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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금전 사기·스토킹.. 뒤틀린 팬심의 결말은?③

조회수 2015. 10. 20. 22: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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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아이돌을 쫓아다니며 대기업 연봉을 버는 방법②에 이어.

#6. 소속사 “팬들한테 법으로 할 수도 없고… 정말 어떡하면 좋아요?”


지난 13일 정오 압구정 인근에서 만난 소속사 관계자 I는 여러 소속사의 케이팝 보이그룹 담당을 거쳐 현재는 그룹 H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홈마라는 존재에 넌덜머리가 난 듯 했다.

I가 말하길 홈마이자 사생활을 모두 따라다니는 사생 팬들은 꾸준히 그룹 H의 모든 국내 스케줄 일정과 해외 일정을 모두 함께하고 있다. 항공편 비즈니스석 옆자리에도, 해외 경유지의 비즈니스 라운지에도, 도착한 유럽의 어느 소도시에도 그들이 있었다고 했다.

"도대체 어떻게 편명까지 아는지 모르겠어요. 유럽까지 가려면 엄청 비싸거든요. 경유도 하고 막 11시간 비행하고 고생인데도 다 따라오는 거죠. 걔들도 항공사 등급이 아마 골드 루비 다이아몬드 이 정도는 될 거예요."

그들이 비싼 비즈니스 티켓을 사는 이유는 비즈니스 라운지에 함께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은 라운지에서조차 사진이 찍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쉴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이 담긴 희귀한 사진은 팬들의 포토북 구매욕을 치솟게 한다. 

"라운지에서 멤버 애가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사진 구석에 걔를 지켜보는 팬들이 같이 찍혀 있어요. 그 정도예요."
출처: 뉴스에이드
"내부에서 누가 스케줄 파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그걸 다 알고 있어요?"

"매니저 메일 털렸고 회사 스케줄방도 털려요. 인증 받아야지만 볼 수 있게 다 바꾸고 멤버 본인, 그리고 저 밖에 모르는 스케줄인데도 누군가는 촬영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소름이 돋아요. 심지어는 저조차도 애들 동선을 파악하려고 그 홈들을 팔로우 하고 있으니 웃기는 일이죠."

I는 소속사에서도 심각성을 알지만 정말 말도 안 되게 뚫린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대체 팬들은 그 돈을 어디서 나는 거고, 내부 스케줄은 누가 빼돌리는 거냔 말이에요. 최근에 비상 걸렸어요. 회사에서도 큰일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요. 팬한테 뭐라고 해봤자 좋아해서 따라다니는 거고, 따라다니려고 돈을 번다고 하면 대꾸 할 말이 없죠."

I는 이 같은 사생 홈마들의 행태가 결국엔 해당 연예인에겐 피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호소했다.

"비행기에서 진짜 민망한 일 많아요. 팬 입장에서는 비즈니스석에 앉아있는 애보다 먼저 나가서 나오는 모습을 찍고 싶은 거죠. 그래서 승무원들한테 자기가 먼저 나가야 한다고 난리부르스를 춰요. 착륙 직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서 동동거리는 건 다 홈마들이에요."

"그 때 자리에서 일어나면 위험하잖아요. 다른 승객들한테 항의 들어오지 않아요?"

"하도 공항에서부터 난리니까 어떤 아주머니가 멤버 중에 한 명한테 '그룹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대요. 애는 기분 좋아서 자랑스럽게 말했는데 아줌마가 그러더래요. 'H라고? 기억해놔야겠네. 진짜 내가 민망해서. 나라망신 다 시켜 아주.' 애가 그 때 너무 부끄러웠다고 하더라고요."

전 세계적으로 케이팝이 인기 있으니 아이돌의 해외 공연에는 국위 선양의 효과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정작 그 과정에는 이런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 그 때마다 대중의 비난은 팬들보단 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을 향한다.
출처: 뉴스에이드
멤버들도 사생 팬에 고통스러워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홈마들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다. 정돈되지 않은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쥐고 있는 팬들이기도 하고 정말 큰 대형 아이돌이 아닐 바에야 개인 홈의 개수가 손에 꼽힐 정도다. 홈마들이 개인 팬덤에 주는 영향력이 지대하다보니 이들도 눈치를 보는 거다.

I도 그 점을 언급했다.

"홈이 무너지면 팬덤이 무너진대요. 애가 잘못할 때도 그렇지만 홈마끼리 싸우고 열 받아서 난리를 치고 홈을 닫아버릴 때도 멤버들은 민감하게 반응해요."

또 다른 약점은 홈마들이 그 사진을 팔아 번 돈으로 해주는 선물들 때문이다. I는 솔직히 선물 받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애들이 있다고 했다. 

"으리으리한 명품을 선물 해주고 자기 사진 잘 찍어주니 홈 닫을까봐 벌벌 떠는 애들도 봤었어요. 그러니 브이 해달라면 다 해주고 카메라 쳐다봐주고, 웃어주고 그러는 거죠. 우리가 그걸 어쩌겠어요."

골머리를 앓고 있는 I의 타협안은 비상업적인 용도까지였다.

"공연장 앞에서 팬들에게 부채를 나눠주고 이런 식으로 무료 나눔을 하는 것 까진 OK죠. 회사 입장에선 저희도 MD제작하고 초상권이란 게 있는데 상업적으로 파는 건 안돼요. 그래서 판매 금지 공지도 해봤어요. 그래도 팬 아이들이 죄의식이 없어요. 사생활에 초상권 침해인데 법적인 제재를 팬한테 막 가할 수도 없잖아요. 자제해달라는 말 외엔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요."
출처: 뉴스에이드
같은 날 오후에 만난 오랜 경력의 가요 관계자 K는 홈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리나라에선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퍼블리시티권 개념이 보장되지 않아서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지나가다 연예인을 봤어요, 그걸 찍을 순 있지만 그 사진을 파는 걸 자유라고 할 수 없잖아요. 명백하게 불법이고 어떻게 보면 기업화된 걸 상업적으로 빼다 쓰는 건데 제동이 걸려야 하지 않을까요. 팬들 입장에선 '내가 이거 찍어서 돈 벌지만 걔한테 얼마 조공하면 될 거 아니야' 이런 식인 거죠."

"팬들 사이에서는 이런 방식의 팬질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당연해졌잖아요. 왜 그럴까요?"

"물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예전에도 이런 문화는 있었어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연예인 찍어서 장당 몇 백 원에 파는 식으로요. 그땐 네트워크가 좁으니 상업화, 기업화되기엔 모자란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기술 수준이 따라주잖아요. 국내 스타들은 글로벌 사이즈로 커버렸는데 관련 법규나 의식 수준은 아직 미미하니까 이런 문제가 오는 거 같아요."


K는 시작은 순수한 애정에서였다지만 돈벌이가 가세하는 바람에 지금은 완전히 산업화된 시스템으로 변한 팬덤 문화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는 팬들끼리 자체적으로 여는 유료 영상회나 전시회, 파티 등을 언급하며 초상권 허락도 없이 이런 상업적 행사는 정말 말도 안 되는 거라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비정상적인 자금의 흐름이 팬 문화에 깃들면서 변질된 점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회사에서도 법적 대응 방식을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K는 팬들 간의 이런 거래가 음성적이라는 점도 위험하다고 봤다. 유명 홈마들 정도는 소속사 관계자들도 다른 팬들처럼 정보 접근이 가능하지만 폐쇄된 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금전적인 사기 사건에 대해 소속사에서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고 했다.

"공식 굿즈는 잘못되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잖아요. 그런 홈에서 정말 극단적으로 누가 입금 받고 튀면 어쩔 거예요. 어디다 항의를 하겠어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죠."
 

안타깝게도 그 극단적 사례는 이미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팬들은 이제 어떤 그룹의 홈마였다는 걸 자신의 필모그래피처럼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여러 팀을 갈아타면서 자신을 브랜드화 시키는 거다. K는 팬 담당으로부터 본업을 버리고 홈마로 전업한 경우도 여럿 들었다고 했다.

"스스로 콘텐츠를 재생산할 수 있는 시대는 맞아요. 하지만 팬들 쪽에선 단순히 공유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죠. 걸그룹의 포인트 안무를 움직이는 컷으로 만들어서 자기들끼리 놀고 이런 건 너무 바람직하다 이거에요. 근데 지금은 말도 안 되게 파파라치처럼 일거수일투족을 찍어서 파는 거죠. 팬이 아니라 장사꾼처럼 됐어요."

"팬들이 찍은 사진이나 팬 아트를 소속사 입장에서 볼 땐 어떠세요? 정말 전문가 뺨치게 잘 만든 것들 있잖아요. 팬들은 '저 사람 빨리 소속사에서 데려갔으면 좋겠다' 이러기도 하고요."

"솔직히 제가 봤을 때도 너무 예쁘게 잘 찍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런 애들 콘텐츠팀 꾸려서 찍게 하고 싶단 생각도 해요. 근데 그들은 멤버 한 명 혹은 한 그룹의 팬인 거잖아요. 그것만 찍게 할 순 없는 거니까 또 문제죠."

그리고 아무리 예쁘다 해도 누가 봐도 그 연예인과 닮았기 때문에 팔리고 있는 캐릭터 인형도 회사 입장에서 골치다.
 
"연예인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있잖아요. 굿즈엔 그 이미지의 가치도 함께 담기는 건데 그런 개념은 인정되지 않고 있어요."

"명확하게 내세울만한 기준을 정하기도 애매하네요."

"맞아요. 상업화의 수준을 100명으로 잡을 수도, 1000명으로 잡을 수도 없잖아요. 5만 원 이상은 금지? 이럴 수도 없고요. 사진은 OK, 2차 생산은 안 돼! 이러면 안할까요? 다 하겠죠. 기댈 곳은 법인데 기본적인 법규가 어설퍼요. 예를 들어 민사를 걸어봤자 수십만 원 수준이에요. 팬들 입장에선 그깟 벌금 내고 말지 싶겠죠. 이거 팔면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버는데 그게 대수겠어요?"
출처: 뉴스에이드
그래서 공모전을 열어 공식 계약을 맺거나 전문 캐릭터 개발에 참여하는 식으로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막상 이런 이벤트가 열리면 당사자들은 숨기 바쁘다고들 했다.

K는 연예 산업이 갖는 특수성 때문에 이런 문제에 무 자르듯 칼 같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볼 때 연예인을 상품, 팬을 소비자라고 할 수 있지만 애정과 감성이 있는 특별한 관계잖아요. 우리가 스마트폰 사면서 대기업에다가 '우리 갤럭시한테 왜 그래!' 이러진 않지만 팬들은 소속사에 '우리 애한테 왜 그래!' 하니까요."

"고가의 조공을 회사에서 막으면 좀 낫지 않을까요?"

"조공 안 받겠다고 하는 애들도 있는데 어떻게든 돌려서 주려고 난리에요. 그렇다고 받고 싶단 애들에게 회사에서 '너 그거 받지 마' 하는 것도 마음 상하는 일이겠죠. 좋아하는 친구한테 생일선물 준다는데 '2만원 안으로만 주세요' 할 수도 없잖아요. 무슨 마니또게임도 아니고 말이에요. 마음이라는 걸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다고 팬들한테 조공 말고 우물 파는 걸로 경쟁해달라고 할 순 없잖아요. '우리 팬덤은 몇 명 후원했어!' 이런 걸로 싸워준다면야 아름답겠죠. 그렇지만 자기들이 돈을 투자해서 한다는데 회사에서 개입하면 안 되는 거니까요."

"골치 아프네요. 그래도 법으로 끝까지 처벌하는 경우가 생기면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요?"

"금액이 적어도 법으로 강경하게 나갈 수야 있겠죠. 만약에 잡고 보니 15살이야. 그럼 그 어린애를 빨간 줄 가게 할 수도 없고 어떡하죠? 팬들이 영악하게 변질되어가고 있는 게 문제 같아요. 부디 법적인 규제가 더 명확하게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럼 자체적으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인식도 생기지 않을까요?"

퍼블리시티권은 초상권 상품화에 대한 넓은 개념을 담은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은 더더욱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법규가 얼마나 허술하기에 이렇게나 당연한 범법행위에 소속사들이 속수무책일까? 종합법률사무소 국민생각의 김종호 변호사에게 자문을 청했다.

"초상권 침해로 형사고소는 불가능하고 민사 소송은 가능합니다. 미국 같은 곳에선 연예인의 초상권을 높이 평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크게 걸리는 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개념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아직 어렵죠. 관련 법규가 없어요."

"어떤 개인이 연예인의 사진을 찍어서 초상권 동의 없이 찍어낸 포토북으로 천만 원을 벌어도 처벌이 어렵다는 건가요?"

"소속사에서 민사 소송을 건다고 해도 금액이 몇 십만 원 수준으로 굉장히 미미하게 나올 거예요. 천만 원의 수익이 나왔다고 해도 그 정도 금액을 보상받는 건 굉장히 어려워요."

법으로도 속수무책이다. 지금까진 소속사와 연예인이 갑, 팬들이 을인 줄로 알았지만 퍼블리시티권에 있어선 이 관계가 뒤바뀐 게 현실이었던 거다. 지금은 팬들이 범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팬심이라는 방패가 있지만, 앞으로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악용될 수 있는 상황이다.

#7. 랍스터들의 생존경쟁


지난 16일 오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엑소가 중국 투어 콘서트를 위해 출국하는 날이다. 비행기 편명과 출입 게이트 정보는 그 어디에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적이 없다. 그러나 100명이 넘는 팬들이 공항의 수많은 출입구 중 엑소가 들어갈 게이트 앞에 정확하게 진을 쳤다. 이 모든 인원이 출국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보도블록에는 온갖 간이 의자와 사다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모자라 '자리 있음'이라고 적힌 종이가 덕지덕지 테이핑 되어 있었다. 이 정도 경쟁이면 맨 뒷줄에서는 인천공항까지 와서 엑소 머리카락 보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출처: 뉴스에이드
줄 서 있는 팬들은 저마다 대포 카메라를 한 대씩 끼고 있었다. 보통은 '오두막3에 새아빠백통'으로 불리는 조합이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를 합친 가격은 800만 원 정도다. 많은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이 사용할 만큼 전문가 용도의 고급 기종이다. 사진기자 M에게 물어보니 이보다 상위 기종의 카메라가 1000만 원 대를 훌쩍 넘어가는데 그 제품을 가진 팬들도 많다고 했다.

수백 명의 홈마들, 그리고 공항에 누가 나타날지 모르고 있는 일반 승객들을 위해 보안 요원들이 대기한다. 공항 내부 보안요원 뿐 아니라 소속사에서 고용한 경호원들도 이를 돕는다. 공항 내부 직원이 직접 게이트로 나와 멤버들의 신원 확인을 하고 입국 대기 절차를 간소화하기도 한다. 특혜가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 몰리는 팬들 때문에 피해를 볼 대다수의 일반 승객을 위해서다.
출처: 뉴스에이드
경호 관계자는 오늘처럼 이른 시간일 때는 100~200명, 공항까지 오기에 편한 보통 시간대에는 500~600명 정도가 몰린다고 했다. 

"엑소라서 심한 게 아니라 빅뱅이나 다른 보이그룹 걸그룹 올 때도 다 이래요. 승객들이 몰리는 팬들 때문에 다치는 경우가 있어서 승객 안전 때문에 경호를 하고 있어요. 출국 심사를 따로 받는 건 각 소속사에서 공문을 보내서 요청하면 검토 후에 진행하는 걸로 알아요. 공항 내부 경호 인력에 한계가 있으니까 공항에서도 소속사에 시큐리티를 추가로 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해요."

경호팀은 공항 외부에서의 촬영은 제지하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제지한다.
 
"밖에서 찍는 거야 뭐 멀리서 와서 얼굴 한 번 보겠다고 하는 건데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안에서는 원칙적으로 안 되죠."

이날 팬들이 많이 몰린 걸 확인 한 경호팀은 출입구를 L에서 J로 변경했다. 경호팀이 이동하자 팬들은 출입구가 바뀐 걸 눈치 채고 사다리를 놔두고는 함께 이동했다. 이런 일은 익숙하다는 반응이었다. 

엑소가 도착하고 차에서 내려도 비명 소리는 나지 않는다. 셔터 소리만 가득할 뿐이다. 공항 내부까지 따라붙는 팬들은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멤버보다 먼저 달려가서 앞을 막고 찍고, 사진을 찍는 사이 멤버가 자신을 지나치면 다시 앞으로 달려가서 찍는 식이다.
출처: 뉴스에이드
뒤에 누가 있건 상관없이 밀치고 달린다. 백여 명이 이런 동선으로 움직이니 엉키고 부딪히는 건 다반사였다. 누구 하나 넘어져서 밟힌다고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분위기였다. 다급한 발소리, 옷깃이 스치는 소리,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셔터소리가 출국 층의 공기를 대신했다. 

홈마 A도 다른 홈에는 올라오는 현장 사진을 못 올릴 때 가장 기운 빠지고 속상하다고 했다. 이들도 어떻게든 멤버를 찍어야 기다리는 홈 회원들에게 면이 설 것이다. 새우젓 사이에서 랍스터라는 홈마들끼리도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출처: 뉴스에이드
홈마들 중 일부는 엑소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출국한다. 출발 직전에야 수속을 마치는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간 비행기를 놓치기 마련이니 먼저 출국 수속을 밟고 안에서 대기한다. 내부 사진은 이들의 몫이다. 그리고 외부 사진과 교환한다. 

출국 직전까지의 모습을 촬영한 홈마들은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골라낸다. 프리뷰를 트위터에 올리는 것도 속도전이기 때문이다. 안방팬들은 엑소가 출국하는 모습부터 비행기에 타고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을 불과 10분 차이로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요즘 팬 문화의 가장 적나라한 현실이다.

물론 이건 엑소라는 그룹의 잘못은 아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돌은 늘 열성 팬들로 인한 여러 가지 진통을 겪어왔다. 엑소는 수백 명의 팬들이 800만 원 짜리 카메라를 들고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뉴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이기에 이런 문제에 엮였을 뿐이다.

일반 팬 D는 이런 모습도 '좋아하니까'로 우길 수 있는 팬심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좋아하면 공개방송 객석에 같이 앉아서 야광봉을 흔들고 응원해줘야 하는 거잖아요. 출근길, 퇴근길, 공항에 갈 게 아니라. 걔들은 거기 안 와요. 안에선 못 찍으니까. 그런 거 보면 진짜 애들을 좋아하긴 하나 싶을 때도 있어요."
출처: 뉴스에이드
홈마들로 인해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팬덤 문화는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까. 물론 아이돌이라는 콘텐츠의 근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돈벌이 수단이라지만, 팬심 사이에까지 돈벌이가 가세하면서 틀어지고 있는 이상한 팬 문화는 점점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촬영을 위한 과한 몸싸움, 스토킹에 가까운 사생활 추적 등은 때로 아찔한 사고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불거지면서 팬덤 문화 자체에 환멸감을 느끼고 이탈하는 인원도 늘어가고 있다. 아이돌 왕국 자체가 무너지기 전에 어디쯤에선 제동을 걸어야하지 않을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시리즈 이어보기※
‘팬심이 권력이 되다’ 팬덤 피라미드 정점, 홈마스터①
아이돌을 쫓아다니며 대기업 연봉을 버는 방법②

출처: 뉴스에이드
글|강효진 사진|최지연 (뉴스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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