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은 가부장제 홍보대사인가

조회수 2018. 1. 31. 10: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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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이혜린

[소중한 9000원]


1000만 감독 연상호와 1000만 배우 류승룡의 만남. 


좀비에 이어 염력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누가 봐도 용산 참사를 떠올릴 철거민 문제를 버무린

한국형 히어로 무비의 탄생. 


어찌 안 볼 수가 있을까? 


기대를 한아름 품고

오랜만에 '소중한 9000원'을 재개하기로 했다. 


출처: 공식포스터
기대를 안할 수 없는 포스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긴 보되 아주 어마어마하게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전체적으로 고루 괜찮으나 

전체적으로 고루 모자라다. 


호평은 다른 매체에서 많이 다뤘으니

이번 코너에선 

어떤 면에서 이 영화가 '모자라'는지 살펴보겠다. 


(감독의 연출력, 배우의 연기력, 소재의 흡입력 모두 훌륭하다!!) 

출처: '염력' 스틸
기대감에 스크래치 내기 싫은 분은 '뒤로' 버튼 눌러주세요

'염력' 간단 소개 


감독 : 연상호 ('부산행' 천만!!!!!!!!) 


배우 : 류승룡 ('7번방의 선물' 천만!!!!!!!) 심은경, 박정민 등 


장르 : 무려 한국형 히어로물 + 코미디 


줄거리 : 평범한 경비원 석헌(류승룡 분)이 어느날 염력을 부리게 돼서, 오랜기간 생활고로 가까이 하지 못했던 딸(심은경 분)을 돕기 위해 상점 철거 프로젝트에 맞선다. 


개봉 : 오는 31일

예매 전 체크포인트 

1. 염력 표현은 어때? 


제목도 '염력'이니, 가장 중요한 건 염력을 얼마나 제대로 그려냈나겠다. 


이 부분은 안심하고 기대를 해도 좋다. 석헌의 의지에 따라 휙휙 날아다니는 물건들은 충분히 특이한 볼거리를 던져준다. 나중에는 본인도 막 날아다니는데, 지하철에서 매일 보는 평범한 아재 패션을 하고 막 날아다니니까 굉장히 인상적이긴 하다. 


출처: '염력' 스틸
이것이 아재 히어로!!

다만 '생각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염력을 정의했을 때, 이 영화 속 염력은 좀 의아하다. 물론 초짜라서 본인 몸을 같이 움직인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만, 영화 속 석헌이 구사하는 초능력은 염력보단 장풍에 가깝다. 자꾸 몸도 같이 움직인다 ㅋㅋ


뭐, 영화 속 주인공이 가만히 앉아서 생각만하고 있으면 블럭버스터가 안될테니 그럴테지만, 판타지 소설 덕후라면 영화를 보는 내내 '염력은 저런 게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도 계속 들 것이다. (내가 그랬다 ㅠㅠ)


혈혈단신 날아다니다보니 단체로 모여서 뉴욕 전체를 박살내는 할리우드 히어로들에 비하면 그 규모가 굉장히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첫걸음인 건 인정. 

출처: '염력' 스틸
손을 그렇게 안해도 되잖아요 ㅋㅋ

2. 철거민 문제는 어떻게 다뤘어?


이 부분, 굉장히 아쉽다.


연상호 감독이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개인적으로 매우 찬성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존 영화들과 비교를 해보자. '부산행'은 좀비라는 매우 오락적인 소재를 앞세웠지만 사실은 모든 가치 위에 돈이 군림하는 자본주의 생태를 꼬집는 영화였다. 관객들은 기차 안을 가득 메운 피투성이 좀비를 보고 기겁했지만, 그 좀비들은 '천박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괴물들이었단 점이 중요했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좀비를 피해 도망치고, 때려잡고, 공격 당하는 장면들이 풍부한 '상징'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가진 무기라는 게 고작 야구 방망이에 불과할 때 그 공포는 배가 된다. 우리도 그럴테니까. 


출처: '부산행' 스틸
가진 건 몸뚱아리뿐 ㅠㅠ

'괴물'도 그렇다. 독극물을 한강에 내려보내는 오프닝 하나로, 이 영화는 단순한 괴물 영화를 훅 벗어난다. 괴물에 잡혀간 딸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의 사투는 '힘 없는' 정부에 의해 볼모가 된 자녀를 구하기 위한 가족들의 투쟁으로 보편성을 획득한다.


이 가족들의 투쟁이 일반 사람들이 구사할 수 있는 수준 안에 머물러서, 그 투쟁이 어려우면 어려울 수록 공감은 배가 된다. 극중 송강호가 쓴 이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고위층 인사는 많지 않으니까.

출처: '괴물' 스틸
평범한 딸바보입니다 ㅠㅠ

'염력'은 약자인 철거민 편에 선 자가 오히려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이같은 보편성을 포기해버린다. 


(경찰이 물대포 쏘는데 염력 쓸 수 있는 사람 손!) 


영화는 이 착한 초능력과 '용역업체&대기업&경찰'의 대립으로 나아가는데, 그 과정에서 철거민들은 그저 배경을 채워주는 '소재'로 전락한다.


좀비는 진짜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는 소재로 전락해도 된다. 하지만 철거민들은 그렇게 소재로만 쓰여지면 안되지 않았을까. 소재가 아니라 주제가 됐어야 했지만, 영화는 이들을 히어로의 도움이 필요한 존재 그 이상으로 그려내진 못한다. 


물론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이건 사회재난물이 아니라 히어로물이라고. (석헌이 진짜 히어로인지는 이따 논하기로 하자)


테러를 다룬 히어로물도 테러 희생자들을 소재로 전락시킨 거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연한 시기에 우연한 장소에 가서 테러 대상이 되는 일반 시민들과 매우 정치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얽혀든 철거민들의 상황을 다루는 '결'은 달라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매우 매우 개인적인 생각이다. 


출처: '염력' 스틸
테러와는 다르니까...

3. 한국형 히어로는 맞아? 


한국 아저씨들이 많이 입는 '잠바'와 면바지 차림으로 날아다니면서 사람을 구한다는 측면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정체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굳이 필요했을까 싶은 부분을 넣은 게 있는데 그게 바로 부성애다. 


이 영화는 부녀지간의 화해를 다룬 가족 영화인가,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소시민 히어로의 얘기를 다룬 영웅 영화인가, '염력'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듯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도 저도 모자라게 됐다. 


출처: '염력' 스틸
무엇을 위한 염력인가

* 스포일러 주의 


'부산행'도 좀 찜찜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확실해졌다. 연상호 감독은 가부장제 홍보대사가 되려는 거 같다.


'부산행'은 이혼 위기에서 무신경했던 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아버지의 이야기에 임신한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더한 스토리로 요약할 수 있는데,


(반면 소희는 좋아하던 남자를 냅다 문다)  


'염력' 역시 생활고로 멀리 했던 딸을 위해 목숨 걸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한 마디로, 가장이 여자 구성원을 지키는 스토리다.


출처: '부산행' 스틸
내 딸은 내가 지킨다
출처: '부산행' 스틸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문제는 '염력'의 심은경은 아버지의 도움이 절실하지 않은 성인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딸을 '내팽개친' 기간도 15년으로 '부산행'의 공유보다 훨씬 더 악질(?)이다.


그럼에도 '염력'은 석헌이 부성애와 책임감을 뒤늦게 깨닫고 딸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힘을 실으면서 '가정의 화합'을 강조한다. 


보편적인 감정이니 쉽게 이입할 수 있겠다 싶겠지만 딸의 입장이 돼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연히 갖게 된 초능력 좀 써줬다고 '아버지' 노릇을 한 걸까?


그렇게 이 영화는 감정이 휘몰아쳐야 할 드라마를 놓치고 만다.

출처: '염력' 스틸
국밥 화해는 염력보다 더 판타지다

그럼 히어로로서라도 화끈했느냐.


히어로라는 말을 갖다붙이는 것도 애매하다.


우연히 힘을 갖게 되는 건 세계 히어로들의 공통점이라 하더라도, 석헌이 히어로로서 각성을 하는 순간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점은 영 아쉽다.


히어로까진 아니어도 소시민이 사회 부조리에 맞서게 된다는 뼈대로는 '택시운전사'와도 비교할 수 있는데, '염력'에는 그 장면이 빠진 거다.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눈물을 삼키며 택시 핸들을 꺾던 그 결정적인 순간 말이다.


석헌이 저렇게 바뀐 것은 오로지 딸을 위한 걸까, 사회에 대한 분노 때문일까. 물론 둘 다겠지만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생각해보자. '택시운전사'의 송강호가 광주로 다시 돌아간 게, 스스로의 각성 때문이 아니라 만약 단지 딸이 광주에 있어서, 였다면 이 영화는 얼마나 김이 빠질 것인가. 

출처: '택시운전사' 스틸
구분할 땐 구분해야

사회 풍자라도 신랄했다면 좋았을텐데 용역업체, 대기업 주역들 조차 입체적이지 않다. 


정유미의 캐스팅은 매우 신선했지만, 이 사회가 낳은 괴물로 보이진 않는다. 용역업체 사람들 역시 그냥 '웃긴' 사람들 이상의 역할을 하진 못한다. 


그래서 '우리 편'의 초능력이 발휘되는 순간이 그리 '판타스틱'하진 못한 것이다. 


그래도 염력씩이나 되는데, '베테랑'에서 유아인한테 한방 먹이던 황정민의 맨주먹 정도는 카타르시스를 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출처: '염력' 스틸
말투가 귀여운 못된 여자......

총평 


좋은 점 : 평범한 아저씨가 날아다니는 비주얼 

            지루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 전개 

            

나쁜 점 : 특별할만한 통찰이 없다 


별점 : ★★


      - 울면서 마스카라가 번질 위험 없고, 관람 후 사회문제로 격렬한 토론을 끌어낼 정도의 문제제기도 하지 않아서, 별로 안친한 사람과 함께 봐도 부담 없을 작품이다.  



출처: '염력' 스틸
그냥 심은경을 영웅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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