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두 번 이상 우는 영화
지난 2013년 발생했던 '칠곡 아동학대 사건'을 기억하는가.
계모가 무자비한 학대로 8세 의붓딸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사망한 아이의 친언니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해 전국민적인 공분을 샀던 사건 말이다.
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 '어린 의뢰인'이 오는 5월 22일 개봉한다.
'어린 의뢰인'이 개봉에 앞서 29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언론 시사회를 가졌다.
개봉일보다 먼저 만나본 '어린 의뢰인', 과연 어땠을까.
'어린 의뢰인'의 예비 관람객들을 위해 관람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해봤다.
'어린 의뢰인'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과 함께 눈길을 끌었던 또 한 가지, 바로 이동휘의 연기 변신이다.
이동휘가 연기하는 정엽은 계모인 지숙(유선)의 강요로 동생 민준(이주원)을 살해했다고 거짓 진술을 하는 다빈(최명빈)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극의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눈물을 쏟게 된다는 점은 알아두시길.
다빈-민준 남매를 학대하는 지숙과 그를 방관하는 친부 종남(원현준)을 향한 분노에 찬 눈물 한 번.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아픔을 겪어야 하는 다빈-민준 남매에 대한 안쓰러움과 어른으로서의 미안함이 섞인 눈물 한 번.
최소 두 번 이상 눈물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극 초반 정엽은 로펌 회사의 면접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키티 제노비스 살인사건(지난 1964년 뉴욕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도에 의해 살해당했지만, 그것을 목격한 주변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신고를 하거나 도와주지 않았던 사건. 이후 '방관자 효과'의 개념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의 목격자들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다른 면접자들은 모두 "유죄"라고 답하지만, 정엽은 혼자 "법에 의하면 처벌할 수 없으니 무죄"라며 "법대로 하자"는 다소 매정한 모습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이후 다빈-민준 남매를 알게 되고, 경찰과 복지기관이 서로 사건을 떠밀고 피해 아동이 가해자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등 아동학대죄 처벌에 관한 현행법의 허점을 파악하면서 점차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정엽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묵직한 울림으로 전해진다. 또한 앞서 나왔던 "방관자는 유죄인가, 무죄인가"라는 질문은 극장을 나오면서도 한동안 머릿속에서 맴돌 것이다.
특히 최명빈은 쉽지 않았을 아동학대 피해자 역을 정말 잘 해냈다.
혹시 작품을 촬영하면서 아역 배우들에게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았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을 텐데.
'어린 의뢰인' 측이 "아역 배우들이 현실과 영화 속 캐릭터를 혼동해 발생할 수 있는 트라우마 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친밀감을 형성하고 스트레스 해소 이완법과 놀이를 진행했다"고 밝혔으니, 그런 걱정은 넣어두시길!
눈에 띄는 또 한 명의 배우, 바로 다빈-민준 남매 학대의 주범이자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지숙을 연기한 유선이다.
그간 주로 선한 역할을 맡아왔던 그가 보여주는 인면수심의 계모 연기에 여러 번 소름이 끼쳤다.
치밀하고 긴장감 넘치는 수사극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 있다.
애초에 '어린 의뢰인'은 수사극이 아닐 뿐더러, 이미 바탕이 된 실제 사건의 재판 결과까지 공개된 상태다. 이 말은 즉, 결말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어린 의뢰인'은 결말보다는 정엽이 다빈의 편에 서서 싸워나가는 과정과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없으면 심심해서 보지 못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어린 의뢰인'은 한 번쯤 보면 좋을 작품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