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VS 서현, 예스 아니면 노
비슷한 듯 공통점이 많지 않은 선후배, 서현과 수지가 나란히 솔로로 데뷔했다.
이미 정상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이름을 내건 ‘솔로 앨범’은 처음이란 점에서 본의 아니게 경쟁 구도가 됐다.
각자 다른 색깔을 지닌 두 솔로 가수 수지와 서현, 두 사람의 이모저모를 비교해봤다.
# 전작
먼저 컴백 직전작인 두 사람의 드라마를 살펴보자. 마침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수지는 ‘함부로 애틋하게’로, 서현은 ‘달의 연인 보보경심:려’로 연기활동을 펼쳤다.
시청률은 둘 다 10% 내외로 누구 하나 크게 쳐지지 않은 무승부. 물론 화제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두 작품 모두 2016년 기대작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없진 않다.
게다가 수지는 지난 해 백현과 함께 발매한 ‘드림(Dream)’으로 이미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경험이 있다. 서현은 솔로로서 경쟁을 펼쳐본 적은 없었던 상황이다.
# 콘셉트
첫 솔로인만큼 수지와 서현의 콘셉트는 각자의 개성에 집중했다.
‘건축학개론’의 주연에 함께 물망에 올랐듯 청순한 첫사랑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드러난 내면의 개성은 정 반대의 양상을 보여준다.
먼저 수지는 좀 더 차분하고 깊은 감성이다. 나른한 템포, 몽환적인 분위기라는 인상이 강하다.
어반 알앤비 장르의 발라드인 ‘행복한 척’을 선공개곡으로 내세워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서현은 기존에 보여준 똑 부러진 모범생 이미지에서 좀 더 화려하고 과감한 스타일링을 선택했다.
서현이 모두를 설득해서 선택한 타이틀곡 ‘돈 세이 노(Don’t Say No)’는 상당히 세련된 감각의 알앤비 팝 댄스곡인데, 통상적인 타이틀 느낌과는 다른 만큼 앨범에 대한 서현의 주도적인 자신감이 엿보이는 선곡이다.
# 라인업
수지와 서현 모두 첫 솔로 앨범인 만큼 대단한 제작진들이 포진해있다.
먼저 수지의 타이틀곡 ‘예스 노 메이비(Yes No Maybe)’에는 JYP 수장 박진영이 직접 나섰다.
수록곡에는 지소울, 윤상, 어반자카파 조현아, 에피톤 프로젝트 등이 합류했다고 알려져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서현의 곡은 대부분 유명 외국 작곡가들의 곡이다. 수지처럼 통일된 차분한 장르의 느낌 보다는 서현이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이미지를 모두 담아냈다.
SM의 히트 작곡가 켄지의 타이틀곡을 비롯해 작곡가명 Sophia Pae로 활동하는 배수정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물론 본인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는데, 수지는 2곡의 작사와 한 곡의 공동 작곡에 참여했다. 서현은 무려 6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타이틀곡을 제외한 모든 수록곡이다.
# 마케팅
홍보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두 사람 모두 티저부터 스케일이 거대했는데, 서현은 앨범 홍보의 정석을 따른 경우다. 발매 전 7곡의 수록곡에 맞는 고퀄리티 콘셉트 티저 이미지 공개로 시작했다.
컴백 전날 진행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는 3곡의 무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날 서현은 수록곡 전 곡을 직접 소개하면서 완성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발매일을 쪼개는 선공개나 더블타이틀 없이 한 곡의 타이틀곡과 뮤직비디오를 발매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수지는 같은 분위기, 같은 화면 속 얼굴의 각도가 다른 티저 여러 장을 통해 선공개곡 ‘행복한 척’의 가사 스포일러를 하면서 이 곡으로 시선 몰이를 했다.
타이틀곡 티저 역시 10초에서 7초가량의 짧은 영상에 담긴 수지의 모습이 전부였다.
파격적이었던 건 데뷔 이래 최초로 단독 리얼리티에 나섰다는 점이다. 톱스타가 된 수지의 사생활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모은 가운데, 선공개곡이 발매되면서 자연스레 조명을 받았다.
뮤직비디오 대신 라이브 영상 공개를 선택한 것도 독특했다.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을 과감하게 비췄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어모았다.
# 차트 성적
그래서인지 차트는 우선 수지의 승리였다. 선공개곡 ‘행복한 척’이 1위를 휩쓸었고, 완성도 높고 세련된 곡이지만 타이틀로서는 도전이었던 서현의 신곡은 20위권에 머물렀다.
다만 수지의 타이틀 발매가 남아있고, 두 사람의 퍼포먼스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 지가 남아있고, 발매 후 활동 일정도 꽉 차있기 때문에 변수는 적지 않다. 역주행도 심심치 않게 터지는 요즘은 길게 봐야 진짜 승패를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수지의 ‘Yes No Maybe’와 서현의 ‘Don’t Say No’는 둘 다 대답에 관한 제목이다.
이들의 솔로 데뷔를 지켜본 대중의 대답은 Yes일까 No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