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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조회수 2017. 7. 30.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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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이혜린

[소중한 9000원] 


원래 여름 극장가는 공룡들의 싸움이지만 

이번 공룡들은 보통 크기가 아니다. 


공룡끼리의 싸움 만큼 재밌는 게 있을까 싶지만 

사실 더 재밌는 건 

난데 없이 복병이 나타나 판을 뒤집어엎어버리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예상 못했던 승부,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진리,

이 영화가 그 반전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 없지 않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바로 '청년 경찰'이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렇게 멋진 모습은 안나온다 ㅎㅎ

'청년 경찰' 간략 소개 


감독 : 김주환 (상업 영화는 처음이라고) 


주연 : 박서준, 강하늘 (흥행보증수표는 아니고) 


장르 : 코미디, 버디무비 (최근 인기 장르 아니고) 


줄거리 : 경찰대학교 학생 두 명이 여자친구를 만들러 나왔다가 여학생 납치 사건을 목격, 범인을 찾아 나선다. 


개봉 : 8월 9일 ('군함도'와 '택시운전사'가 펄펄 날고 있을텐데)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우리가 흥행에 성공하면 흥미진진하겠지?

예매 전 체크 포인트 세가지 


1. 웃겨? 얼마나 웃겨? 


웃기다. 하이개그는 아닌데, 웃음이 안터질 수는 없다. 몸이 먼저 나가는 박서준과 이론에 집착하는 강하늘의 캐릭터쇼가 기본인데, 여기에 학생이어서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어리바리함과 무모함이 합쳐져 정말 웃긴 '시추에이션'들을 자주 만들어낸다. 


어마어마한 비꼬기라던가, 재치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있는 건 아니다. 대사'빨'로 웃음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스물'을 연상케 하기도.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대로 웃기는 박서준과 강하늘.


'요즘 애들' 말투를 스크린에서 접하면 꽤나 어색할 때가 많은데 이 영화는 착착 감긴다. 대본에 빈칸이 많아서 배우들이 즉흥 호흡으로 만들어나간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 두 배우는 진짜 훌륭한 거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잘생겼는데 코미디도 잘함.

2. 박서준, 강하늘만으로 정말 괜찮아? 


둘 다 주연감이긴 하지만, 아직 믿고 9000원을 지불할 만큼 신뢰를 얻은 케이스는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 이후 위상이 아주 조금은 바뀌지 않을까 싶다. (강하늘은 군인으로 바뀌지만...)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믿고 보시라!

멜로 드라마 안에서 종종 '서브'에게 존재감이 밀리곤 했던 박서준은 올해 그가 나아갈 길을 제대로 찾은 느낌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정말 날아다닌다. 최근 종영작 KBS '쌈 마이웨이'에서처럼 무식하고 직선적인, 그러나 매력 터지는 캐릭터의 연장선상인데, 지루하거나 '또야?' 느낌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


보통 흰 피부에 서글서글한 눈매, 점잖아 보이는 인상까지 두루 갖춘 남자 배우는 소위 '완벽남' 캐릭터로 뜨게 마련인데, 박서준은 이 같은 조건을 다 갖추고도 어딘가 많이 모자란, 유쾌하지만 궁상맞은, 남성적이면서도 모성애를 자극하는, 현실밀착성 결핍형 역할에서 빛을 발하니 특이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출처: 뉴스에이드 DB
올해 대세는 나야 나!

강하늘도 '스물'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은데, 그 사이 훌쩍 성장했음을 입증해낸다. 어딘가 깐깐해보이고,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외모 때문일까? 소심한 모범생의 일탈을 그려내는 데에 그의 적수는 없어보인다. 


소심한 모범생 캐릭터만큼 일반 영화에서 전형적으로 그려지는 인물이 또 있을까 싶은데, 강하늘은 이를 또 살짝 살짝 비틀어내면서 '청년 경찰'이 아주 뻔하진 않은 영화로 나아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물이 제대로 오른 느낌이다. 

출처: '스물' 스틸
이랬는데 ㅎㅎ

3. 그래서, 어떻게 봤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는 있다"다. 그래서 다른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의외의 복병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아니, 꽤 높다. 


그런데 "재미가 있다"가 아니라, "재미는 있다"라는 점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언론 시사회 치고 웃음이 진짜 많이 터진 영화였는데, 모두가 웃을 때 '과연 지금 웃어도 되는 것인가'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예민해서, 일 수도 있으니 영화를 예민하게 들여다보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스킵해도 좋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제부터 예민할 예정.

경찰대생으로서 좌충우돌하던 도입부를 지나,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타이밍은 한 여성이 길을 가다가 몽둥이로 머리를 가격 당한 채 납치가 되면서다. 


누구보다 불만 많은 학생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박서준-강하늘에게 잔뜩 이입했다가, 이 타이밍 이후 그 이입 중 상당 부분은 납치 당한 여성에게 넘어간다. 밤거리를 그렇게 걸을 일이 굉장히 많으니까.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학교 안에 있을 때가 좋았지.

이때부터 우리 여성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공포영화 100편을 다 뭉친 것보다 더 무서운 전개로 나아간다. 여자는 곧 죽을 지도 모르는데 영화 장르는 여전히 코미디다!!


두 학생의 좌충우돌은 관객들을 웃기는 데에만 집중하고, 그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어서 상영관 내에선 웃음이 계속 터지는데 이 순간들이 너무 불편한 거다.


이 상황에서 코미디를 하면 어떡해!!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심각하잖아, 지금.

면죄부는 있다. 이들은 경찰대생이지만, 아직 경찰이 아니니 신고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일을 다 한 것일 수 있다. 다시 클럽으로 돌아가 밤새 놀았다 해도 문제 삼을 순 없다. 그러니 저렇게 코미디를 해대도, 어쨌든 범인을 찾고자 하니 고마워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씁쓸한 건 씁쓸한 것이다. 코미디는 반드시 가벼운 것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넘보지 말아야 할 소재가 있진 않을까? 그 목격자가 경찰대생이 아니라 하다못해 평범한 고등학생었다 하더라도, 강력 범죄에 엮였다면 적어도 스릴러의 외피를 써야 했던 게 아닐까. 


출처: '추격자' 스틸
'추격자'를 코미디로 만들면 안되잖아.

감독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무시무시한 범죄, 즉 강간 및 살인, 장기매매 등 보다는 '덜한' 범죄를 등장시킨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길 가는 여자를 몽둥이로 때려 차에 싣는 순간 이미 매우 심각한 범죄는 시작된 거다. 이후 펼쳐질 범죄의 질에는 경중의 차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두 경찰대생의 좌충우돌을 위해 강력범죄를 너무 '도구화'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기 어려운 지점이다. 두 주인공이 여자를 구해야 한다고 소리치면 소리칠 수록, '저건 누굴 위한 스토리 전개인가' 싶기도 하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파이팅 하는 건 좋은데..

그런데 보는 각도를 완전히 달리 하면 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 


이미 여러차례 기사화됐듯이 이 영화는 세월호 사건에 대한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볼 수 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 너무나 마비된 국가 시스템 안에서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고 발 동동 굴렀던 우리가 영화 속에서 어리바리한 경찰대생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경찰들이 왜 그렇게 여성 납치 사건에 무관심하고, 절차만 외쳐댔는지 다 이해가 된다. 


아무리 코미디지만 정부기관이 저 정도로 일을 안하는 게 말이 되느냐, 개연성에 0점을 줬다가 이 풀이를 접하고 점수를 철회했다. (적어도 한국에선 개연성 100점이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니들은 아직 학생이야! 가만히 있어."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가만히 안있을 거야."

그래도 소재와 톤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했어야 했다. 개그에는 성역이 없지만 그 자세는 신중해야 하는 거다.


만약 이 마비된 시스템 자체를 풍자하고 싶었다면 웃음을 끌어내는 상대가 이 어처구니 없는 시스템이어야 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시스템 자체는 그대로 두고, 어리바리한 학생들의 말장난과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끌어낸다. 


이 장난이 웃기면 웃길 수록, 지금 저게 과연 저런 식으로 웃길 상황인가 하는 생각이 짙어진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분노를 끌어올리고 싶었다면, 좀 더 날카롭게 비꼬아야했다. 장르 배합 비율에 문제가 있다.


강력 범죄 문제든, 국가 시스템 문제든, 이렇게 코미디의 배경으로만 활용하기엔 지금 바로 이 시간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심각한 문제다. 영화의 배경이나 소재가 아니라 주제가 돼야 했다.


재미를 넘어서 훌륭한 영화가 될 뻔했는데, 아쉽다. 

출처: 롯데엔터테인먼트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주관주의! 총평 


작성자 특징 : 

-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 

- 작지만 알찬 영화를 좋아함. 

- 예민하게 다뤄야 할 소재는 있다고 믿음. 


스토리 ★★☆☆☆ 

(웃기는 건 매우 성공, 메시지는 글쎄) 


연기 ★★★★★

(다시 봤다, 박서준!) 


웃음 ★★★★☆ 

(킬링 타임용으로는 추천) 


연출 ★★★☆☆ 

(액션도 대사만큼 재치 있었다면) 


총평 ★★☆☆☆ 

(웃음에도 때와 장소가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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