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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아무도 황상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침묵 속 ‘송곳’ 된 황상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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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63)는

1955년 강원도 속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가장 노릇을 했습니다.


딸린 동생 넷과 식구를 부양하느라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돈을 벌어야 했는데요.


어선도 타고 공사장에도 나가고

열심히 돈을 벌었습니다.

출처gettyimagesbank

26살부터 택시를 몰며 가정을 꾸렸고,
1985년에 첫 딸 황유미씨를 낳았는데요.


그리고 22년 후… 딸을 잃었습니다.

고(故) 황유미씨와 황상기씨

출처반올림

 그는 올해 37년차 택시운전사지만

 13년은 허수입니다.

 유미씨가 백혈병 확진을 받은 2005년부터

 택시 영업을 제대로 뛰지 못했죠.


 2005년부터 2년간은 유미씨 간병하랴,

 2007년부터 최근까지는

‘산재 인정 운동’을 하랴

 생업에 매진할 새가 없었습니다.

황상기씨가 운영하는 택시

출처미디어오늘

 리영희재단은 11년동안 한 길을 걸은

 황상기씨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을

 6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했는데요.


 선정 이유는 반올림의

‘진실을 위한 헌신과 용기를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리영희상은

“진실을 생명처럼 여기고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리영희 선생을 기리기 위해”

 주는 상인데요.

 

 황상기씨는 11월29일 대표로
 리영희상을 받습니다.

출처리영희재단 홈페이지

미디어오늘은 지난 24일

강원도 속초에서 황상기씨를 직접 만나

지난 날의 소회를 들어봤는데요.


황상기씨가 겪었던

지난 11년간의 이야기를

정리해봤습니다.

출처미디어오늘

11년 전 황상기씨의
삼성전자 직업병 이야기는

일종의 ‘괴담’이었습니다.


2007년 삼성전자는 물론

정부기관, 언론, 시민단체까지

황씨의 주장을 외면했죠.

출처ⓒ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직업병을
 처음 세상에 알린 언론사는
 현재 폐간된 ‘월간 말’인데요.

 당시 윤보중 기자가 취재하고
 정웅재 기자가 작성한
“세계 일류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은폐하려 했나?” 기사입니다.

월간 ‘말’ 2007년 4월호

 황씨는 살면서 노조나 시민단체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딸의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데

 어딜 찾아갈지 몰라

 114에 전화해 ‘노조 번호 알려달라’

‘정당 번호 알려달라’고 물어봤었죠.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황씨 말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는데요.

출처gettyimagesbank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황씨가 텔레비전 자막을 보고
 지역 방송사에도 전화했는데 방송사가

‘직업병을 확인해주는
 회사 공문을 가져오라’고 말해서
 황씨는 냅다 전화를 끊은 적도 있죠.

출처주간경향

이후 황씨가 찾은 곳이 ‘말’지인데요.


당시 삼성전자로부터

금전 회유를 받았던 황씨는

기업 광고를 받지 않는

군소 언론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유미씨가 ‘컴맹’이던 황씨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줬는데요.


이것저것 클릭하다 연락처를 본 황씨는

바로 ‘말’지에 전화를 걸었고

‘말’지 기자는 곧바로 속초로 와서

유미씨를 만났습니다. 2007년 2월이었죠.

출처ⓒ 연합뉴스

 4월7일 점심, 황씨는 우체부가 준

 유미씨 기사가 실린 ‘월간 말’지를 받고

 밥을 삼키지 못한 체 엉엉 울었는데요.


 유미씨는 이미

 3월6일에 숨을 거뒀기 때문이죠. 


‘말’지에는 유미씨 생전 모습과 증언이

 추가취재 내용과 함께 실려있었는데요.


 기사는 “1997년 이래 기흥공장에서

 최소 6명이 백혈병에 걸렸다.

 유미씨와 같은 라인에서 일한 이숙영씨도

 비슷한 시기에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밝혔죠.

출처반올림

 ‘말’지가 전한 백혈병 발병 수치에

 관심가진 언론사는

 지역지 ‘수원시민신문’밖에 없었습니다.


 경향·한겨레 등 종합일간지와

 방송 3사 모두 보도하지 않았죠.


 당시 5년차 기자였던

 김삼석 수원시민신문 기자는

“같은 라인에서 같은 시기에

 젊은 여성노동자 둘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

 반도체공장이 화학물질을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말지 윤보중 기자도

“IMB 반도체 공장의

 암·백혈병 집단 발병 문제를 알고 있었다.

 보도가치는 충분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반올림

삼성전자 반도체 근로자

백혈병 사망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파급효과는 적었습니다.

 

김 기자는 당사자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삼성전자 직원 기숙사 옆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에

일일이 신문을 끼워넣기도 했는데요.


이 신문은 주차장 경비원이

금세 수거해갔죠.


김 기자는 기흥공장 앞 회견장에서도

삼성 직원들에게 신문을 나눠줬지만

경비원 제지를 받았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

출처ⓒ 연합뉴스

 황씨는 유미씨 분골을

 속초 울산바위 아래 뿌렸습니다.


 유미씨 분골을 뿌릴 때

 산재 신청을 하지 말라 회유했던

 삼성전자 과장 서너명과 같이 있었는데요.


 김씨는

“화가 나서 아주 죽기 직전이야.

 그 사람들 얼굴에 확 뿌리고 싶었는데

 자신이 없어 못했어.

 그게 지금도 후회가 돼 죽겠어”라며

 아쉬움을 전했죠.

출처반올림

 황씨는 삼성전자 임직원을 언급할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욕을 퍼부어도 모자라다”고 말했는데요.


 반올림 설립 전까지

 자신을 겁박하고 회유한 기억 때문이죠.


 2006년 9월 사표를 수리하러

 유미씨를 찾은 A과장은

 산재보험 신청 요구에

“이 큰 회사 상대로 이길 수 있습니까.

 다른 걸 요구하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출처미디어오늘

 황씨는 A과장에게 전화해

“이게 산재(산업재해)가 아니면

 대체 뭐가 산재냐!” 라고 말하며

 울분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이후 황씨와 삼성 직원이 만났는데

 그때마다 이들은

“유미씨 병은 개인 질병이다”

“그 공장은 화학약품은 쓰지도 않는다”

“(화학약품) 없어요. 가서 보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산재 신청 후

 기흥공장 역학조사가 있던 2007년 9월,

 당시 삼성 반도체 안전 담당 그룹장은

“10억 드릴게. 기자도 사회단체 사람도

 만나지 말라”고 회유했는데요.

 

 입을 꾹 다물었던 황씨는 더 이상

 삼성의 장난질을 두고 볼 수 없다 여긴 후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이종란 노무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2개월 뒤 반올림이 설립됐죠.

출처반올림

황씨는 2007~2012년까지

산재 인정 싸움에 매진했는데요.


삼성과 공식 대화가 시작된

2013~2015년까진 협상에 집중했습니다.


삼성의 일방적 보상 추진으로

대화가 파행에 치달은 2015년 10월부터는

노숙농성과 길거리 투쟁을 했는데요.


2018년 7월25일까지

총 1023일간 농성했습니다.

출처황상기씨 제공

11년간 황상기씨가 삼성에 요구한 것은

한결같았는데요.


백혈병 발생이 산재임을 인정하고

산재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우고,

피해자들에게 충분히 보상하라는 것이죠.

출처반올림

 지난 11월23일 삼성전자 반도체

 산재 피해보상·사과를 두고

 삼성과 반올림 간 조정이

 타결됐습니다.


 이러한 삼성의 전향적 태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혐의 3심 선처를 노린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데요.

출처민중의소리

 황상기씨는 삼성과 반올림의
 조정 타결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삼성이 욕먹을 짓 했다고 생각해.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가 더 안 나오게 즉각 해결해야지,
 자기들 관련 없다고
 십몇 년씩 발뺌하고 거짓말하다
 이제 와서 죽지 못해 했는데
 이게 왜 칭찬받을 일이야.
 (산재 피해자) 병들게 만들고
 가족들 삶도 망쳤는데,

 정신 똑바른 법원이면 제대로 판단해야 해”

지난 11월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삼성전자와 반올림 중재판정 이햄합의 협약식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과 황상기씨가 악수를 하고 있다.

출처민중의소리

 황씨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는데요.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삼성, SK하이닉스, LG 등 대기업은

 산재 의심자에 대한 치료비 보상에 나섰지만

 그밖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재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황상기씨는

“하청업체, 중소기업 노동자들도

 일하다 병을 얻는데

 산재보험이 아니면 구제방법이 없다.

 산재보험이 근본적으로 개혁돼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산업재해로

 고통받는 근로자가 없는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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