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 브리너'와 '미스터 션샤인'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 무대는
대한제국시대 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일본과 미국의 각축전은 나오지만
러시아의 존재감은 미미한데요.
하지만 당시 러시아는
청일전쟁 승전국인
일본을 누를 만큼 막강했는데요.
1904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하기 전까지
10년 남짓 이 땅에서
러시아는 꽤 힘이 있었습니다.
1905년 을사늑약에
죽음으로 항거한 민영환조차
1896년 러시아 황제 대관식에
조선 대표로 참석한 ‘친러파’였는데요.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한
민영환 대신 (앞줄 왼쪽 세 번째)
구한말 러시아 하면
베베르 공사를 잊을 수 없습니다.
카를 베베르 공사는 1884년 12월
친일파가 주도한 갑신정변이
3일천하로 끝나자
이듬해 이 땅에 러시아공사로 왔는데요.
(박영효·서광범·서재필·김옥균)
베베르는 오랜 청의 내정간섭과
성장하는 친일파를 견제하려는
고종의 의중을 파고들어
현란한 외교술로
조선 조정에 친러파를 키웠습니다.
그가 키운 친러파가
이범진, 민영환, 윤치호, 이완용 등이
있었는데요.
러시아의 힘이 커지는 걸
두고볼 수 없었던 일본은
친러내각을 무너뜨리고
1895년 10월 명성황후를 시해한 후
김홍집 친일내각을 세우죠.
친일내각 넉 달 뒤 베베르 공사는
이범진, 이완용 등 친러파를 동원해
1896년 2월11일
아관파천을 단행했는데요.
이날 새벽 고종과 세자는
궁녀의 가마에 타고
러시아 공사관에 숨어들었죠.
아관파천의 길을
‘고종의 길’로 이름 지어
다음달(10월)부터 개통할 예정입니다.
김홍집 친일내각을 해체하고
이범진, 이완용 중심의
친러내각을 세우는데요.
아관파천 1년 동안 러시아는
조선의 각종 이권을 챙겼습니다.
러시아는 함경도 일대 광산 채굴권과
압록강과 울릉도
산림 벌채권을 챙겼는데요.
러시아가 챙긴
울릉도와 압록강 일대
200만 에이커의 광대한 산림 벌채권은
단순한 나무베기 이상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압록강 중국 국경선과
일본과 가까운 울릉도에
군사기지를 구축했죠.
압록강 일대 벌채는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무역을 하던
스위스계 러시아인
줄리어스 브리너가 맡았는데요.
브리너는 조선인을 노역에 반강제 동원해
가혹하게 다뤘습니다.
사람 몸에 밧줄을 걸어 목재를 끌게 해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었죠.
나무베기를 넘어선 군사기지 구축은
결국 러일전쟁의 불씨가 됐는데요.
러일전쟁이 터지자 브리너는
조선인을 사할린으로 끌고와
계속 작업에 동원했습니다.
배우 율 브리너 (Yul Brynner)의
할아버지인데요.
브리너 집안은 떼돈을 벌었지만
1917년 러시아혁명으로 빈털터리가 됐고,
율 브리너는 가난한 유년을 보냈습니다.
‘미스터 션샤인’ 제작 스태프들도
여느 드라마처럼
살인적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씁쓸한 소식이 들립니다.
멀쩡한 사람들 피를 짜서
억지로 만드는 ‘감동’이
얼마나 오래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