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베를린에 가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19. 10. 16. 16: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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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 그가 베를린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등과 더불어 베를린 역시 클래식 음악의 성지로 여겨진다. 전세계의수 많은 클래식 연주가들이 베를린을 기점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그 중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은 예원, 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 졸업 후에는 독일로 건너가 뮌헨국립음대에서 크리스토프 포펜 사사로 최고 연주자 과정을 밟았다. 그는 실내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노부스 콰르텟을 창단해 2014년 모차르트 콩쿠르 현악 사중주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금은 악단 구성원 모두가 베를린에 정착해 살고 있는데, 이처럼 음악가들이 베를린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김재영과 나눈 일문일답.

1.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콰르텟을 결성해 어느덧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금 모든 멤버가 베를린에 살고 있는데, 이 도시를 택한 이유가 있나.

사실 2008년에 유학 길에 올라 10년을 뮌헨에서 살고 작년에 베를린으로 이사했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고, 콰르텟 연습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도 있었다. 남부인 뮌헨에서 북부 베를린으로 이사하는 것은 사실 꽤 큰 결정이었다. 인생에서 지금 아니면 해보지 못 할 모험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베를린으로 모이기 전에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있었고. 도시가 큰 만큼 여러 가지 문화가 뒤섞여 공존하고, 그 만큼 바삐 돌아가는 도시다. 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와중에 그들과 섞여 살아보고 싶었던 시기가 맞아떨어지기도 해서 큰 마음 먹고 베를린에 정착했다. 

2. 노부스 콰르텟은 한국인 최초, 최연소 기록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 실내악을 이끌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토록 실내악에 빠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일이든 그 일을 잘하게 되려면 가장 먼저 그 일을 사랑해야 한다. 학생 시절 처음 콰르텟을 하게 되면서 말 그대로 푹 빠져들었고, 내가 앞으로 무슨 길을 가던 콰르텟은 계속 내 인생에 함께할 것 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만큼 좋았기에 그 확신으로 오래 갈 수 있을 팀을 꾸렸고, 운도 따라주었던 것 같다. 네 명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인 만큼 계속해서 어려운 일들이 생기지만 멤버 모두 콰르텟 음악에 대한 사랑만큼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 힘이 지금껏 우리를 지탱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3. 한예종을 졸업하고 뮌헨으로 떠났습니다. 최고연주자과정을 독일에서 밟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에서 하는 음악은 어떻게 다를까’, 또는 ‘꼭 여기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대학생활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유학으로 길이 연장됐다. 정말 좋은 스승님, 크리스토프 포펜을 만나 지금까지도 훌륭한 음악적 동료로 잘 지내고 있고, 여러모로 신경도 많이 써주신다. 이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독일 문화와 독일인들이 사는 모습, 자연의 색깔 등 모든 것이 음악으로 연결되고, 그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오게 됐다.

4. 최근 베를린에 다양한 분야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여들고 있다. 마치 20세기 초의 파리를 보는 듯 한데 베를린만이 가진 매력은 무엇일까.

런던이나 파리에 비해 아직까지는 물가가 저렴한 편이고, 그 점이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본다. 그리고 독일의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다양한 외국인들이 존재해서 문화 역시 풍성하고 다이내믹하다. 도시가 큰 만큼 미술관이나 콘서트 홀들도 많은 편이고, 그에 따라 수 많은 공연과 전시들이 줄을 잇는다. 예술이 넘쳐 나는 도시인 만큼 분위기도 자유로운 편이고, 베를린 장벽을 포함해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가 있는 도시라서 전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인 것 같다.

5. 베를린은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베를린 필이 있다. 베를린이 클래식 음악에 있어 이토록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베를린 필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카라얀 이후 베를린 필은 하나의 브랜드로 거듭났기때문이다. 21세기에 들어서서는 디지털 콘서트 홀을 통해 전세계에 라이브 연주 방송을 하는 등 다른 오케스트라들보다 항상 한 발 앞서나가고 있기도 하다. 연주의 질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베를린 필 말고도 방송교향악단이나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슈타츠카펠레 등 다른 오케스트라도 엄청난 수준을 자랑한다.

음악에 있어서는 규모나 홀의 숫자 만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도시가 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다니엘 바렌보임이 실내악 전용 홀인 피에르 불레즈 홀을 만들어서 세계적 실내악단들도 그 홀에서 즐겨 연주하고 있다. 그 전에 이미 클래식 음악가들에게는 필하모니나 콘체르트하우스 등 명망 있는 홀들이 언제나 서고 싶은 무대로 인식되고 있었다. 무대가 많고, 악단이 많고, 연주자들도 많고, 프로모터들도 많으니 음악인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지 않을까.

6. 그만큼 베를린에서는 음악회와 페스티벌도 많이 열릴 듯 한데, 정기적으로 열리는 베를린의 음악회 중 추천하는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베를린 필의 연주는 놓치면 아까운 이벤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베를린 필하모니는 가장 인기 있고, 현지에서 그들의 연주를 듣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환상적인 경험이다. 그 외에 오페라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앞서 말씀 드린 피에르 불레즈 홀에서 실내악 연주를 감상하는 것도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7. 멤버들과 같은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여가활동도 함께 하는지. 네 명이 함께 자주 가는 단골가게는 어디인가.

리허설이 끝나면 함께 밥도 먹고 술도 한잔 하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보통 리허설 하는 곳 옆에 있는 중국집 ‘Peking Ente’로 간다. 어느 도시에서나 중식은 실패하는 법이 없다.

1 젠키치(Zenkichi)

2, 3 클럽 키친(Klub Kitchen)

4, 5 하우스 오브 스몰 원더(House of Small Wonder)

8. 전세계에서 가장 힙한 도시이기도 한 베를린에서 지금 뜨고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가 있다면 추천해달라.

연주 때문에 이 곳에 붙어있지 않아서 베를린 토박이들보다는 훨씬 모른다. ‘서울 촌놈’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래도 자주 가는 곳은 요새 베를린에서 가장 핫한 미떼(Berlin Mitte) 지역에 몰려 있다. 클럽 키친(Klub Kitchen)은 커피, 티, 디저트와 간단한 식사까지 할 수 있는 곳인데 저렴하고 맛있어서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힙 플레이스다. 오라니엔부르거 토어역 근처에 있는 하우스 오브 스몰 원더(House of Small Wonder)라는 곳은 인테리어도 독특하고 브런치를 즐기기에도 좋다. 일식과 양식이 섞인 퓨전 레스토랑인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사람이 항상 많이 몰린다. 같은 빌딩 내에 있는 일식당인 젠키치(Zenkichi)라는 곳도 괜찮다. 건물 외벽에 간판이 없는 곳이라 검색해서 잘 찾아가야 하고 예약은 필수다. 독일맥주나 음식을 먹고 싶을 땐 슈타트미테역 근처에 있는 아우구스티너(Augustiner)을 찾는다.

9. 베를린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점, 좋은 점.

독일은 아직도 중요한 서류들을 편지로 전달하고 받는 시스템을 활용하는 곳이 많다. ‘빨리 빨리’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사무적인 일들을 처리해야 할 때 일 처리가 빠르지 않고, 또 비자청 사람들은 아주 불친절하다. 갈 때마다 모욕적인 언사를 듣거나 불쾌한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보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여유 있고 클래식, 발레 등에서부터 클럽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술문화를 한 도시 내에서, 최고의 수준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10. 앞으로 연주자로서의 계획은 무엇인가.

20대에는 연주자로서 기반을 다지고 이름을 알려야 해서 콩쿠르에 나가고, 연주를 받아내는데 집중했기에 너무 치열하게 살았다. 30대가 되니 점점 인생이 중요해지고 개인과 연주자로서의 삶에 있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연주자로서는 지금과 같이 계속 더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예술적으로도 더 발전을 해야 한다. 그럼과 동시에 내 개인의 삶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지금보다 많이 고민하고, 그만큼 더 알아가게 된다면 좋겠다.

에디터 노현진(marcroh@noblesse.com)

디자인 장슬기

사진출처 thecoolguide.net, tripadvisor.com, wanderlust.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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