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대통합시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신작
영화 한 편으로 문·이과를 대통합시켜 토론의 장을 만드는 날이 올 줄이야.
이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해냈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인 신작 '테넷'으로!
'테넷'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고자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가 작전에 투입되는 이야기.
'덩케르크' 이후 3년 만에 컴백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작이자, 코로나19 여파로 수차례 개봉 연기 및 국내 변칙 개봉 등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개봉 전부터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시켰던 '테넷'을 향한 다양한 질문에 답해봤다.
Q. 크리스토퍼 놀란 연출작인데, 이번에도 화려해?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에서 보여준 만큼, 신작 '테넷'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전작들을 뛰어넘는 스케일과 세계관으로 150분 러닝타임 내내 압도한다.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설정인 '빽 투 더 퓨처' 및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뛰어넘고, 양자역학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 '어벤져스' 시리즈보다 복합적인 구성이다.
특히, 사물을 반전시켜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설정인 '인버전'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단순히 카메라 역재생을 넘어 같은 공간에 두 세계가 공존하는 것처럼 구현해내며 보는 내내 감탄사를 유발했다.
그리고 '인셉션'이나 '덩케르크'에서 선보였던 시공간을 현란하게 교차편집하는 연출력 또한 일품. 후반부 장면들은 너무 정교해서 소름이 끼친다.
(이 장면을 어떻게 연출했을 지 직접 물어보고 싶을 정도)
그러나 시간을 거스르는 설정이다보니 초반부터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다.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가면 나중에 벌어질 미래를 볼 수 있는 인버전 설정도 받아들이기 벅찬데,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수시로 전환되는 장면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Q. 그렇다면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는 소리야?
Q. 크리스토퍼 놀란의 유일한 단점이 액션인데, 이건 어때?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액션 신들을 보고 다소 실망했던 관객들이 많았을 텐데, '테넷'에선 확실히 발전했다.
앞서 언급했던 첫 시퀀스인 오페라 하우스 테러부터 주도자와 닐의 로프 액션 및 프리포트에서 펼치는 격투 신 등 면면이 화려하다.
특히, '테넷'에서 주연을 맡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액션 연기가 발군.
스포일러가 안되는 선에서 이야기하자면, 역으로 거스르는 흐름에서도 그의 움직임은 현란하고, 어색함이 없다. 일부 신은 저걸 어떻게 소화했을까 궁금할 만큼 경이롭다.
그동안 봐왔던 스파이 액션물에 출연했던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이었다.
조력자 닐로 분하는 로버트 패틴슨도 인상적이다.
'테넷'의 또 다른 핵심축으로 활약할 뿐만 아니라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브로맨스 케미로 훈훈함을 안겨준다.
로버트 패틴슨의 팬이라면 '테넷'은 필수 관람 리스트.
Q. 그렇다면 '테넷'은 볼 만 해?
추천한다. 그러나 절대 쉬운 영화는 아니다.
스파이 액션물로 생각했다가, 까다로운 설정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데 큰 진입장벽으로 다가오기 때문.
그래서 '테넷'을 보고 나오면 100% 이해하기 위해 n차 관람을 할 것이냐, 아니면 여기서 포기할 것이냐 두 가지 선택 기로에 놓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두통을 안겨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추천하는 이유는 물리학적 이론을 기반해 이를 영상화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연출력 때문이다.
도저히 구현 불가능할 것 같은 세계관을 만들어냈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어색함이 1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전작들처럼 보고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을 던져주는 여운도 있다. '테넷'으로 오랜만에 지인들과 토론하는 재미를 맛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