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600억 국뽕 영화를 만나 벌어진 일
국제적인 테러 집단에 맞서 싸우는 중국판 람보가 있었다.
바로 이 사람, '특수부대 전랑2'(2017)의 이 남자(오경 분).
중국 군인 출신 주인공이 테러범들을 때려 잡는 그런 영화다. 56억 위안 이상의 수입을 거두며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중이다.
역대 박스오피스 2위는 46억 위안 이상의 수입을 기록한 '유랑지구'(2019). 태양계 소멸 위기를 맞아 지구를 옮긴다는 내용의 SF 대작이다. '특수부대 전랑2'의 그 람보가 이번엔 지구를 구했다.
이 아성을 뛰어넘겠다고 나타난 영화가 있었으니,
주인공은 엑소 출신 루한과 유명 배우 서기, 제작비가 3억 6천만 위안, 우리 돈으로 600억 원이 훌쩍 넘게 들어간 영화 '상해보루'다.
기대작이었다. 두 톱스타의 만남에 SF 대작 분위기, 거기다 '국뽕' 차오르는 스토리까지.
내용은 간단하다.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에 대항하는 지구인의 이야기. '인디펜던스데이' 류의 SF 영화이고, 무대는 중국 상하이다.
지난 8월 9일 중국에서 대규모로 개봉, 10여 일이 지났다. '상해보루'는 일찌감치 중국 박스오피스 10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한마디로, 망.했.다.
20일 현재 누적 수입은 1억 2천만 위안(약 200억 원), 1위인 '특수부대 전랑2'에 한참 모자란 건 물론, 제작비에도 한참 모자라는 액수다.
한 중국 매체는 '상해보루' 흥행 참패를 이렇게 표현했다.
8월, 2019년 국내 영화계의 가장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 같다.
보통 중국에서 대작이 개봉하면 오프닝은 1억 위안을 가뿐하게 넘지만 '상해보루'는 7422만 위안에 그쳤다. 평점도 참혹했다. 중국 최대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 평균 3.6점, 별 1~2개 짜리도 많았다. 평점은 날이 갈수록 더 낮아지는 중이다.
'망작'(烂片)이라는 관객 혹평, 이유는 다양했다.
76년생 서기와 90년생 루한의 설득력 없는 러브라인, 미국 블록버스터를 짜깁기한 듯한 스토리, 어색한 CG, 루한의 캐릭터 소화력 등등.
그나마 팬덤이 막강한 아이돌이니 그 효과를 누렸을까 싶지만, 6천만 웨이보 팔로워에 무색한 성적을 내고 말았다.
여기에 루한과 서기의 출연료가 제작비의 반 이상이 들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이돌 출신인 루한은 그야말로 '욕받이' 신세가 됐다.
이에 연출을 맡은 등화도 감독이 후회의 인터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영화가 버젓이 상영 중인데 말이다.
우리가 담고 싶던 SF 전쟁은 루한 같은 유형의 연기자와는 차이가 있다. 루한을 잘못 기용했다. 그에게 맞지 않는 캐릭터였다.
중국에서는 한때 아이돌급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왔던 적이 있다. 대부분 중박 정도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팬은 팬이고 소비자는 소비자.
'상해보루'의 실패는 해외 콘텐츠를 손쉽게 접하며 눈이 높아진 찰리우드에서 더이상 '얼굴 장사'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