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스포일러" 요즘 작품들의 슬기로운 보안유지
영화, 드라마 제작자라면 한 번쯤 고민하는 스포일러 방지.
종종 뜻하지 않은 대본 유출, 촬영장 후일담 등으로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
대표적으로 전 세계급 인기를 누리는 마블 히어로 영화가 그랬다. 촬영 현장 사진들이 하나둘씩 유출돼 온갖 추측이 난무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 촬영 당시 제작진은 일부 배우들에게 전체가 아닌 쪽대본 혹은 가짜 대본을 제공한 것은 유명한 일화.
먼저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배우들에게 시나리오를 건네기 전 비밀유지 각서를 받으며 스포일러 유포 방지에 나섰다.
또한 봉준호 감독은 정식 개봉 전까지 취재진을 향해 스포일러 자제를 당부하는 서문을 보냈다.
국내보다 먼저 공개된 칸 국제영화제에선 영어, 프랑스어로 배포하기도 했다.
여기에 스토리상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근세 역의 박명훈을 꽁꽁 숨겼다.
함께 프랑스행 비행기에 탔으나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박명훈만 볼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
개봉 25일차가 되서야 박명훈은 '기생충' 공식행사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이야기의 핵심인 옹산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정체가 유출되지 않기 위해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쪽대본을 전달했다.
KBS 2TV: [충격엔딩] 강하늘.. 까불이 찾았다...?!!
그 때문에 배우들 사이에서도 까불이가 누구일까 서로 의심하고 추측했다는 관계자의 전언.
현장에서만 쪽대본으로 나눠주는 바람에 일부 배우 소속사들이 당시 겪었던 웃지못할 해프닝을 소개했다.
-A 배우 소속사 관계자-
"정말 급해서.... 현장에 있는 매니저한테 핸드폰으로 대본 찍어 보내달라고 했을 정도였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첩보작전 방불케 했었죠. 하하하."
-B 배우 소속사 관계자-
까불이를 연기한 이규성 또한 쪽대본으로 받는 동안 자신이 까불이인지 아닌지 확신이 없었다고.
차영훈 감독님이 '추격자' 하정우 선배님 대본을 건네면서 연쇄살인마 연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셨어요. 그런데 두 번째 촬영 때는 '까불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셨거든요.
그래서 연기할 때 항상 세 가지 버전을 준비했죠. '내가 까불이일 때, 아빠가 까불이일 때, 그리고 애매한 선'으로요. 19회 대본을 받고 나서야 제가 까불이라고 확신했어요.
-이규성-
지난달 22일 종영한 OCN '본 대로 말하라'에서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음문석.
드라마의 핵심인물인 박하사탕 살인사건의 살인마 '그놈'이 바로 음문석이었던 것.
OCN: (배신감♨) 수영, 감쪽같이 정체 속인 음문석에 충격
극 초반부 흥운 지구대 순경이자 차수영(최수영)의 따뜻한 선배 강동식으로 등장했고,
특별출연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제작진의 감사자막까지 나왔기에 '음문석=그놈'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다.
'본 대로 말하라' 연출을 맡았던 김홍선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캐스팅 결정 전에 (음문석 씨가) 갑자기 인지도가 많이 올라가서 감추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필요했고, 매니지먼트사와 합의해 초반에 특별출연이라고 크레딧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제작진들에게 비밀 유지 각서를 받을 정도로 '그놈'을 숨겨야 했죠.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던 것 같아요.
-김홍선 감독-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도 보안유지를 위해 제작진들이 알게 모르게 노력 중이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초능력자 형사와 프로파일러의 공조를 그린 tvN ‘메모리스트’.
연쇄살인범이자 기억을 지우는 능력을 지닌 지우개의 정체는 제작진들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tvN: "갚아주마" 끝까지 유승호 도발하는 연쇄살인마 지우개♨
원작 웹툰에서 중반부에 등장해 큰 반전을 선사하는 인물인 만큼, 캐스팅 단계부터 1급기밀처럼 철저하게 비밀로 부치고 있다.
지우개 역이 동백(유승호)과 한선미(이세영)만큼 '메모리스트' 전체 이야기에서 중요도가 매우 높아요. 그렇기에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분과 제작진 극소수만 지우개가 누군지 정체를 알고 있고요. 촬영 때도 항상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요.
-'메모리스트' 관계자-
매 회 등장인물이 한 명씩 사망하는 바람에 "작가가 칼춤 춘다"고 소문난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그래서 드라마 첫 방송 전 임하룡, 양동근이 홍보차 나간 '라디오 스타'에서 '365'를 소개하다 쩔쩔맸던 이유가 다 이 때문.
MBC: 스포일러 때문에 드라마 내용을 얘기 못하는 양동근&임하룡
몇몇 배우 분들은 처음부터 그 분량까지만 나오는 것이었기에 '특별출연'이었어요. 그러나 그게 알려지면 스포가 되니까 인물 소개란에 전부 집어넣어 알아챌 수 없게 한 거죠. 특별출연 감사 크레딧은 그 분들이 최후를 맞이한 뒤에야 넣었고요.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관계자-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요즘 작품에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은 대본 리딩 때부터 감춘다.
예를 들면, 장르물에서 반전이 되는 인물은 해당 역할을 맡은 배우 이외 다른 배우들은 아예 모른단다. 심지어 대본에도 적혀 있지 않다.
그만큼 스포일러에 민감하니까요. 대본에 그 역할을 맡는 배우 이름이 없고, 공란 처리 되어있어요. 그래서 당사자 배우가 아닌 이상 서로 누가 범인인지 몰라요. 알게 되더라도 나중에 촬영이 한창 진행되고 그 배우와 마주치고 나서야 알아채는거죠.
-업계 관계자 C-
By. 석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