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와인 업계의 판도를 뒤바꾼 주인공은?

조회수 2020. 4. 14. 10: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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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와인 업계의 판도를 바꾼 와인, 와이너리, 와인메이커를 소개한다.

40년 가까이 와인평론가로 커리어를 쌓은 내가 독립해서 와인평론가로 활동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지난 10년간 나와 제임스서클링닷컴(JamesSuckling.com) 팀 동료들은 10만여 종의 와인을 시음했다. 세계 곳곳의 와이너리 수백 군데를 방문하고 와인메이커를 만났다. 그중 2010년 이후 와인업계가 이룬 가장 큰 성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뛰어난 와인과 와이너리, 와인메이커를 선정해 <노블레스> 독자에게 소개한다.

Wine of the Decade 

Almaviva Puente Alto 2017 알마비바 푸엔테 알토 2017

칠레의 알마비바는 지난 10년간 해마다 새로운 빈티지를 선보이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명성을 쌓았다. 그리고 마침내 ‘알마비바 푸엔테 알토 2017’로 완벽의 경지에 이르렀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기반으로 블렌딩한 알마비바 2017은 우수한 품질과 폭발적 명성에 힘입어 좀처럼 나오지 않는 100점을 받았다. 알마비바 브랜드로는 2015년 빈티지에 이은 두 번째 만점이다. 당시 나는 “묵직한 무게감, 단단하게 닫혀 있으며 점성이 강하고, 블랙베리 이파리와 요오드, 홍합 껍데기, 흙냄새의 야생적이고 이국적인 아로마를 풍긴다”고 이 와인을 설명했다. 구조감이 좋고 강렬하며 여러 향이 농축되어 농후한 느낌을 준다. 알마비바 2017은 수석 와인메이커 미셸 프리우(Michel Friou)의 애정이 듬뿍 담긴 노고의 결과다. 프랑스 출신 프리우는 칠레 와인업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싱글 에스테이트인 알마비바에 합류했다. 알마비바 2017이 지닌 맛의 강도와 구조감은 재배 기간의 덥고 건조한 기후를 생각하면 뜻밖의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프리우와 그의 팀은 또 한번 보르도의 전문성과 신세계의 토양을 결합한 훌륭한 빈티지를 창조했다. 두 세계의 장점만을 모은 것이다. “푸엔테 알토(Puente Alto) 포도밭은 뛰어난 토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좋은 와인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장점이죠. 안데스산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푸엔테 알토는 안데스밸리의 다른 지역보다 항상 온도가 몇 도쯤 낮습니다”라고 프리우는 말한다. 덕분에 우아한 고품질 타닌뿐 아니라 숙성도와 신선도가 우수한 와인이 탄생한다.

Wine of the Decade

Masseto 마세토

2019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볼게리(Bolgheri) 지역의 대명사인 마세토(2005년부터 프레스코발디 그룹(Frescobaldi Group) 소유다)가 마침내 자체 와이너리를 오픈했다. 이전에는 동일한 소유주가 가진 유명한 포도원인 오르넬라이아(Ornellaia)의 셀러에서 마세토를 생산했다. 마세토 와인의 새로운 빈티지는 시가(opening price)가 한 병당 800달러지만, 단 몇 주 만에 완판됐다. 이처럼 믿을 수 없는 수요와 뛰어난 품질 덕분에 마세토는 현세대를 대표하는 컬트 와인으로 거듭났다. 마세토는 신선하고 균형 잡힌,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맛을 꾸준히 선보이는 월등한 품질의 순수 메를로 품종 빈티지를 생산한다. 미국의 와인평론가 중 거의 처음으로 마세토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메를로의 마법 같은 매력을 인식한 나는 2001년과 2011년, 2016년 3개의 빈티지에 100점 만점을 주었다. 1980년대 마세토의 소유주인 로도비코 안티노리(Lodovico Antinori)와 함께 큰 양조용 통에 담긴 순수 메를로를 맛본 뒤 그에게 이 와인을 따로 병입하면 ‘토스카나의 페트뤼스(Petrus)’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한 적도 있다.

마세토 최고의 빈티지는 2001년산으로, 100점 만점을 받은 기념비적 와인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토스카나에서 생산한 와인 중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매혹적인 로즈메리와 검붉은 과일 맛이 균형을 이루고, 자두와 가벼운 초콜릿 맛으로 변화한다. 코에 남는 잔향은 시원한 여름 아침에 마세토 포도밭을 산책하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마세토의 와인메이커 겸 에스테이트 관리자 악셀 에인츠(Axel Heinz)는 “필요한 것은 다 있고, 그 이상은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는 과정의 단계와 불필요한 개입을 줄여 와인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적을수록 좋다’는 그들의 철학이 훌륭한 와인을 빚어내는 것이다.

Winemaker of the Decade

Philippe Dhalluin 필리프 다뤼앵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트칠드 2010부터 나파밸리 오퍼스 원 2013, 칠레의 알마비바 2015와 2017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와인을 만든 와인메이커 필리프 다뤼앵. 같은 세대 그 누구보다 완벽한 와인을 만들어온 올해 예순두 살의 다뤼앵은 와인메이커로서 최상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1957년 프랑스 북부 발랑시엔(Valenciennes)에서 출생한 그는 열여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보르도로 이주했다. 다뤼앵은 당시 보르도 와인이 친숙했고, 버건디 와인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와인은 프랑스 남부 론 지역의 샤토뇌프뒤파프(Chateauneuf-du-pape)였다. “눈이 번쩍 뜨인 순간이었죠. 특출한 와인이었습니다. 너무 폭발적인 맛을 지녀 지금도 한 모금 한 모금 그 맛이 기억나요.” 이제 고인이 된 샤토 무통 로트칠드의 수장 필리핀 드 로트칠드 남작부인(Baroness Philippine de Rothschild)은 이 같은 다뤼앵의 치밀함, 열정, 역동적인 면을 높이 샀고, 2003년 로트칠드사가 소유한 다양한 샤토의 관리 책임자로 임명했다. 여기서 그는 여러 가지 정밀한 양조 테크닉을 도입했고, 그 결과 2006년 생산한 샤토 무통 로트칠드는 많은 평론가에게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되며 찬사를 받았다. 그 후 다뤼앵은 오퍼스 원 양조 책임자를 역임하며 자신의 정밀한 스타일을 미국 나파밸리에 전수했다. 칠레에서도 알마비바의 수석 와인메이커 미셸 프리우와 정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2010년대 최고 와인으로 언급한 알마비바 와인을 만들어내는 데도 크게 기여한 셈이다. “나의 작업은 맛의 풍부함, 신선함, 밀도, 매력 사이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끊임없는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다뤼앵의 와인에 대한 열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에디터 이정주(jjlee@noblesse.com)

글·사진 제공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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