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을 떠난 사람들

조회수 2019. 7. 4. 15: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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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바캉스를 꿈꾸고, 여행지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즐거운 착각에 빠진다. 오피니언 리더에게 '내 생애 영화 같았던 휴가'에 대해 물었다.
출처: Noblesse

무언가를 찾는 수행의 여정, 라오스 방비엥 - 한석동(에스티 로더 홍보팀 차장)

“여행은 좋은 것입니다. 때로 지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반드시 무언가가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완독하고 책을 덮었을 때 이 문장이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주홍빛 승복을 입은 승려들의 고요한 물결로 아침을 열고 메콩강을 따라 불어오는 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곳. 버스도, 택시도 흔치 않아 이동하는 데 애를 먹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낭만과 순수함을 느낄수 있는 나라. 카르스트지형 때문에 ‘작은 계림’이라 불리는 방비엥을 열기구 안에서 내려다볼 땐 그 ‘무언가’를 알 것도 같았다. 세상엔 좋은 곳도, 가야 할 곳도 많지만 내가 능동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정해진 틀 안 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을. 이 아름다운 장면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표현력에 한계를 느끼며 휴대폰을 꺼내 묵묵히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 간 숙소 냄새는 낯설 수밖에 없어요. 꿉꿉한 냄새를 없애고 기분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는 캔들이 최고죠. 조 말론 런던의 여행용 캔들을 캐리어에 꼭 챙겨 갑니다.”

출처: Noblesse

걷고 또 걷고, 포르투갈 리스본 - 홍원기(와일드 덕, 와일드 칸틴 대표)

10kg 배낭과 튼튼한 두 다리만이 여행의 전부일 때가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에 나오는 순례자처럼. 몇 해 전 리스본 호스텔에서 우연히 만난 룸메이트들을 따라 계획에 없던 산티아고 여정에 합류한 것도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리스본에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 카미노 포르투게스. 과거 나폴레옹 군대가 넘었다는 에스트렐라산맥을 지나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 근사한 풍광을 마주하며 하루에 20km씩 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제대로 씻지 못해 만신창이가 된 몸과 터진 운동화, 물집이 잡힌 발 때문에 결국 여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4일동안 지독하게 달려온 80km 거리를 버스로 단 2시간 만에 돌아온 뒤 허무함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돌아와 다시 걷기로 다짐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직 인생에서 풀지 못한 숙제를 그곳에 남겨둔 사람처럼.

“헤드폰 하나면 어디든 지루하지 않죠. 젠하이저 HD-25면 충분해요.”

출처: Noblesse

여행도 사랑도 준비 없이 찾아온다, 하와이 라나이 - 유민주(글래머러스펭귄 대표)

남편과 함께 하와이에서 보낸 한 달은 단 하루도 잊고 싶은 순간이 없다. 삶을 영위하게 하는 힘이고, 고요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한낱 먼지 같다는 겸손함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신의 한 수는 경비행기를 타고 하와이의 작은 섬 라나이로 이동했을 때 유일한 호텔인 포시즌스 리조트에 짐을 푼 뒤 현지 사진관을 찾아가 백발의 포토그래퍼를 섭외한 것이다. 우린 관광객은 알 수 없는, 그만이 아는 섬의 보물 같은 곳곳을 둘러보며 결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바다 앞에서 A컷이 나왔을 때 영화 <어바웃 타임>의 명장면처럼 장맛비가 쏟아져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도 신나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행 중 휴대폰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선크림 없이는 근교도 안 나가죠. 자외선을 차단하는 선글라스와 모자도 필수고요.”

출처: Noblesse

공백을 만드는 시간, 터키 파묵칼레 - 김지윤(세컨드뮤지오 대표)

복잡한 감정을 리셋하고 싶은 마음에 친구와 함께 떠난 터키는 전혀 다른 행성에 온 것처럼 나를 무언가의 힘으로부터 끌어당겼다. 지중해를 타고 넘어오는 바람에 넘실대는 열기구 안에서 만난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그리고 천상에서나 볼 것 같은 새하얀 석회층이 켜켜이 쌓인 파묵칼레는 독특한 비경을 자랑하며 지친 마음을 달래주었다. 이 여행이 더욱 특별했던 건, 돌아와서 내게 일어난 변화 때문이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톰이 썸머(Summer)와 이별한 뒤 어텀(Autumn)을 만났듯, 나는 이 치유 여행 후 운명처럼 평생의 동반자를 만났다. 터키는 내게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알려주는 듯했다. 사랑에 대한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된 것도 터키의 아름다움이 내마음에 드리운 어떤 막을 걷어냈기 때문은 아닐까.

“디지털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를 선호해요. 후지의 네츄라 클래시카는 색감이 정말 예쁘죠.”

출처: Noblesse

그곳을 그리다, 이탈리아 포시타노 - 홍지영(레고코리아 이사)

여행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다. 돌이켜보면 나는 일상의 장소를 편애하는 것 같다. 동네를 산책하며 관광객의 손이 덜 탄 작은 골목을 둘러보고 노천카페에 앉아 그림 그리는 걸 즐긴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계속하고 싶은 분야였기에 샐러리맨으로 사는 지금은 여행 중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할 때 그리고 싶은 장면을 프레임에 맞춰 사진을 찍어둔다. 이탈리아 남부 포시타노에서 바캉스를 보낸 날도 그랬다. 한적한 카페에 자리 잡고 앉아 유화를 그리는데, 고양이 한 마리가 눈앞에 나타나 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나의 뮤즈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도도한 포즈를 취해주던 귀여운 친구. 덕분에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그 순간의 풍요로웠던 감정을 떠올리게 된다. 포시타노가 내게 준 영화 같은 선물이다.

“유화 도구와 스케치북 그리고 미슐랭 가이드북을 꼭 챙겨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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