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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고 싫음을 말하기 참 어려운 영화

조회수 2017. 9. 19. 20: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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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임영진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소중한 9000원] 


우는 사람을 보면 위로해주자. 

웃는 사람을 보면 축하해줘야지. 

빨간 글씨는 위험해. 

유리컵이 깨진 날에는 조심하는 게 좋아.


우리는 신호를 학습한다. 그리고 사람이 보내는 신호, 사물이 보내는 신호를 익숙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암흑 같은 배경에 번쩍 뜬 눈이 그려져 있는 포스터를 보며 낭만적인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교복을 입은 청춘을 보며 대규모 블록버스터를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거고.

여기서 문제는..... 가끔 오류가 생긴다는 건데! 


그 가끔 일어나는 '해석의 오류'가 '아이캔스피크'에서 벌어졌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상큼한 파스텔톤의 포스터를 보며 곧 불어닥칠 감정의 허리케인을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냔 말이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포스터


사실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는 게 편집장은 시사회에 들여보내며 이렇게 귀띔해주기까지 했다. 


“재미있을 것 같지? 네가 좋아하는 '전연령 타깃 코미디' 아닐까?”

치고박고싸우며 혈흔이 낭자하는 액션 영화보다, 언제 어디서 귀신(또는 살인자)이 튀어나올지 몰라 옷자락을 움켜쥐고 봐야 하는 스릴러보다는 할머니 손자의 코미디 영화가 백배천배만배 행복했던 1인.


상영관에 들어서기 전 커다랗게 걸린 상큼한 기운의 포스터는 마치 내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일부러 걸어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포스터

덕분에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흘리고 진이 빠져서는 겨우 걸어 나왔다.


혹시나 마찬가지로 ‘아이캔스피크’의 향긋한 포스터에 끌려 예매를 준비하고 있을 예비 관객들이 있을까 하여!


먼저 본 ‘아이캔스피크’의 예매 전 체크 포인트 몇 가지를 적어봤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포스터

‘아이캔스피크’ 간략 소개


주연 배우 : 나문희( 영어무능력자 나옥분), 이제훈( 영어능력자 박민재)


장르 : 드라마(초반에는 코미디)


줄거리 : 옥분의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민원이 된다. 옥분이 뜨면 민원센터는 오들오들 공포에 휩싸일 정도. 이런 옥분의 최대 고민이라면 영어. 밤낮으로 영어 공부를 하는데 좀처럼 늘지 않아 걱정이다. 운명처럼 그 앞에 나타난 네이티브 스피커급 영어실력자(이자 원칙주의자) 민재. 옥분은 영어를 배워야 하고 민재는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


개봉 : 9월 21일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예매 전 체크 포인트 3가지

1. 드라마? 코미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메릴 스트립)가 등장하기 5초 전처럼 도깨비 할매 나옥분이 주민센터에 등장한다. 물론, 옥분의 등장신에는 긴장감보다는 코믹함이 짙게 묻어난다. 


이 신이 초반 ‘아이캔스피크’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등장인물의 진지함보다는 가벼운 말장난 속 유쾌함을 강조한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이 가벼운 웃음코드는 중반 이후 몰아치는 반전을 염두에 둔 장치로 보인다. 


관객이 떠안을 무거움을 상쇄시켜 주기 위한 역할 같은 것인데, 문제는 너무 염두에 둬서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2. 나문희와 이제훈의 연기 밸런스는?


'아이 캔 스피크'는 나옥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옥분을 연기한 나문희는 놀랍게도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모습 그대로 등장해 연기를 펼친다. 그는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도 기존에 연기했던 캐릭터와 선을 긋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얼만큼 기대를 했든 간에 나문희의 연기에 실망감이란 없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나문희의 흐름에 이제훈은 부지런히 따라간다. 이제훈은 과하지 않게, 하지만 도드라지게 제 역할을 하며 나문희가 만드는 감정선에 열심히 젖어든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3. 소재를 풀어내는 방법


‘아이캔스피크’는 CJ 문화재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다. 주인공인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인데, 이 내용을 알고 영화를 볼 때와 모르고 볼 때가 완전히 달라진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옥분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지만 유쾌하고 활기 넘치며 열정적이다.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다.  


삶에 통달한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어른들보다는 꿈을 꾸는 어른이,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에 가깝지 않겠나.


그것이 무려 옥분이라니! 멋있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어떻게 봤어?


'아이 캔 스피크'는 장단점이 명확한 영화다. 캐릭터는 매력적이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평범하다.


옥분에만 집중하다 보니 주변에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지 못한다. 대신에 옥분의 시점에서는 대단히 정성스럽고 의미 있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특히나 고심한 흔적이 역력히 묻어나는 옥분의 과거 회상신은 신의 한 수가 될 법하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주관주의) 총평


스토리 ★★★☆☆

(흐름도 구성도 뻔하고 헐겁지만 메시지로 승부수. 옥분의 인생을 풀어내는 방법이 훌륭하다.)


연기 ★★★★★

(잘 끌고 간 나문희, 잘 따라 간 이제훈)


웃음 ★★★☆☆

(정말 가볍디 가벼운 개그. 그 덕에 슬프기만한 영화는 아니게 됐지만....)


총평 ★★★★☆

(손목이 나갈 때까지 나문희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위안부 피해자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려던 노력과 시도는 높은 점수를, 이야기를 뻔하게 풀어냈던 것에는 아쉬움을 표한다.)

출처: '아이캔스피크' 스틸컷


'아이캔스피크'는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작품이다. 그렇지만 그 위에 더해진 메시지, 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 것 같은 인상은 한 마디로 좋다 싫다를 말하기 어렵게 한다. 


개인적으로
‘택시운전사’를 보면서는 말짱했는데 ‘아이캔스피크’를 보면서는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손수건, 하다못해 화장실 휴지 한 칸이라도 꼭 챙겨가시길.
이건 정말 중요한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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