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이건 꼭 사야 해! 소장 욕구 뿜뿜하는 리커버북 3

조회수 2019. 10. 10.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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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표지 덕분에 나의 취미가 독서보다는 책 쇼핑에 가까워졌다.

평소 서점을 즐겨 찾는다. 새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빳빳한 종이 냄새와 이따금 들려오는 책장 넘기는 소리, 궁금증을 자아내는 감각적 표지를 구경하는 것만으로 서점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서점을 드나든 결과는 엉뚱하게도 집 한구석에서 발현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이름이지만 전혀 다른 책이 두 권씩 꽂혀 있는데, 오로지 리뉴얼한 책 표지에 이끌려 구매한 것들이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 심리학과 폴 왈렌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0.017초라는 짧은 순간에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 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물론 대상은 사물이 아닌 인간이지만, 책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책 표지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올 초tvN에서 방영한 이종석 . 이나영 주연의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 세상에서 책 만드는 출판사 사람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드라마다. 저조한 서적 판매량에 고심하던 편집장은 직원들에게 스타 북 디자이너 ‘지서준’을 섭외하라는 특명을 내린다. 그가 만든 책은 언제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출판사에서는 기존에 출시된 서적의 표지 디자인을 바꿔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표지 갈이’는 개정판을 출시할 때나 작가의 요청이 있을 때 주로 하지만 ‘리커버’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역으로 서점이 먼저 나서서 인기 서적의 리커버를 출판사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마음에서 생긴 낱말을 한데 모은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은 출간 후 41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로 올 8월 YES24와 함께 리커버 특별 한정판을 제작했다. <마음사전>을 펴낸 마음산책 정은숙 대표는 서점의 리커버 제안을 행운에 비유한다. “보통 위탁 판매하기에 팔리지 않은 책은 출판사가 반품을 받지만, 리커버는 서점이 출간 부수를 매절로 구매해요. 소량 한정판으로 찍는 이유죠. 경영 차원에서도 좋고 유통처가 한정되어 있기에 표지에도 기존 책에는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할 수 있어요.” 도서 표지 디자인의 명작으로 꼽히는 펭귄북스도 예외는 아니다. 


고전 작품만 모아 발간하는 펭귄클래식에서는 주기적으로 리커버 한정 특별판 <마카롱 에디션> 시리즈를 제작한다.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 커버는 일반판을 소유한 사람조차 재구매하고 싶을 만큼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한편으론 리커버 마케팅이 대형 서점의 독점 판매를 낳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소규모 서점과 공존하기 위해 문학동네에서는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대형 서점용 표지 외에 소규모 서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동네 책방 에디션을 펴냈다. 실제로 5000부는 출간하자마자 품절돼 지금은 구매할 수 없다. “리커버 한정판은 독자에게 특별한 책을 소유한다는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리커버하는 책은 이미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았기에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좋죠.” 최근 김영하 작가의 일러스트를 이용해 <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을 펴낸 문학동네 이현자 편집국장의 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바라본 리커버는 서점과 출판사가 만들어낸 한정판 마케팅 전략일지 모른다. 하지만 취향에 맞는 책으로 꾸민 책장을 바라볼 때마다 흐뭇하다면 이로써 소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동네 책방 에디션, 리커버 이전의 일반판 표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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