습을 살짝 올린 모양새다. 하지만 옆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르노삼성에서 보던 라인과 완전히 다르다. 보닛에서 지붕을 지나 트렁크로 떨어지는 라인이 매끈하고 우아하다. 전반적 실루엣 때문인지 기존 르노삼성 모델보다 좀 더 어린 느낌이다. 

XM3의 크기는 4570×1820×1570mm로 경쟁 모델로 취급받는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4410×1810×1660mm)보다 길이가 길고 너비가 넓으며, 기아 셀토스(4375×1800×1520mm)보다는 전체적으로 조금 크다. 보통 쿠페형 SUV라고 하면 트렁크 공간이 작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XM3의 트렁크 용량은 513리터로 콤팩트 SUV 중 가장 크다. 2열 시트를 뒤로 살짝 눕혀 세단같이 트렁크 안쪽 공간을 살렸기 때문이다. 쿠페형 SUV의 약점을 잘 지웠다. 실내는 간결하고 깔끔하다. 운전대 너머엔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이 위치하고 대시보드 가운데에는 9.3인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화면처럼 세로로 놓여 있다. 전체적 실내 분위기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건 손이 닿는 부분을 딱딱한 플라스틱 대신 폭신한 폼을 덧댄 소재로 만들어서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배려도 충분하다. 루프 라인 때문에 뒷좌석 머리 공간을 희생할 줄 알았는데, 천장을 오목하게 파 머리 공간이 꽤 여유롭고 센터 콘솔 뒤쪽에는 송풍구와 2개의 USB 포트를 챙겼다. 시승차는 직렬 4기통 1.3리터 터보엔진을 품은 TCe 260으로 최대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kg・m를 발휘한다. 전반적 주행 감각은 SUV라기보다는 차고가 높은 세단을 운전하는 듯하다. 핸들링도 매끄럽고, 연속된 굽잇길을 지날 때도 좌우로 크게 출렁거리지 않고 엉덩이를 흘리지도 않는다. XM3 진짜 무기는 바로 가격이다. 크기와 상품성에 비해 가격이 너무 착하다. 1.6리터 엔진을 얹은 1.6 GTe의 시작 가격은 1719만 원이고, TCe 260은 2083만 원이다. TCe 260의 최상위 트림인 RE 시그너처도 2532만 원이다. 이만한 가격에 이렇게 멋진 자동차가 또 있을까? 8542명이 타보지도 않고 사전 계약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_ 김선관(<모터트렌드> 기자)

CHEVROLET Trailblazer RS
엔진 1.35리터 3기통 E-터보
최대출력 156hp
연비 11.8km/L
가격 2711만 원

어떤 세그먼트가 주목받는 계기가 있다. 시대가 원할 때, 그리고 기존 어법을 바꿀 새로운 세대가 탄생했을 때다. 현재의 콤팩트 SUV 열풍엔 이 두 가지가 존재한다. 물론 1인 가구 증가라는 세태가 있다. 그리고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라는 출중한 모델의 돌풍이 있다. 그만큼 만듦새가 괜찮다. 일단 외관. 정면에서 보면 쉐보레의 고성능 모델 카마로가 연상된다. 크롬 도금과 하이글로시 블랙 조합의 듀얼 포트 그릴로 상하를 나눴다. 강인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여기에 직선 캐릭터 라인,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 디자인, 후면까지 이어지는 보디라인의 머슬이 더해진다. 20~30대는 물론 40대도 손이 갈 수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최상위 라인인 RS 모델은 다크 크롬 그릴과 RS 전용 포인트 레터링, 블랙 보타이, 보디 사이드 몰딩 등으로 레이싱카 같은 날렵한 요소를 품었다. 

실내는 ‘프리미엄 세단 저리 가라’는 옵션을 선보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스카이풀 파노라마 선루프, 애플카 플레이, 무선 충전 시스템, 열선・통풍 시트,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까지 요새 핫한 필수 옵션을 제대로 갖췄다. 2열 공간도 넉넉한 편이라 성인 남자가 탑승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 460리터의 트렁크 공간도 웬만한 중형 SUV보다 넉넉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전 트림 기본 6에어백, 고장력・초고장력 강판의 78% 적용,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까지, 가격을 보면 믿기 어려운 옵션이 가득하다. 이 차에는 1.35리터 가솔린 E-터보엔진을 탑재했다. GM의 첨단 라이트사이징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터보엔진으로, 경량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중량을 낮추고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였다. ‘1.5리터도 적을 것 같은데 1.35리터라니, 힘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잊어도 좋다. 1.35리터 가솔린 E-터보엔진은 하이드라매틱 9단 변속기와 맞물려 촘촘한 기어비를 선사한다. 즉각적이고 이질감이 적다. 제원상의 최대출력은 156마력이지만, 실제 체감하는 출력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댐핑도 좋고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오랜만에 엔진과 변속기의 쫀쫀한 궁합을 만난 느낌이다. 답답한 느낌은 없지만 고속에서 느껴지는 진동과 소음, 그리고 가벼운 차체로 인해 노면 상태를 그대로 탑승자에게 전달하는 서스펜션 세팅은 다소 아쉽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뛰어난 완성도와 감각적 디자인, 여기에 넉넉한 옵션으로 콤팩트 SUV의 반경을 넓혔다. 다음 모델의 척도는 트레일블레이저가 될 확률이 높다. _ 에디터 조재국

MERCEDES-BENZ A 250 4 Matic
엔진 직렬 4기통 1991cc 터보
최대출력 224PS
연비 11.6km/L
가격 4540만 원

이제 메르세데스-벤츠 세단 라인업의 막내는 C 클래스가 아니라 A 클래스다. 세단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벤츠의 세단이라면 다르다. 세계적으로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세단 시장이 위축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벤츠의 핵심 라인업은 세단이다(물론 CLA가 A 클래스의 세단 아니냐고 반문하겠지만, 정확히 말하면 벤츠는 CLA를 세단이 아닌 4도어 쿠페라 부른다). 1997년 1세대를 출시한 이후 약 20년 동안 A 클래스는 해치백 스타일을 고수하며 섣불리 세단을 투입하지 않았다. 노하우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앞바퀴 굴림 기반의 소형 세단을 내놨을 리 없다. 이번 3세대 A 클래스를 내놓을 때 세단을 선보인 건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다. A 클래스 세단은 해치백 스타일의 A 클래스에 트렁크를 붙여 길이를 130mm 늘렸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도 35리터 늘어나 405리터다. 트렁크가 튀어나온 것만 빼면 전체적 형상은 해치백과 비슷하다. 실내 디자인도 해치백 모델에서 본 것처럼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옆으로 길게 뻗은 와이드 스크린은 계기반의 7인치, 센터페시아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장을 붙인 것으로 별도의 하우징을 씌우지 않아 시야가 탁 트이고, 대시보드도 단정하다. 대시보드 양 끝과 디스플레이 아래엔 터빈을 연상시키는 송풍구가 위치하는데, 생김새가 세련됐다. 소형차에 어울리지 않게 웅장한 운전대는 S 클래스에 장착한 것과 같다. 

좌우 스포크에 있는 기능의 구성은 거의 비슷하고 소재만 다르다. 사실 A 클래스 실내를 자세히 둘러보면 많은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뒤덮여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이 머무는 곳의 디자인과 소재에 포인트를 주고 소재와 소재 사이를 깔끔하게 마감하면서 플라스틱의 값싼 이미지를 말끔히 지웠다. 벤츠는 저렴한 소재도 고급스러워 보이게 하는 기묘한 능력이 있는 듯하다. 주행 질감은 아주 가뿐하고 매끄럽다. 인상 깊은 건 섀시다. 엔진이 뽑아내는 힘은 넉넉하고 회전 상승도 빠른 편인데 온 힘을 쏟아내도 버겁거나 힘겨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서스펜션 역시 유연하고 부드러워 승차감이 한층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해치백과 큰 차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형적인 세단을 위한 세팅이다. 가장 의외인 건 핸들링으로, 뒷바퀴 굴림의 C 클래스만큼 절묘하다. 앞바퀴 굴림 세단을 처음 시도한 벤츠가 A 클래스 세단 개발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벤츠는 그렇고 그런 앞바퀴 굴림 소형 세단을 만들고 싶지 않았을 거다. S・E・C 클래스로 이어온 세단의 성격과 감각을 A 클래스에도 고스란히 녹여냈다. 2019년 C・E・S 클래스가 벤츠 전체 판매량의 65% 넘게 차지할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벤츠 세단 모델의 판매 비중이 높다. 이번에 A 클래스 세단이 투입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A 클래스 세단은 메르세데스-벤츠 세단의 대중화에 큰 힘을 보탤 모델이다. _ 김선관(<모터트렌드> 기자)

JEEP Renegade Diesel Limited
엔진 1.6리터 4기통 터보 디젤
최대출력 120hp
연비 15.6km/L
가격 3860만 원

길이 아닌 곳에서 더욱 빛나는 지프지만, 이런 명성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자동차 성능을 썩히는 것 같아서다.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가장 아래 모델이다. 물론 셀렉터레인이나 4WD 락도 갖췄지만 대놓고 도심형 SUV라며 시장에 내놨다. 기존 2.0 디젤엔진을 대체하며 새로 추가된 1.6 터보 디젤 모델은 아예 네 바퀴 굴림 구동 방식과 셀렉터레인을 없애 접근하기가 더욱 쉬워졌다. 최대출력 120마력을 내는 엔진에 맞물린 변속기도 FCA가 자체 개발한 6단 건식 듀얼 클러치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파워트레인 조합인데, 일상적 주행에선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엔진 최대토크 32.7kg・m가 1750rpm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까닭이다. 물론 고속 영역에선 배기량과 출력의 한계가 드러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내달릴 차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섀시 탓이다.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피아트 500X에서 경험한 이 섀시는 숨길 수 없는 세월감이 묻어난다. 

특히 뒷좌석과 앞좌석의 승차감 차이가 큰데,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과 진동 그리고 소음이 솔직하게 유입된다. 앞뒤 서스펜션은 모두 스트럿 방식으로, 사륜구동과 같다. 요즘 보기 드문 건식 듀얼 클러치는 완만한 가감속에선 문제없지만, 급격히 속도를 올리면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기라도 하듯 발바닥의 힘이 빠진다. 전・후진을 반복하며 주차, 출차할 때도 마찬가지. 기어가 제대로 물리지 않은 듯한 공백이 있다. 적응의 문제겠지만, 운전하는 내내 신경 쓰인다. 1.6 터보 디젤의 최대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효율성이다. 공인 복합 연비가 15.6km/L인데 어떻게 달려도 14km/L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연료 탱크는 55리터로 단순 계산해도 860여km 달릴 수 있고, 연비 주행만 한다면 1000km도 무난할 것 같다. 네모반듯한 형태에서 오는 실내 거주성과 적재성은 달라진 게 없다. 성인 다섯 명을 태우기에 공간이 충분하고 좌우 윈도의 널찍한 시야에 더해 천장에는 파노라마 선루프를 탑재해 채광성이 좋다. 2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는 한층 넓어진다. 다만 이번 1.6 디젤은 트렁크 바닥에 별도로 있던 트레이를 없앴는데, 이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_ 이재림(자동차 칼럼니스트)

에디터 조재국(jeju@noblesse.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