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언론에는 피해자 심석희 사진만 쏟아질까
심석희 선수는
초등학교 재학 시절
조재범 코치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14년 간 심 선수는
조재범 코치에게서
쇼트트랙 지도를 받았죠.
그녀가 조재범 코치와 보낸 시간은
정말 악몽같았는데요.
심석희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지속적으로
조재범 코치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조재범 코치의 폭행 때문에
쇼트트랙 선수 생활을
도중에 그만둔 사람도 있다는데요.
조재범 코치는 심석희 선수가
고등학생이 된 이후
미성년자인데도 불구하고
가족에게도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던
심석희 선수.
지난 8일 심 선수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면서
조재범 코치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밝힌 게
SBS 보도로 밝혔졌는데요.
이후 언론에서는
조재범 코치의 성폭행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죠.
미디어오늘이 지난 8일 저녁부터
9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재범 성폭력 폭로’ 근절 대책을
발표하기까지의 언론보도를 조사해보니
모두 409건(이미지를 포함한 보도)이었는데요.
이 중 심석희 선수의 사진만 나온
보도는 242건으로
조재범 전 코치의 사진이 나온 보도는
단 86건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심 선수와 조 전 코치의 사진을
함께 실은 보도는 79건이었죠.
심석희 선수는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기사에
‘가해자’ 조재범 전 코치의 얼굴은 없고
자신의 사진만 나온 언론 보도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성폭력 보도에서
피해자 이미지만 부각시키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습니다.
은연 중 독자들에게
가해자의 ‘폭력’보다는
피해자의 ‘희생’을 강조시켜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죠.
언론은 과거 심석희 선수의
인터뷰 내용을 찾아내
기사화하기도 했는데요.
2015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심 선수가
“(조재범) 코치님은
제가 나약해지면 강하게 만들어주시고
힘들어하면 에너지가 돼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는 것이죠.
비상식적인 언론 보도의 제목과
내용도 볼 수 있었는데요.
아주경제신문은
“심석희, 조재범 코치 고소…
성폭행 방지앱 없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인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코치에게
4년간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여성의 성폭행 및 성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이를 알리거나 방지하는
모바일 앱은 없을까”라며
해외에서
여성 응급 지원 알림 시스템 앱을
개발했다는 엉뚱한 소식을 전했죠.
지난해 6월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만들어 발표한
성희롱 보도 유의점에 따르면
“피해자 중심으로 사건을 부르거나
피해자의 이미지를 남용하는 것은
가해자를 사건의 중심에서
사라지게 해
사건의 책임소재를 흐릴 수 있고,
피해자를 주목하게 만들어
외모평가, 근거 없는 소문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또한
“신상을 공개한 피해자라고 하여
피해자의 과거 영상과 사진을 찾아내
자료화면으로 활용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이 성희롱 보도 유의점을
한 번 이라도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인데요.
반성과 배려따위 없는
무책임한 한국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니
씁쓸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