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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도 기겁했다는 공포영화 '유전' 관람 후기

조회수 2018. 6. 4. 14: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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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스에이드 강효진

직장인이란 때론 싫어하는 일도 거침없이 해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돈을 내고 무서운 영화를 보는 행위를 공감할 수 없는 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업무는 바로 공포영화 시사회 참석이다.


그런데 지난 주에 ‘유전’을 보라는 임무가 떨어졌다.

출처: 나
출처: 유전 공식 포스터
업무니까 그냥 받아들여...

이거 그거잖아.. 황석희 번역가도 너무 무서워서 결계 치고 봤다는 그거잖아..... 절대 혼자 보지 말라는 그거잖아....

출처: 황석희 번역가 페이스북
출처: 황석희 번역가 페이스북

제목만 보고 유전 시추 현장에서 벌어지는 서스펙트 스릴러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유전적 질병 혹은 저주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출처: 유전 공식 포스터

지난번에 ‘장산범’도 엄청 힘들게 봤는데... 현기증이 날 것 같지만 월급은 받아야겠으니 현대인답게 ‘넵넵’하고는 시사회장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출처: 유전 스틸
아줌마도 제가 안쓰러우시죠..?

도착해서 팸플릿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막막한 심정이었다. ‘욕 나오게 무섭다’, ‘무섭지 않은 장면이 단 1분도 없다’, ‘충격적으로 무섭다’고 적혀있음. 쫄보를 자극하는 강력한 문구에 가슴이 콩닥거렸다.

출처: 나
솔직히 조금 오버임.

앞에 있던 선배가 표를 받으며 홍보사 담당자에게 “영화 무서워요?”라고 묻는 걸 봤는데 그 분이 “네 엄청...”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홍보성 멘트였을까...☆

출처: 유전 스틸
"이 영화 진짜 무서워요..?"
"네.. 엄청.."

상영관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마치 롤러코스터 출발할 때와 같은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내심 궁금하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다. ‘얼마나 무섭기에?’ 싶은 거다.

입구에서는 홍보용 부채를 나눠주셨는데 “(무서울 때)얼굴 가리라고 주시는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웃기만 하고 아무 말이 없으셨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서 앉고 보니 자리는 쓸데없이 명당이었다. 꼭 이럴 때만 좋더라.

출처: 나

그리고 드디어 관람 시작.

사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공포도에 대한 기대감이 머리끝까지 차있는 상태에서 보는지라 중반까지는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섭지 않은 장면이 단 1분도 없다는 말은 오버인 듯’ 하면서 보게 됨.

비밀을 품은 할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스토리 전개가 시작되는데, 굉장히 차분한 속도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초반부터 무서운 게 ‘빵빵’ 터지길 기대한 관객이라면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을 정도다.

출처: 유전 스틸

‘이 영화 뭐가 그렇게 무섭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 쯤 큰 사건이 하나 생기면서 본격적인 공포 무드가 조성된다.

공포영화의 공포를 조장하는 여러 소재들로 귀신, 불길한 징조, 시체, 피, 벌레, 소리, 저주, 살인마, 악령 등등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이 영화의 공포는 내가 제일 ‘극혐’하는 시체 훼손 공포였다.

피가 튀기거나,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위협을 받거나, 갑자기 뭐가 튀어나와서 깜짝 놀라게 하는 심장 뛰는 공포는 아닌 대신, 쌓여가는 서사에 몰입하면서 ‘끔찍하고 역겹고 소름 끼친다’는 감정에 휩싸인다.

출처: 유전 스틸

이것은 바로 그라데이션 공포.

어떤 공포영화들이 쫓기는 것 같은 공포감을 주고 주인공을 급박한 상황에 몰아넣는 빠른 전개를 펼친다면, ‘유전’은 정반대의 느낌이다.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인물이 느끼는 충격적인 감정을 동공 변화까지 느껴질 정도로 밀도 높게 보여준다.

출처: 유전 스틸

오히려 휙 지나가버리는 공포가 아니라서 화면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공포스러움이 관객들에게 서서히 흡수되는 느낌이라 더 소름끼친다.

중‧후반부터는 ‘욕 나오게 무섭다’는 문구에 걸맞은 장면들이 속속 등장한다. 입구에서 나눠준 부채를 요긴하게 사용했다.

출처: 나

다만 부채에 그려져 있는 얼굴이 영화를 볼수록 점점 더 무서워진다는 점.

특히 마지막 10분 정도의 공포 농도가 절정인데, 이 때 정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게 된다.

출처: 유전 스틸

스크린을 부채로 가리다가 이 여자와 눈이 마주친 것이 제일 소름끼쳤던 순간.

출처: 유전 스틸

가까스로 엔딩을 보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추슬러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 영화는 무서운 영화가 아니다. 끔찍한 영화다.

이 영화는 15세가 관람하기엔 너무 잔혹하다. 19세는 돼야 한다.


그리고 이 부채는 사무실 가면 꼭 선배한테 선물로 드려야지.

출처: 나

엔딩이 주는 의미도 오묘했지만 곱씹을수록 소름끼치는 신들이 많았는데, 관람 후기를 써야 하니 쉽게 털어내지도 못하고 주말 내내 ‘유전’의 잔상이 불쑥 떠올라 힘겨운 시간이었다.

출처: 유전 스틸



오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이 작품,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주변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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