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쫓아다니며 대기업 연봉을 버는 방법②

조회수 2015. 10. 20. 22:2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by.뉴스에이드
'팬심이 권력이 되다' 팬덤 피라미드의 정점, 홈마스터①에 이어.

#4. 일반 팬 "포토북은 좋지만, 수익금은 지들 돈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지난 12일 정오 상수역 인근에서 만난 D는 20대 팬이다. 몇몇 걸그룹을 거쳐 지금은 6년 차 이상의 한류 걸그룹 E를 좋아한다. 홈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나름대로 '팬질' 경력이 오래된 터라 여러 아이돌 팬덤의 깊숙한 사정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D가 대다수의 홈마들에게 가장 불만인 건 콘텐츠로 생긴 권력으로 행하는 갑질, 그리고 포토북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정산 내역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출처: 뉴스에이드
홈마들이 올리는 수익에 대해 일반 팬들이 눈감아주는 선은 명확했다. '팬질 하는데 쓰는 비용' 정도. D는 홈마들의 사진이 팬덤을 유지하는 도구가 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포토북, 굿즈 수익을 내서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고 외국에 따라 나가 찍어온다는 건 일반 팬이 하기 힘들잖아요. 팬들이 홈마의 포토북을 사준다는 건 '이 만큼 비용 대줄테니 좋은 사진을 더 찍어와라' 이런 개념도 있거든요. 그렇게 가는 걸 배 아파하는 사람도 있지만 용인해주는 분위기란 말이에요. 그래서 교통비, 식비 까진 인정하죠. 그만큼 수고를 하니까. 근데 개인적으로 친구랑 밥을 먹는 데 쓴다거나 생활비로 쓰는 건 한 푼도 용납이 안 되는 거죠."

"그걸 생활비로 쓰는 지는 어떻게 알아요?"

"이거(홈마) 하기 전엔 수입도 없고 알바해서 근근이 먹고 살던 애가 어느 순간 되게 잘 먹고 다니고 차림새도 바뀌고 돈 걱정이 없어 보여요. 그럼 굿즈로 낸 수익을 생활비로 쓰는 게 뻔 하거든요. 팬덤별로 서포트 비용이 비교되니까 내역 공개를 잘 안하거든요. 가입한 팬들만 볼 수 있게 대충 금액 추산이 가능할 정도만 공개가 돼요. 그럼 포토북이 어느 정도 팔렸는지 감도 오고, 들은 것도 있고 해서 안단 말이죠. 몇 천만 원 수익 올렸는데 서포트는 한 500만원 밖에 안 들어간 거 같아. 그럼 차액은 어디 갔냐 이거에요."

제일 큰 문제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이 투명하게 처리되지 않는다는 거다. D는 한 번은 열 받은 팬들이 탈세 혐의로 홈마를 신고한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그 홈마가 혐의를 벗어난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이건 수익이 아니라 기부를 받아서 기부금의 일부로 서포트를 들어간 거라고 말한 거예요. 나머지 금액은 기부할거라고. 포토북은 판매한 게 아니라 기부 기념품으로 나눠준 거라고 하는 거죠. 기부금이라는데 어떡해? 그러면 처벌이 안 된대요. 실제로 기부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몰라요."

그래서 어떤 홈마들은 포토북 판매를 할 때 메인이 포토북이 아닌 서포트라는 걸 강조하기도 한다. 서포트를 할 거고 자발적 입금을 받을 텐데 몇 만 원 이상 입금자에게는 포토북을 보내준다는 식이다. 팬들은 기쁘게 입금하면서 좋아하는 스타에게 선물도 줄 수 있고 포토북도 가질 수 있다는 두 가지 만족감을 얻는다.

출처: 뉴스에이드
음지에서 이뤄지는 거래다보니 사기 행각도 빠질 수 없다. 모든 팬덤에서 골머리를 앓는 문제이기에 D 역시 수많은 사기꾼들을 봤다고 했다. 포토북 입금을 받고 책은 보내지 않는 경우다. 달력은 전년도 10월~12월 사이에 배송이 끝나지만 포토북은 배송 기한을 정해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적은 돈도 아니고 4~5만 원대인데 기약 없이 기다려요. 먹고 튀는 애들도 봤고, 지난해 봄에 입금 받았는데 아직도 배송 안했다는 데도 있어요. 크게 불거지면 팬덤 이미지에 타격이 있으니까 트위터로 멘션을 보낸다든지 홈페이지에 글을 쓴다든지 하는데 대답이라도 해주면 정말 친절한 거고 보통은 모르쇠로 일관하죠. 사정상 포토북을 못 냈을 때 일일이 환불해주는 건 딱 한 번 봤어요."

D에게서 듣게 된 포토북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더 전문화 돼 있었고 산업이라고 해도 될 규모와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홈마가 사진 편집 능력이 있다면 직접 포토북을 제작하지만 몇몇은 따로 돈을 주고 능력자를 고용하기도 한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디자인 해주는 사람, 홈 로고를 디자인해주는 사람, 달력이나 포토북 디자인 해주는 사람 등의 수요와 공급이 충족된다. 팬 페이지의 개념이 생겨나면서 파생된 하나의 산업인 셈이다.

시안을 만들고 인쇄를 넘기는 과정에서 인쇄소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포토북을 사면 주는 특전들은 보통 포토카드나 로고가 박힌 볼펜, 배지 등인데 인쇄소는 그걸 무료로 해주면서 포토북 인쇄 건을 따낸다. D는 아이돌 포토북을 전문으로 해주는 M인쇄사에는 포토북 포장실이 따로 있어서 각 팬덤별 포토북이 산처럼 쌓여있다고 했다.

"홈마들도 다들 자기 집에 그걸 가져갈 수가 없으니까 배송하고 남은 걸 쌓아두고 아는 사람을 동원해서 포장하는 거죠. 그럼 인쇄 업체에서 배송까지 다 해줘요."

출처: 뉴스에이드
이렇게 포토북을 팔아치운 홈마들의 수익은 우리 생각보다 더 엄청나다. D 그리고 또 다른 일반 팬 J는 억대의 수익을 올리는 홈마도 많다고 말했다. 이러니 직업 없어도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 생활이 유지되는 거다.

"포토북이 3만원이라고 쳐요. 원가가 만원이면 차액이 2만원인데 이걸 200권을 팔면 순수익이 400만원이에요. 팬덤 큰 애들은 전성기에 1000권도 넘게 팔았어요. 그럼 못해도 2000만원이 남는 거지. 탑시드 홈마는 적어도 절반은 서포트에 넣어요. 명품 기본으로 들어가고 수시로 뭐든 선물해줘요. 지금은 300~400권밖에 못 판다고 해도 포토북 가격이 최소 3만원은 넘어가니까. 그 돈이 대충 보이죠."

'돈이 된다'는걸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문 포토북 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D는 두 탕 세 탕 뛰는 홈마들이 많다며 "이번에 얘 잘 될 거 같은데 넘어가서 돈 좀 벌어볼까"하는 농담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A그룹에서 번 돈으로 B그룹에 쓰기도 하고 그 반대도 있다. 기형적으로 커진 모 그룹의 팬덤과 출연이 겹친 행사에 갔을 땐 그쪽 팬 100명이면 90명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고 했다. 윗세대 아이돌부터 넘어온 팬들이 돈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를 쓰고 찍어서 데이터를 축적해두는 거다. 찍어두면 돈이 되니까.

"벌써 데뷔도 안한 애들로 넘어가려고 준비하는 홈마들도 많아요. 걔들이 좋아서도 있겠지만 미리 돈을 벌기 위해 투자 개념으로 좋아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지금부터 작업해놔야 애들 이랑도 친해지고 데뷔했을 때 탑시드 먹을 수 있으니까."

출처: 뉴스에이드
우리들의 일그러진 홈마를 향한 신격화는 일반 팬들의 생각보다 더 계급화 됐다. 우선 유명 홈마들 아래엔 그들의 정보와 노하우를 얻고 싶은 셔틀이 존재한다. 쉽게 말하자면 새끼찍사다. 셔틀들은 홈마의 시녀 같은 역할을 한다. 친해지기 위해 따라다니며 행사 앞자리를 대신 맡아주고, 줄을 서고, 홈마가 바쁠 땐 파견 나와 대신 사진을 찍은 다음 그 홈의 로고를 박아 올린다.

그래서 그들이 얻는 이득은 비공식 행사 정보, 공항 일정, 남들이 못 보는 사진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것들이다. 셔틀이 찍덕으로서의 정체성과 인지도가 생기면 독립해서 홈을 차린다.

정보는 팬덤 내에서 권력이 된다. 보통은 공항에 지인이 있는 사람 혹은 기자와 안면을 터서 행사 정보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항에서 팬이 사진을 찍어서 기자한테 건네는 경우도 있어요. 대신 다음에 포토월 정보를 달라는 식으로. 그 대가로 메일링을 넘겨받기도 해요. 자기 이름 아니지만 언론사 가라(가짜) 명함 같은 건 기본적으로 다 가지고 있어요. 프레스 구역이 훨씬 ‘꿀’ 빠는 자리니까."

혹은 큰 언론사의 시민기자, 명예기자 제도를 악용해 명함을 파고 프레스 행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자리를 따기 위해 모든 팬덤이 경쟁하고 눈독을 들인다. 그래서 해외 팬들은 오히려 중국이나 제3국에서 정보를 사오기도 한다. 국내에선 문제가 돼서 못 빼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회로를 선택하는 거다.

조직화된 홈마들은 촬영도 인력풀을 만들어서 한다. 예를 들어 드림콘서트 맨 앞자리 표에 프리미엄이 붙어 30만원까지 뛰었다고 하자. 그걸 모두가 감당하기 어려우니 멤버 별 홈마들이 비용을 각출해서 한 명만 들여보낸다. 그렇게 한명이 찍은 사진을 나눠서 각 홈의 로고를 박아 올리기도 한다. 혹은 다른 그룹의 홈마들과 교류하면서 겹치는 행사에서 잘 나온 사진을 나누고 정보도 알려준다.

출처: 뉴스에이드
이렇게 치밀하게 찍어낸 포토북은 보통 1년 주기로 나온다. 페이지 수를 채울 만큼 사진을 모아야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보통은 생일 앞두고 서포트 명목으로 팔기 위해서다. 정말 많이 내는 경우는 분기별로 한 권 정도다. 판매 시즌이 되면 트위터를 통해 프리뷰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프리뷰가 막 진짜 엄청난 사진이 올라와요. ‘진짜 이거 안 풀면 개XX’다 소리가 나오는 그런 사진. 죽어도 안 풀죠. 당연히 포토북에만 들어가요. 포토북엔 희소성 있는 걸 넣어요. 일반 행사는 개나 소나 다 가니까 공항이나 못 찍게 하는 콘서트 위주로. 특히 공항은 사복이고 팬서비스도 받을 수 있으니까 많이들 선호해요."

이렇게 팔리는 포토북의 퀄리티는 어떨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팬심을 현혹할 만큼 매력적인 구성이다. 보통은 300P내외, 일반 사진집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는다. 선택된 사진들은 팬들이 좋아할만한 일명 십덕포인트를 기가 막히게 잡아낸 것들이다. 공식 굿즈엔 깔끔하게 웃는 사진만 들어간다면, 홈마들의 포토북엔 찡그린 표정, 보조개가 잘 보이는 옆모습, 비율이 아름답게 잡힌 뒷모습까지도 다 들어간다.

"제대로 찍힌 건 화보집 같기도 해요. 회사에서 정말 신경 써서 내주는 거랑 비교하긴 힘들지만 합리적인 가격대만 형성한다면 살 가치가 있어요. 근데 너무 뻥튀기 되어있죠. 달력을 2만원 씩 받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 홈마들 사이에서 포토북 가격이 암묵적으로 담합된 거죠. 누군가 한 명이 ‘원가만 받고 팔겠다’ 하면 거의 매장 당하고 왕따가 되는 분위기에요. 팬덤 깊숙이 들어온 사람은 이 분위기를 아니까 일부러라도 안사지만 그걸 모르고 라이트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그냥 좋아서 사는 거고요."

출처: 뉴스에이드
이런 분위기에 대해 정작 연예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홈마들을 반긴다. 일반 팬들보다 자주 보기 때문에 낯이 익고, 그들이 자신의 빛나는 전성기를 보다 찬란하게 박제시켜주는 무료 포토그래퍼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마다하랴.

"팬들 눈엔 다 보여요. 특별히 잘 따라다니는 홈마 같은 경우엔 애가 하루 종일 걔만 봐. 옆에 있는 다른 팬들은 ‘나도 홈을 팠어야 했나’ 하고 박탈감을 느껴요. 걔들은 포토북 팔아서 해외도 따라가지, 비즈니스 같이 타지, 선물하는 수준도 다르지, 그러니 애들이 좋아할 수밖에. 팬들조차 그런 애들을 신격화해요. ‘갓ㅇㅇ’라고 부르면서 떠받들고 그러죠."

D가 생각하는 해결책 중 하나는 연예인들이 고가의 서포트를 받지 않는 것. 어쨌든 서포트를 빌미로 비용 마련을 위해 포토북을 찍기 때문에 서포트 루트가 막힌다면 포토북 판매대금을 기부금이라고 할 명목도 사라지고, 판매 명분도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갔으면 좋겠지만 가능할까요? 일단 서포트 받는 걸 좋아하는 애들이 있어요. 걔들이 좋아하면 어떻게든 뒷구멍으로 받겠지. 회사에서 안 받으면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를 뚫을 거고, 오랜 팬들은 이미 가족들이랑도 커넥션이 있어요. 그럼 본가로 쏴버리면 되거든요."

또 다른 문제는 홈마들의 사진이 갖는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팬덤의 구성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에 현장 직찍을 막는다면 팬덤 자체가 동력을 잃는다. 홈마들이 하나의 성을 구축하듯 홈을 세우면 하나의 소팬덤이 생기는 셈인데, 홈이 문을 닫으면 가입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미 취향에 맞춰서 선택한 홈이기 때문에 옮기기엔 감흥이 떨어진다. 팬덤이 강력한 아이돌이야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이제 막 자리 잡는 중인 중·소형 아이돌에겐 타격이 있다.

"그럼 사진은 찍게 두고 포토북 출판만 막으면 안될까요?"

"포토북 출판을 막는 건 극단적이에요. 몇몇 팀은 영향이 클 거예요. 어떤 홈은 포토북 구매자 절반 이상이 일본 팬이라는 곳도 있어요. 외국 팬들은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홈에 기대는 게 더 크죠. 어떤 보이그룹은 이걸 통제했다가 완전 팬덤이 무너졌어요. 공항 못 찍게 하고 포토북 다 막고. 그래서 홈마들이 일일이 따라다니지 않으니까 일반 팬들은 접하는 통로가 줄어들고, 결국 다들 떠난 거죠."
출처: 뉴스에이드

#5. 1세대 홈마 "우리 땐 애들 가지고 돈을 번다는 건 상상도 한 적 없어요."


12일 오후 4시. 논현동 인근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F는 1세대 홈마스터다. 5년차 이상인 2세대 한류 걸그룹 G의 홈을 운영했었다.

F가 활동을 하던 시절의 팬덤 시장은 개인 홈이라는 개념도 생소했고, 어떻게 보면 홈마의 순기능이 컸던 시절이었다. F는 맹세코 굿즈를 팔아 수익을 남겨본 적이 없다고 했다. 포토북은 멤버들에게 선물용으로 소량만 제작했고 달력은 팔았지만 수익금은 전부 서포트에 사용하고 정산 내역까지 깔끔하게 공개했다고 자부했다. 요즘 홈마들의 생리에 대해 말해주니 “많이 변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희는 주유비도 사비로 계산하고 밥값도 쓴 적이 없어요. 심지어는 배송에 쓰는 박스 값까지 직접 냈죠. 혹시 입금 받은 금액 중에 남는 건 다음 서포트로 돌렸어요."

"그때는 포토북 파는 홈들이 없었어요?"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하진 않았어요. 그리고 우린 애들 가지고 장사는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옆에서는 뭘 팔아서 얼마를 버네, 그 돈으로 해외 콘서트를 따라 가네 해도 사비로 적자 메꾸고 거의 재능기부였죠. 오히려 쓴 돈이 더 많아요. 그 때 쓴 돈만 모았어도 지금 차가 한 대쯤 있을 거 같아요. 물론 포토북 파는 홈들은 자비로 충당이 되니까 그게 부럽기도 했어요. ‘내가 바보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그 시절 날 행복하게 해줬으니까 ‘내가 좀 비싼 취미생활 했구나’ 생각하는 거죠."

"포토북 파는 홈이 달갑게 보이진 않았겠네요."

"좋아하는 애들로 돈을 버는 걸 보면 ‘애정이 있는 걸까’ 싶어요. 물론 누가 시켜서 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한 고생을 스스로 보답 받겠다는 거잖아요. 굿즈 수익으로 장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돼요. 결국 그걸로 돈 벌려고 하는 거잖아요."
물론 선물 경쟁이 심해진 것도 팬들이 직접 돈을 벌기 위해 포토북을 찍어내기 시작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F는 어떤 팬덤의 화력은 그 아이돌 본인은 물론 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자존심이 됐다고 했다.

"조공(서포트) 경쟁도 너무 심했어요. 나중엔 정성이 아니라 돈X랄이 되는 거지. 물론 잘해주고 싶고 어디 가서 기죽지 않았으면 싶었어요. 빛났으면, 좋은 옷도 입고 예쁜 백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조공리스트가 아이돌 서열화를 만들고, 아이돌의 서열이 팬들 서열이 되는 분위기였으니까. 타팬덤 선물 리스트 보면 의식이 안 될 수 없어요. ‘우린 이정도 해’ 이런 느낌이요."

그래서 점점 더 비싸고 좋은,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 아이돌의 생일 선물로 들어가야 했고 홈마들은 팬들에게 더 많은 금액의 입금을 읍소하거나 굿즈로 수익을 남기기 시작했다.

출처: 뉴스에이드
F는 당시의 홈마들이 지금 같은 권력은 없었다고 했다. 물론 자주 보기 때문에 멤버들이 알아봐주고 더 가깝게 지낼 순 있었지만 홈마들 자체적으로 멤버와의 개인적인 교류를 금기시했다고. 일반 팬들과의 격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미리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웠던 셈이다.

"걔들도 자기들 옛날 영상 보고 싶으니까 홈으로 쪽지도 오고 그랬어요. 보내달라고 하기도 하고, 뭘 주면 받았다고 고맙단 인사도 하고, 물어보면 우리가 대답해주고 그 정도. 근데 그 마저도 홈마들끼리 의견이 갈려요. '따로 연락하면 안 된다' vs '물어보는 거 대답은 해줘야지' 이렇게. 어떤 멤버는 농담반 진담반 연락처 알려주겠다고 했었는데 모든 홈마들이 칼같이 거절했어요."

당시엔 홈마라는 팬 층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속사의 제지도 크지 않았다. F같은 홈마들이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상업적인 활동으로 번지지 않았던 덕도 있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촬영은 금지였지만. 그래서 F도 삭제 된 사진 복구하는 법을 잘 알았고, 카메라에 빠삭한 만큼 그 복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도 함께 귀띔했다.

"셔터를 찍을 때마다 사진에 넘버링이 되잖아요. 삭제하면 그 넘버링이 비어요. 그 상태에서 사진을 더 찍으면 그 번호가 덮이니까 복구가 안돼요. 그걸 아는 관계자들은 삭제하자마자 허공에 대고 셔터를 다다다닥 눌러요. 그럼 그 넘버는 깨져버리죠. 그러니까 다들 메모리카드를 여러 개 갖고 있다가 삭제 당하면 교체해서 이어 찍어요.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어떻게든 돈 들이면 복구가 될 수도 있겠죠."

멤버들도 즐겨 찾는 탑시드 홈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F는 결국 홈을 닫았다. 운영하면서 일반 팬들과의 교류에서 생기는 여러 스트레스가 극심했고, 견제와 시기 질투, 사소한 지적이나 비방, 음해가 도를 넘자 미련 없이 손을 놨다.

"애들은 홈 닫으면 가만 안두겠다고 농담처럼 협박을 했죠. 계속 '안 닫을 거죠?'하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안 해줬어요. 그냥 미안하다고 너무 바빠서 그랬다고 하고 다른 팬들 때문에 힘들어서였다고는 끝까지 말 안했어요. 그냥 애들 가끔 보면 괜히 미안해지고 그래요. 덕후의 원죄의식인가?"

※시리즈 이어보기※
‘팬심이 권력이 되다’ 팬덤 피라미드 정점, 홈마스터①
돈벌이·금전 사기·스토킹…뒤틀린 팬심의 결말은?③

출처: by.뉴스에이드
글|강효진 (뉴스에이드)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