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라 조급한가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법

조회수 2020. 2. 19. 10: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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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2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28이라는 숫자는 7로 나누어 떨어진다. 그래서 종종 2월 달력은 네 귀가 딱 들어맞는 사각형을 그린다. 올해는 그렇지 않다. 윤년이라 29일이 들어 있는데, 완벽한 사각형에서 숫자 한 개가 떨어져 나온 듯한 모양이다. 오래전에 그런 2월 달력을 바라보다 소설을 구상한 적이 있다. 사각형처럼 안정된 집단에서 벗어난 2월 29일생 소년의 이야기였다. 4년에 한 번 생일이 돌아오는. 실제로 2월 29일생을 딱 두 명 만나보았다. 한 사람은 음력으로 생일을 쇤다 하고, 다른 한 사람은 부모가 생일을 하루 전날 앞당겨 정해주었다 한다. 생일이란 좋은 날이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있어줘야 하니까.

나는 특별히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여전히 닥쳐오는 일을 하겠지, 좀 잘했으면 좋겠다, 행운도 약간 따라줬으면…. 이 정도가 나의 새해 소망이자 결심이다. 그나마 2월이 되면 평소의 안이한 루틴 속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고, 새해의 결심과도 멀어지거나 포기 혹은 좌절해 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내게는 이때쯤 이상한 각성이 찾아온다. 겨울도 가지 않고 봄도 오지 않은 때, 새해가 가동했지만 새 학기는 시작하지 않은 어정쩡한 때.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이 시기에 때이른 봄꽃이 한두 개 망울을 터뜨렸다는 뉴스라도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나는 거기에 ‘2월의 우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월의 강요된 희망과 목표 세우기, 혹시 그에 대한 후유증은 아닐까. 스스로 내린 처방은 ‘일상에 사소한 정성 들이기’다. 좋은 리액션과 잘 웃기, 가능하다면 큰 소리를 내고 박수도 칠 것, 호의적이고 상냥한 태도, 사소한 도움 자청하기. 말하자면 별것 아닌 축하와 행복 연출하기라고 할 수 있다. 폴 오스터, 소피 칼의 <뉴욕 이야기>에서처럼 일종의 일상 매뉴얼인 셈이다.

<뉴욕 3부작> 작가 폴 오스터는 자신의 책에서 프랑스 설치 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소피 칼을 모델로 마리아라는 인물을 만든다. 그리고 소피 칼은 실제로 마리아처럼 살아보는 실험을 한다. 그 과정을 담은 책 중 한 권이 바로 <뉴욕 이야기>다. 실험을 위해 폴 오스터는 소피 칼에게 ‘뉴욕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교육 입문서’를 건넨다. 항목은 미소 짓기, 낯선 이에게 말 건네기, 걸인과 노숙자에게 샌드위치와 담배 나눠주기, 한 장소를 택해 자기 집처럼 애착하는 마음으로 가꾸기다.

소피 칼이 택한 장소는 하필 공중전화 부스였고, 전화국에서 부스를 철거하는 바람에 실험은 일주일 만에 끝이 난다. 그동안 소피 칼은 125번 미소를 보냈고, 72명에게 돌려받았다. 샌드위치 22개가 받아들여지고, 10번은 거절당했다. 담배는 총 8갑이 제공되었고, 거절은 0번. 그리고 154분간의 대화. 이 실험은 타인과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책에 쓰여 있듯, 낯섦을 경험하는 것은 타인을 받아들이는 한 증거고 내 존재가 타인 속으로 들어가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실험에서 담배가 거절당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담배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일용할 양식인 샌드위치가 거부당할 때조차 반갑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기호품, 여유, 동질감…. 나는 담배의 상징성과 은유에 대해 한참 생각했다. 내가 타인에게 건넬 수 있는 상징적인 담배는 무엇일까?

적절한 답은 아니지만, 폴 오스터의 말을 인용해본다. “당신에게 이 세상을 다시 만들라고 요구하지는 않겠어요. 다만 당신이 이 세상에 관심을 갖고, 자신보다 당신을 둘러싼 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우리에게는 주기적으로 축하와 행복을 연출할 필요가 있다. 타인에게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타인일 나 자신에게도. 곧 2월을 마주하고 있지만 나는 그다지 조급하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에디터 김이신(christmas@noblesse.com)

은희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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