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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아이콘이 된 리차드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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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67-01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생각

한 인터뷰에서 창립자 리차드 밀과 함께 고도의 컴플리케이션 워치 제작을 맡아온 줄리오 파피가 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리차드 밀이 저와 동료에게 오더니 무게가 고작 13g에 지나지 않고, 투르비용을 탑재한 시계를 만들자고 했어요. 무엇보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이 경기 중 시계를 차야 하기 때문에 충격에 강해야 한다고 덧붙였죠.” 


참고로 파피는 리차드 밀이 시계업계에서 ‘혁신’이란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놀라운 업적을 남기는 데 힘을 보태온, ‘천재’라 불리는 워치메이커다. 내로라하는 하이엔드 시계 명가들도 그와 그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하이 컴플리케이션 혹은 컨셉 워치를 선보인다. 사실 13g이라 하면, 시계 전체가 아닌 케이스 혹은 무브먼트에 사용하는 몇 가지 부품을 더하면 나올 수 있는 무게다. 그런데 이것이 시계 전체의 무게가 될 수 있는 걸까? 게다가 중력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는 투르비용은 무척 섬세하고 예민해 움직임이 많을뿐더러 시속 100km가 넘는 속공을 치는 테니스 선수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리차드 밀은 보란 듯이 RM 027 워치를 만들어냈고, 시계 애호가들은 상상할 수 없는 지출을 감내하면서 한정 수량 생산한 이 시계를 손에 넣었다. 이는 아마도 리차드 밀 컬렉션에 관한 무수한 일화 중 하나일 것이다. 리차드 밀이 생산한 대다수의 제품은 시계 역사에 결코 존재하지 않은 소재를 사용하고, 첨단 기능을 탑재했으니까. 돌이켜보면, 지난 18년간 리차드 밀이 선보인 시계들은 콧대 높은 업계에 늘 화제를 일으켰다.

1 RM 023 AUTOMATIC
2 RM 037 AUTOMATIC WATCH

무브먼트의 기본인 베이스플레이트를 탄소섬유로 만들어 탑재한 RM 006, 알루미늄과 실리콘을 합성한 알루식(alusic) 케이스에 알루미늄과 리튬을 혼합한 새로운 개념의 합성 소재를 사용한 무브먼트를 탑재해 시계 전체의 무게가 30g에 지나지 않는 RM 009, 무브먼트 속내를 케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즉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세계 최초로 케이스에 접목한 RM 056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리차드 밀은 F1 드라이버 펠리피 마사와 로맹 그로장, 폴로 선수 파블로 맥도너, 골프 선수 버바 왓슨, 스프린터 요한 블레이크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여러 스포츠 선수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그들에게 최적화한, 즉 경기 중 손목에 착용해도 너끈하게 본연의 역할을 하는 시계를 만들었다. 


특히 레이싱 머신 혹은 항공기에 사용하던 소재를 시계에 접목한 이들의 시도는 다른 시계 브랜드도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시발점이 됐고, 가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G 인디케이터, 착용자의 활동 수준에 맞춰 와인딩을 조절하는 가변 형상 로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때 이를 다이얼 위에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 선택기와 메인스프링의 토크 상태를 보여주는 인디케이터 등 최첨단 기능의 개발은 하이엔드 매뉴팩처 브랜드가 앞다퉈 컨셉 워치를 만들게 하는 요인이 됐다.

3 자체 제작하는 휠, 배럴 커버, 기어 등의 무브먼트 부품.
4 시계를 완성하는 건 결국 숙련된 워치메이커의 손이다.
5 케이스로 제작될 티타늄 소재 봉.
6 마스터 워치메이커의 무브먼트 조립 과정.

미래를 접목한 정통 파인 워치메이킹

시계는 보통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무브먼트와 나머지 부품, 즉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케이스와 글라스, 바늘이 회전하는 공간인 다이얼, 시계를 손목에 안전하게 얹기 위한 스트랩 등으로 구성된다. 기획과 디자인, 연구·개발, 부품 제작과 가공, 조립, 검수 등을 거친 각각의 부품이 하나의 시계를 완성한다. 축약해 설명했지만, 이 모든 과정에 투입되는 사람은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고(매뉴팩처의 규모에 따라 다르다), 시계에 어떤 기능을 탑재했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용하는 부품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제작 기간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길다. 


리차드 밀도 결국 기계식 무브먼트를 사용해 시간을 알리기 때문에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 기계의 정교함과 숙련된 장인의 손맛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리차드 밀의 시계가 특별한 것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기능과 메커니즘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각 과정마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골프를 칠 때 찰 수 있는 투르비용 시계’, ‘무브먼트를 탑재한 케이스의 무게가 10g 남짓한 시계’, ‘골드가 아닌 카본 소재에 세팅한 다이아몬드’ 같은 공상에 가까운 생각.

7 금속의 결을 정교하게 살린 케이스와 리차드 밀의 상징적 부품인 스크루.
8 티타늄 케이스에 광택을 더하는 작업.

즉 시계 제작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이들은 신소재를 개발하고, 새 부품을 디자인하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계를 사들일(주문 제작) 뿐 아니라 전통 워치메이커는 물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한다. 게다가 이들은 시계업계에 있던 부품조차 자사의 힘으로 다시 만들기 때문에 하나의 시계를 완성하는 데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가령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칼럼 휠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이들은 4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그들만의 것을 만들어 사용한다. 새로운 소재로 만드는 부품 또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 탄소섬유 소재 베이스플레이트에 다른 부품을 얹기 위해선 부품을 부착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데(구멍을 뚫고 나사를 조립하는 일반적 방식으로는 불가능), 이를 위해 새로운 부품 디자인부터 연구·개발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각 모델에 사용하는 부품의 소재와 디자인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작은 너트와 볼트조차 표준화한 범용 부품이 ‘안타깝게도’ 거의 없다는 것.

이에 더해 특정 기능을 위해 만든 하나의 부품을 여러 종류의 무브먼트에 사용하지 않고, 시계에 맞게 새로 제작하는 것 또한 눈여겨볼 만한 사항이다. 로터(동력을 축적하기 위해 와인딩하는 부품)에 탑재하는 볼 베어링을 골드 혹은 세라믹으로도 만드는데, 이는 곧 사용하는 기계와 가공 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 


한편, 리차드 밀은 시계의 중요한 부품인 케이스 제작에도 무브먼트 이상으로 공을 들인다. 티타늄, 골드 소재는 말할 것도 없고 TPT 카본, TPT 쿼츠, 사파이어크리스털 등 리차드 밀을 대표하는 소재는 독특한 물성으로 극도의 정밀성과 한층 높은 섬세함을 요구한다(이 지면에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이들의 케이스 소재 대신 무브먼트 제작 과정에 집중하려 한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이들이 각고의 노력을 통해 만든 부품 중 많은 양이 폐기처분된다는 사실! 일례로 티타늄 소재 베이스플레이트의 처분율은 40%에 육박하는데, 기능상 전혀 문제가 없을뿐더러 다양한 부품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는 실낱 같은 스크래치라 할지 라도 가차 없이 버리기 때문이다. 무결점의 시계를 만들겠다는 리차드 밀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 이와 같은 제작 과정을 거친 부품은 다양한 마감 처리를 통해 모양을 갖추고, 워치메이커의 손에서 하나의 무브먼트, 하나의 시계로 탄생한다. 바로 위엄 넘치는 손목 위의 기함!

RM 016 EXTRA FLAT AUTOMATIC 

8.25mm의 얇은 두께를 자랑하는 모델답게 RM 016이라는 제품 이름에 ‘엑스트라 플랫’을 추가했다. 렉탱글(직사각형) 디자인의 케이스도 브랜드의 다른 제품과 차별화한 특징.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조화가 도드라지며, 마치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보는 듯한 아라비아숫자 인덱스가 시선을 압도한다. 참고로 이들은 얇고 편평한 이 시계를 구현하기 위해 케이스가 아닌 무브먼트 설계를 먼저 시작했다.


RM 67-01 EXTRA FLAT AUTOMATIC 

두께가 3.6mm에 불과한 오토매틱 무브먼트 CRMA6을 토노형 케이스에 탑재한 초박형 시계. 5등급 티타늄으로 완성한 베이스플레이트와 브리지는 그레이와 블랙 전기 플라스마 방식으로 마감했다. 전기회로판을 연상시키는 다이얼과 무브먼트의 시각적 효과는 리차드 밀의 감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얇은 두께에도 깊이감을 자아낸다. 별도의 215가지 기계 가공 작업을 거친 케이스는 우아한 빛을 자아내는 레드 골드로 완성했다.


RM 033 EXTRA FLAT AUTOMATIC 

보기 드문 라운드 형태 케이스와 자연스레 시선을 이끄는 스켈레톤 무브먼트까지. RM 033 엑스트라 플랫 오토매틱은 리차드 밀의 다이내믹한 감성과 화려함을 아우른 시계로 5등급 티타늄 소재 케이스의 두께는 6.3mm에 불과하다. 얇은 시계를 만들기 위해 무브먼트 RMXP1에 오프센터 모노블록 마이크로 로터를 탑재했다.

RM 07-01 AUTOMATIC LADIES WATCH 

카본 TPT 소재 케이스에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도회적 느낌을 주는 RM 07-01 오토매틱 레이디스 워치. 견고한 최첨단 소재에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분 표시 기능을 탑재한 스켈레톤 CRMA2 칼리버는 5등급 티타늄 소재로 완성했고, 다이아몬드를 더한 다이얼 아래로 슬며시 드러나며 여성용 기계식 시계의 매력을 발산한다.


RM 037 AUTOMATIC WATCH 

리차드 밀 고유의 화이트 세라믹 소재 토노형 케이스가 시선을 압도하는 RM 037. 베젤을 장식한 스크루는 시계의 디자인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동시에 케이스를 견고하게 고정해 무브먼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RM 037에서 주목할 점은 다이얼 4시 방향에 자리한 기능 선택기. 칼리버 CRMA1의 가장 큰 특징으로 케이스 측면의 4시 방향에 위치한 푸시 버튼을 누르면 크라운을 뽑지 않고 돌리는 것만으로도 시간(H 모드)을 설정하거나 와인딩(W 모드)할 수 있다(N 모드는 중립).  


RM 07-01 AUTOMATIC LADIES WATCH 

리차드 밀의 여성 컬렉션을 대표하는 RM 07-01 오토매틱 레이디스 워치. 레드 골드 소재의 토노형 케이스와 체인 형태 브레이슬릿에 화이트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빼곡하게 세팅해 화려한 가운데, 다이아몬드로 감싼 레드 컬러의 재스퍼 소재 다이얼이 시선을 압도한다. 사용자의 활동량에 따라 회전수를 조절하는 가변 지오메트리 로터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특별한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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