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호텔 안에서 지적 호사를 누려보자. 호텔 속 도서관은 책 읽는 즐거움을 2배로 만들어준다.

1 아이를 위한 도서관, 모루를 운영하는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

2 부산의 휴양 단지 아난티 코브안에 자리한 500평 규모의 대형 서점, 이터널 저니.

3 라이브러리 컨셉의 투숙객 전용 라운지 살롱 드 시그니엘.

4 카페와 도서관을 접목한 안동의 전통 리조트, 구름에.

부산에 오픈한 대규모 휴양 단지 아난티 코브에는 이색 공간이 있다. 바닷가 산책로 옆에 자리한 500평 규모의 대형 서점 이터널 저니. 이 정도 규모면 3만~3만5000권의 책이 너끈히 들어가지만 이곳에는 2만 권 이하의 책을 비치했다. 책의 밀도를 낮추는 대신 인물·바다·환경·작업실 등 크고 작은 55가지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그 주제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책과 콘텐츠를 진열했다. 도서 검색대가 없을뿐더러 베스트셀러나 자기 계발서의 비중도 줄였다. 산책하듯 천천히 둘러보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호텔 놀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호텔에 머물면서 색다른 체험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다는 의미다. 최근 호텔들이 새롭게 단장하며 서비스 경쟁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갤러리처럼 국내외 유명 작가의 예술품을 전시하거나 패션·리빙 숍을 들여 쇼핑 욕구를 충족시키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서관도 이런 흐름 중 하나다. 

먼저 투숙객 가까이에 책을 두고 색다른 휴식을 도모하는 사례부터 살펴보자. 시그니엘 서울 79층에는 선택받은 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품격 높은 공간이 존재한다. 투숙객 전용 라운지 살롱 드 시그니엘이 그것. 안락한 소파와 책장을 둔 라이브러리 컨셉의 공간으로 정기간행물을 비롯한 350여 권의 도서를 보며 다과를 즐길 수 있다. 하늘과 맞닿은 호텔에서 책을 읽는 기분은 지적 휴식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한다. 

제주 신라 호텔은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손잡고 전자책 서비스를 개시해 디지털 노매드에게 어필한다. 눈의 피로를 줄여주는 고해상 크레마 카르타 플러스(전자책 단말기)에 500여 종의 신간 도서 콘텐츠를 담아 호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독서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다. 아이의 놀거리가 풍부해야 부모도 편안한 휴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해비치 호텔 앤드 리조트 제주는 이런 취지로 아이를 위한 도서관을 운영한다. 아이의 정서와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되는 3000여 권의 도서를 연령대별로 구비한 모루는 실제로 가족 단위 고객 중 80% 이상이 이용하는 핫 플레이스다. 

한편 그랜드 워커힐 서울 호텔과 안동의 전통 리조트 구름에는 카페와 도서관을 접목했다. 투숙객뿐 아니라 여행자, 지역 주민에게도 열린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음료를 주문하면 무료로 책을 볼 수 있는 워커힐 라이브러리는 특히 출판사의 북 큐레이션 서비스, 저명인사의 북 토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연계해 풍부한 독서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최근 북 카페 오프를 연 구름에 홍보 담당자는 “전통문화를 매개체로 문화 체험을 업그레이드하고 안동의 자연과 멋스러운 고택 안에서 책을 중심으로 새로운 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인문학, 여행·요리·예술 등 라이프스타일 서적과 안동의 전통문화 서적을 갖추어 고즈넉한 휴식을 원하는 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듯하다. 

실제로 이런 공간이 고객에게 얼마나 인기가 있을까? 저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예상보다 많은 고객이 방문하고 있고 만족도도 높다고 답한다. 북 카페의 경우 매출 기여도도 높은 편이라고. 도서관을 품은 호텔은 호텔이 숙박과 휴식 너머 다채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