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충격을 주는 영화 5
[소액결제의 확실한 행복]
사람마다 '인생 영화'의 기준이 조금씩 다를 거다.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작, 믿고 보는 감독의 작품, 탄탄한 스토리, 예술 그 자체인 영상미 등등.
하지만, 웃음이든 눈물이든 설렘이든 어떠한 감정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은 같을 터.
인생 영화의 기준이 '신선한 충격을 준 작품'인 사람이 추천하는 영화 5편이다.
'셔틀콕'
주연 : 이주승, 김태용, 공예지
한 줄 요약 : 셔틀콕 하나에도 인생의 진리가 담겨있다니
예쁜 색감의 포스터처럼 내용도 아름다울거라고 오해(?) 받는 영화, '셔틀콕'이다.
5천만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스토리와 영상미, 음악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열여덟 민재(이주승)와 그보다 더 어린 소년 은호(김태용)가 사라진 누나 은주(공예지)를 찾아 나서는 과정 속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첫 번째 충격 포인트는 영화 후반부 민재가 은주에게 내뱉는 애증 어린 대사.
두 번째 충격 포인트는 민재와 배드민턴을 칠 때 나온 은호의 이 대사다.
공이 이상해. 바람 불면 자기 맘대로 날아가고. 조금만 쳐도 털 다 빠지고. 혼자서도 연습 못하고.”
영화 제목이자 핵심 상징물로 등장하는 셔틀콕.
영화를 보자마자 셔틀콕이 나오는 이유와 저 대사의 의미를 알게 된다.
힌트를 살짝 주자면, 배드민턴은 혼자서는 못 한다는 것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
'파닥파닥'
주연 :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개그우먼 아니고 성우), 현경수, 이호산, 김은주
한 줄 요약 : 내 뱃속에 고이 잠든 연어와 친구들 정말 미안하다!!
다음 추천작은 애니메이션이다.
'셔틀콕'과 마찬가지로 포스터에 속지 마시라.
'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리며 영화를 재생하는 순간 입을 틀어막게 될 테니.
아, 두 영화 사이에 공통점은 있다. 물고기가 바다로의 탈출을 꿈꾼다는 거?
하지만 '니모를 찾아서'가 성장 스토리라면 '파닥파닥'은 그야말로 생존 게임이다.
횟집 수조에서 나가지 못하면 바로 날카로운 칼날에 듬성듬성 썰려 나가야 한다.
1분 전까지만 해도 같이 몸 부대끼던 동료가 온 몸에 초장을 묻힌 모습을 두 눈으로 봐야 한다.
이 영화, 생각보다 잔인하고, 생각보다 충격적이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잔인해서 재미있다는 말은 아니다.)
탈출기도 탈출기지만, 그 작고 좁은 수조에 인간 계급 사회를 반영한 점도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부작용(?)도 있다.
길가 횟집이 살짝 무서워지고 수조 안에 갇힌 물고기들이 안쓰러워질 거다.
당분간은 회가 먹기 싫어질 지도. 그동안 내 뱃속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연어, 광어 외 수많은 물고기들에게 미안해진다.
'케빈에 대하여'
주연 : 틸다 스윈튼, 에즈라 밀러, 존 C. 라일리
한 줄 요약 : '스카이캐슬' 곽미향이 이 영화를 봤다면 예빈이는 울지 않았어
에즈라 밀러의 팬이라면 필수 코스로 거쳐간다는 영화, '케빈에 대하여'다. (그만큼 에즈라 밀러가 매력적으로 등장한다.)
자유로운 여행가로 살던 에바(틸다 스윈튼)에게 아들 케빈(에즈라 밀러)이 생길 때부터 두 모자(母子) 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일과 양육을 한꺼번에 하며 지친 에바는 케빈이 우는 소리보다 공사장의 시끄러운 소리가 더 마음 편할 정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케빈은 에바에게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에바는 케빈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케빈의 적대감은 깊어져만 간다.
이 영화가 주는 충격은 마지막 엔딩 신부터 시작해서 러닝 타임이 끝난 후에 몰려온다.
"왜?" 한 마디를 진작 했더라면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파수꾼'
주연 :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조성하
한 줄 요약 : 외로움을 자존심으로 감추고 경계하는 파수꾼
지인들이 '이터널 선샤인', '비포 선라이즈' 등 제목만 들어도 예쁜 영화를 인생작으로 말할 때 '파수꾼'을 외치는 사람, 여기 있다.
앞으로 그 어떤 좋은 영화를 봐도 절대 바뀌지 않을 부동의 인생작 1위다.
외로움을 드러내는 것과 자존심을 지키는 것. 두 갈래 길을 왔다갔다 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다.
이제훈과 박정민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건 두 말 할 것도 없고,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외로움을 덜 느끼려면 자존심도 덜 내세워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파수꾼'이라는 제목, 이게 정말 다 했다. '파수꾼' 아닌 '파수꾼'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내용과 싱크로율 200%를 자랑하는 제목의 의미를 직접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주말의 달콤한 낮잠과 맞바꿀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트라이브'
주연 : 그레고리브 페센코, 야나 노비코바, 로사 바비브
한 줄 요약 : 때로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가장 격렬하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일단 정말 소리가 없다. 그 어떤 대사도, 자막도 없다.
왜냐고?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모두 농아다.
오직 수화로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신기하게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 파악이 가능하다.
그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게 된다.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착각도 든다.
농아 기숙 학교에 입학한 세르게이(그레고리브 페센코)는 일명 학교의 '짱'인 그룹에 입성한다.
이 그룹은 마약을 비롯한 온갖 범죄를 일삼는 농아들의 집단이고, 세르게이는 그 폭력적인 세계에 순응하고 적응한다.
하지만 안나(야나 노비코바)를 알게 되면서 사랑인지 집착인지, 혹은 질투인지 모를 감정에 휩싸이는데.
그 때부터 세르게이는 어두운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
솔직히, 보고 나면 기분이 썩 그렇게 좋은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암울해진달까.
하지만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꼭 보시라!
러닝 타임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멍하게 만드는 수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혹자는 표현 방식은 신선했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한다.
직접 '트라이브'를 본 후 어떤 의견에 더 가까운지 판단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