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12번의 한 달 살기, 세 번째 도시 리스본

조회수 2019. 8. 23. 15: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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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한 달마다 도시를 옮기며 매일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있는 이한솔의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세 번째 도시로 정한 리스본에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처: Noblesse

올해 1월부터 한 달에 하나의 도시로 옮겨 살고 계시죠.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웹 디자이너이자 개발자로 일하면서 꼭 서울에서 일해야 할까 의문이 생겼어요. 컴퓨터만 있으면 일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전화나 이메일, 온라인 채팅으로 하기 때문이죠. 서울을 벗어나 다른 도시에서도 일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도시에 한 달 정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리스본은 어떤 이유로 선택했나요?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책과 영화를 감명 깊게 봤어요. 책과 영화가 묘사한 리스본의 풍경이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리스본에 대해 알고 있었던 점은 영화에서 접한 것들 외에는 하나도 없었답니다. 이전에 살았던 부다페스트 역시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재미있게 봐서 선정한 도시였죠.

리스본에서 한 달을 살아보니 리스본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오래 살아보고 싶은 도시입니다. 개인적으로 포르투갈어를 배워서 더욱 편하게 느꼈을지도 몰라요. 리스본은 대도시지만 작은 마을에 사는 것처럼 사람들이 여유롭고 정이 넘쳐요. 거리를 걷고 있으면 동네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Ola (포르투갈어로 ‘안녕’이라는 뜻)’ 인사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사람들 모두 친절하고 꾸밈이 없어요. 서울에서 항상 바랐던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을 리스본에서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리스본은 무척 아름다운 도시인데요. 곳곳에 위치한 넓은 공원, 도시를 감싼 눈부신 해변, 그리고 알록달록한 아줄레주 타일 건물과 자갈길. 도시의 모든 것이 산책을 즐겁게 만들었어요. 

출처: Noblesse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날씨는 어땠나요? 3월 한 달 내내 맑고 선선했어요. 리스본은 유럽에서 3번째로 햇볕이 잘 드는 도시라고 합니다. 햇빛 아래 걷기만 해도 피부 곳곳에 행복이 스며드는 느낌이 들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계속 걸어 다녔던 것 같아요.

리스본에서 숙박은 어디서 했나요? 숙소 구할 때 팁을 준다면요? 에어비엔비로 숙소를 구했어요. 포르투갈인 커플 호스트와 함께 사용했고 31일 숙박에 수수료 포함 566유로(72만원), 하루 약 2만 3천원을 지불했어요. 무엇보다 숙소가 위치한 동네가 마음에 들었는데 유명 관광지와 지하철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었죠. 리스본 대학과 국립 도서관, 공원이 있어 로컬 주민들과 대학생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답니다.

숙소를 예약하는 플랫폼으로 단기 렌트는 에어비엔비, 장기 렌트는 페이스북 페이지(apartments and rooms in Lisbon)를 추천해요. 두, 세 명과 함께 쓰는 숙소의 경우 한 달에 7~80만원, 독채는 100만원 이상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리스본에서 한 달을 지낼 적당한 숙소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 주요 관광지보다 외곽 지역으로 검색 범위를 넓히는 것이 좋아요.

출처: Noblesse

리스본에서 한 달 동안 생활비는 어느 정도 들었나요? 한달 생활비로 1204유로(160만원)를 사용했습니다. 리스본 물가가 이전에 지낸 베를린과 부다페스트에 비해 비싸 식비가 357유로(45만원)로 비교적 많이 나온 편이죠. 포르투갈은 고기나 생선이 서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다면 식비를 아낄 수 있답니다. 대중교통 1회권 가격은 환승을 포함해 1.5유로(2천원)인데 티머니 개념의 비바카드를 지하철 역 머신에서 구매한 후 충전해서 쓰면 돼요. 주요 관광지를 모두 걸어 다녀 교통비는 적게 들었어요. 리스본에는 도시 곳곳에 ‘보다폰(Vodafone)’이라는 매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20유로(2만 5천원)을 내면 30일동안 5GB를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유심을 구할 수 있답니다. 평일에 업무를 보기 위해 국립도서관을 이용했는데 이용료로 1주에 3유로(4천원)를 지불했어요.

리스본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무엇인가요? Mercado De Campo De Ourique 시장에서 먹은 생선 스프와 포르투갈 고유의 진토닉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시장은 리스본에서 1934년부터 운영한 유서 깊은 공간. 2013년 리뉴얼 후 현재는 다양한 식재료와 음식, 칵테일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이랍니다. 로컬 사람들만 아는 보석 같은 공간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요.

출처: Noblesse

리스본에서 가본 곳 중 숨겨진 관광 명소로 소개해줄 곳이 있나요? 굴벤키안 정원(Gulbenkian Garden)과 건너편의 Jardim Amalia Rodrigues 호수를 추천합니다. 건축과 조경이 정말 훌륭해요. 이렇게 멋진 곳이 여행 책자나 블로그에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주말에 많은 로컬 사람들이 피크닉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기도 하죠.

Cafe Da Garagem도 꼭 가보시길 추천해요. 언덕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창 밖으로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었답니다.

출처: Noblesse

리스본을 여행하거나 한 달 살기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거의 대부분의 포르투갈 사람들은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셔요. 에스프레소에 약간의 우유를 넣거나 크림을 넣는 경우는 있지만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시는 경우는 흔치 않죠. 포르투갈에서 커피는 일종의 휴식이자 신성한 의식이라서 테이크아웃 문화도 없답니다.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요청하거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주인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수 있으니 주의하는 것이 좋아요. 물론 관광지에 있는 유명 프렌차이즈 카페는 한국의 카페와 동일하게 운영한답니다.

포르투 와인을 꼭 마셔보세요. 한국에서는 비싸게 팔지만 마트나 와인 가게에서 만원 정도면 꽤 괜찮은 와인을 살 수 있거든요.

출처: Noblesse

다음에 리스본을 다시 간다면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장소는 어디인가요? 알라메다 공원(Alameda Park)이요. 숙소에서 가까워 산책 겸 자주 방문한 곳이에요. 맥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대학생, 산책을 나온 노인 부부, 뛰어오는 아이들과 애완견들로 생기가 넘쳤답니다. 여러 도시의 공원을 봤지만 가장 아름답고 다채로운 풍경의 공원으로 기억하는 곳이랍니다.

프리랜서 웹 디자이너/개발자로서의 일을 병행하고 있나요? 보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이곳에서도 간단한 외주를 맡아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웹 제작 관련 강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는 도시를 여행한답니다. 한국 클라이언트나 수강생과 시차를 맞추다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밤 늦게 자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과의 시차는 물론, 옮겨 다니는 도시간 시차도 있다 보미 규칙적인 생활은 거의 불가능한 편이죠.

다음 도시는 정해져 있나요, 아니면 즉석으로 정하나요? 미국의 시카고나 뉴욕이 될 것 같아요. 아직 확실히 정하지 않았지만 두 곳을 모두 방문해 본 멕시코 친구에게 조언을 얻고 있습니다. 다음 머물 도시는 2주~한 달 전쯤 즉흥적으로 정하고 있어요.

출처: Noblesse

이렇게 한 달에 한 도시로 옮기며 살기 전과 현재,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나요? 영국 수상 처칠의 말 중에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가 사람을 만든다' 가 있어요. 다른 도시에 지내면서 저의 습관들, 라이프스타일이 서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서울에는 새벽 배송이나 당일 배송이 발달해 직접 장을 보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유럽에서는 일주일에 2~3번 슈퍼마켓에서 장을 봐야 했죠.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직접 만져보고 구매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시스템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빠르고 간편한 것만 추구하지 않았나 반성했답니다.

여러 도시에 한 달씩 지내다 보니 오래 살았던 서울과 장단점을 비교하며 서울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어요. 이전에는 일상에 집중하느라 서울을 큰 시야로 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여러 도시를 경험하면서 각 도시의 경제나 역사에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서울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처음 가졌던 환상이 있다면 현실과 어떻게 다른가요? 여행을 시작할 때 특별히 꿈꿨던 모습이나 환상은 없었어요. 다만 한 달씩 한 도시에 머무는 것이기에 업무에 있어 서울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도시마다 숙소, 와이파이, 시차 등 생각지 못한 변수가 많았고 이렇게 다른 환경은 일과 여행의 균형을 맞추는데 자기 절제력을 키우게 하더군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언제까지 이렇게 도시를 옮겨가며 살 계획인가요? 이 프로젝트는 ‘1년 12개의 도시에 한 달씩 살기’입니다. 1월 베를린을 시작으로 12월에 12번째 도시에서 한 달 지낸 후 서울로 돌아가려 합니다. 종종 서울에서의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일상이 그립더라고요. 그렇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고도 다른 도시에 한 달씩 사는 여행을 종종 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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