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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들은 어디에 투자할까?

성공하는 브랜드는 장기적 안목으로 ‘사람’에게 투자하고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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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로로피아나의 베이비 캐시미어 원단 제작 과정.

이 글은 하이엔드 주얼리 하우스와의 미팅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고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만든 목걸이와 시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오갔기 때문. 어떤 곳은 특정 매듭을 만들기 위해 신입 직원에게 수년간 지켜보기만 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게 하고, 어떤 곳은 소재를 독점 공급받기 위해 그러한 내용을 조건으로 어느 마을과 계약을 맺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를 만족시키면 충분한 복지나 대우를 보장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까지였다. 더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요즘 많은 패션 하우스가 하이엔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각 브랜드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반응이다.

취재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가격표를 공개하지 않아도 오늘날 작품의 경지에 오른 하이엔드 제품은 패션부터 오디오 기술까지 놀랍도록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제품을 만든 사람에 대한 투자, 그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제반 환경에 대한 것에 집중하고 이를 힘주어 알린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명품 브랜드가 VVIP 고객 소개와 더불어 역사적 공방에서 접하는 도제식 교육, 장인에 대한 존경으로 브랜드의 정통성과 저력을 알렸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10년 사이 많은 명품 하우스의 부침 속에서도 ‘넘버원’ 자리를 지키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보면, 인적 자원과 업무 환경에 일찌감치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브랜드만의 인증 시스템과 체계적 교육과정, 지역 정책에까지 세세히 신경 쓴다.

로로피아나는 하이엔드 브랜드이자 다른 명품 의류 브랜드에 최고급 캐시미어를 공급하는, 부동의 1위를 지키는 메이커다. 그들은 더 넓은 의미의 인적 관리를 하고 있다. 깨끗한 자연에서 가져온 순수한 캐시미어가 가장 큰 자산이기에, 임원은 원산지의 새로운 사육사나 농장주를 만나면 “지금 당신의 자녀는 무슨 일을 하는가, 농장 일에 참여하는가?”부터 물어본다.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울 생산지인 뉴질랜드, 남아메리카, 페루, 아르헨티나, 볼리비아의 비쿠냐 농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아이들이 양이나 염소 사육에 흥미를 보이는지는 10~20년 동안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매년 최고 품질의 재료를 공급하는 농장주를 선정해 글로벌 시상식을 치르는 것 외에도 최고 수매 제안으로 농장주를 끌어들이며, 아예 주원료 공급지인 내몽골 정부와 만나 생태 환경 정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인간 존중을 우선해야 반복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지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직원의 ‘워라밸’을 우선시해 1일 8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게 하고, 출퇴근 카드와 조직 내 직급을 두지 않아 스트레스를 줄인다. 본사가 자리한 이탈리아 솔로메오 마을을 재건하고, 한때 지역주민의 50%가량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3 골드문트의 대표 모델 아폴로그. 올해 출시 25주년 한정판이다.
4, 5 2019년 롤스로이스 어프렌티스십 견습생의 모습. 롤스로이스는 영국 최대 어린이 전기차 경주 대회인 그린파워 IET(Greenpower IET) 대표팀의 차량 제작을 후원한다.

많은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가 그렇다. 언론과 대중에겐 샤넬의 칼 라거펠트처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최고로 비쳐지지만, 그들도 디자인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공방과 장인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최고 대우와 업무량 조절에 항상 신경 쓴다.

오디오 브랜드 골드문트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롤렉스와 파텍필립을 만드는 공장에서 같은 재료로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없는 주파수 대역을 재생하는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독점 기술을 개발한 수학자와 물리학자를 포함한 정직원 20명이 대부분 대학 시절 회사로 부터 장학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매출의 30%를 반드시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 개발 사이클은 최소 5년인데, 관련 업체 중 투입 시간이 가장 길다. 신제품은 판매 시즌에 맞춰 출시하지 않고, 만드는 사람이 만족할 때 시장에 선보인다. 그 밖에도 168년 전 방식 그대로 210kg의 천연 원료와 320시간을 투입해 만드는 헤스텐스의 최고급 매트리스나 15년 이상 영국식 구리 욕조를 디자인한 기술자를 투입해 소규모로 제작하는 윌리엄 홀랜드의 원칙은 다른 메이커에서도 들어봄 직한 이야기지만, 사실 제품이 완성될 때까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집 다음으로 가장 큰 사치품,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굿우드 공장, 그 지역 주민들과 지켜온 관계는 물론 인력 양성 부분에서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2006년부터 시작한 롤스로이스 어프렌티스십(Rolls-Royce Apprenticeship)은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다. 10대 견습생을 선발해 차별화된 교육과 현장 실습 경험을 제공, 차세대 장인을 키운다. 매년 12월부터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발한 견습생은 굿우드 본사에서 3~4년을 보내며 진로를 정할 수 있다. 회사는 비즈니스(전문 학위), 엔지니어링 기술자, 제조 등으로 구성한 체계적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학생들은 가죽·우드 및 래커링(lackering), 페인트, 정비,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수십 년 경력을 지닌 장인 옆에서 핵심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다. 견습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입사 자격이 생긴다. 2015년 영국 현지에서 열린 고스트 2 글로벌 런칭 행사에서 언론사 일대일 프레젠테이션을 맡은 직원도 15세에 들어와 60세 선배 밑에서 5년간 일한 청년이었다. 이탈리아 브랜드 페라리 역시 해당 지역에서 2대 혹은 3대에 걸쳐 입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스케치를 배우고 익힌 이들은 손바닥 감촉만으로 재료를 고르는 선임 기술자가 되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한다.

6 윌리엄 홀랜드가 핸드메이드로 만든 구리 욕조. 영국 왕실의 해리 왕자 내외도 고객이다.
7 이탈리아 람보르기니는 7년 연속 2020 최고의 이탈리아 고용주 인증을 획득했다. 청년 직원들이 늘면서 후배가 선배에게 조언하는 역멘토링 제도를 마련하기도 했다.

크든 작든, 하이엔드 브랜드 대부분은 ‘sustainable’ 즉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에 인적 관리와 사회적 책임에 노력을 다한다”고 말한다. 이 말이 오늘날 경계를 막론하고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놀랍게도 2000년 UN 밀레니엄 서밋부터다. 세계 시민의 가난 퇴치를 목표로 평등한 교육과 자립의 기회, 나아가 환경에 대한 의무를 주장한 자리였다. 다소 정치적이고 인류애적 함의가 어쩌다 명품에까지 따라온 걸까. 지난겨울,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로로피아나 CEO 파비오 단젤란토니오의 말에 그 답이 있다. “우리 고객은 왜 자신의 재킷이 다른 것보다 좋은지, 그리고 제품 이면의 숨은 과정을 알고 싶어 합니다. 자기 것을 누가 더 좋은 방식으로 생산하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바로 알아보죠. 많은 충성 고객이, 기분 좋은 제품 뒤에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윤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에디터 김미한(purple@noble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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