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은?

조회수 2018. 2. 21. 1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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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적이거나, 열악하거나'..외국인 근로자 현실 반영
한국산업인력공단 '자주 쓰는 외국어DB' 아시나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09년 '자주 쓰는 외국어 DB(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한국어 1200문장을 17개 언어로 번역했죠. 주로 한국에 돈 벌러 오는 '외노자(외국인 근로자)'의 모국어입니다. DB엔 한국인 사업주가 공장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이런저런 대화를 할 때 자주 쓰는 한국어가 추려져 있습니다.

산업인력관리공단 '자주 쓰는 외국어 DB' 웹페이지 모습.
동/북아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기타
중국어 몽골어 베트남어 영어
러시아어 동티모르어 태국어
우즈벡어 스리랑카어
파키스탄어 방글라데시어
인도네시아어
따갈로그어
캄보디아어

이 DB엔 공교롭게도 한국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어떤 문제로 갈등을 겪는지 잘 드러납니다. 때론 부적절해 보이는 언사도 있고, 외국인 근로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문장도 있죠.


뉴스래빗이 '자주 쓰는 외국어 DB' 전수를 수집, 분석해 문제를 파헤쳐봅니다.

출처: "눈치껏 잘"… 한국 '외국근로자' 현실 대화 1200개

뉴스래빗이 전수 형태소 분석한 결과 가장 등장 빈도가 높은 단어는 '일(50회)'입니다. 대부분이 업무 중 필요한 문장이니 새로운 결과는 아닙니다.

출처: "눈치껏 잘"…한국 '외국근로자' 현실 대화 1200개

뒤를 잇는 단어들도 꽤 흥미롭습니다. 고용주와 외국인 근로자 사이 어떤 지점에서 답답함이 발생하는지 엿볼 수 있죠.


'일'에 이어 두 번째로 빈도가 높은 형태소는 '기숙사(40회)'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생활환경에 기숙사 생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증명입니다. '기숙사 및 식당' 내 6개 소분류 중 '기숙사 규칙'에 속한 문장에서 21회 등장해 압도적입니다. '기숙사 안내'와 '기숙사 환경' 소분류에서도 각 8회씩 등장했습니다.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월급(35회)'이 뒤를 이었습니다. '급여/수당 관련' 소분류에서 28회로 빈도가 가장 높았죠. 월급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월급을 허투루 쓰지 말 것을 조언하는 문장들도 눈에 띕니다.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보험(35회)'도 '월급'만큼 비중이 큽니다. 보험 관련 문장들은 꽤나 구체적입니다.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 상해보험, 보증보험, 고용허가제보험 등 구체적 종류를 명시한 문장이 많습니다. 특정 보험사 이름과 연락처를 알려주는 문장도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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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인력공단은 "1200문장은 E9(비전문취업) 비자를 받은 외국인 기준으로 조사·선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장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외국인 근로자의 근무·생활환경이 드러납니다. 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무슨 일을 할까요? 아래 문장들을 보시죠. (슬라이드를 옆으로 넘겨보세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을 우려하는 문장들입니다. 한편으로는 프레스 기계, 화학약품, 분진 등 안전을 걱정할 만큼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적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이 뿐 아닙니다.

임금 체불, 무급 휴가, 야근이 자주 일어난다는 우려가 충분히 가능한 대목입니다. 심지어 외국인 근로자가 번 돈을 맡는다거나, 무언가를 압수당하기까지 합니다. 한국 사람끼리 일하는 상황에선 나오지 않는 말들입니다.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이런지는 이 문장들만으론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자주 쓴다'고 인정한 문장들에서 이런 내용이 보이니 우려가 안 들 순 없습니다.


'자주 쓰는 외국어 DB'는 잠재력이 큰 공공데이터 DB입니다. 다만 현재 수준으로 일선 사업장에 배포하면 소통과 이해보단 오해와 다툼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현장 고용주들이 이 DB를 사려깊고 원활한 의사소통 도구로 성장시키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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