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HIE를 기억하다: 그가 만든 다섯 곡의 노래들

조회수 2021. 2. 1.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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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로 사망한 아티스트, SOPHIE

이미 쌓아둔 것이 많은 전설적인 아티스트를 떠나 보내는 것은 추억을 떠나 보내는 기분이지만, 아직 앞날이 창창한 젊은 아티스트를 떠나 보내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떠나 보내는 기분입니다. 최근 젊은 아티스트의 사망 소식이 또 있었네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SOPHIE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보름달을 보려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가 추락하여 허망하게 떠났다고 하는데요. 그의 나이 34세였습니다. 오늘은 한 명의 아티스트를 떠나 보내며, 그가 생전 발표한 다섯 곡의 음악들을 집중적으로 살펴 보려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OPHIE 'Bipp'

'Bipp'는 그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 피치포크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곡입니다. 왜곡된 소리들이 타이트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펼쳐지지만, 그러면서 "I can make you feel better"라는 가사처럼 기분이 업되는 무드가 특징적이지요. 뒤에 이어지는 "If you let me"라는 단서와는 다르게, 그의 노래는 우리 허락 없이도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습니다.


2013년, 피치포크에서는 이 곡을 "베스트 뉴 뮤직"으로 소개하며 통통 튀는 베이스라인과 유달리 생동감 있는 보컬을 극찬했습니다. 이는 SOPHIE가 음악적 인정을 받은 첫 번째 모먼트였습니다.


SOPHIE 'Lemonade'

'Bipp'가 음악 매체들의 관심을 끈 곡이라면, 'Lemonade'는 그에게 본격적인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킨 곡이었습니다. 2014년 발매 이후, 2015년 맥도날드가 실제 레모네이드 광고에 사용하면서 SOPHIE라는 이름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알려졌기 때문이지요. 2분이 채 안 되는 짤막한 곡이지만 뽀글거리는 탄산을 그대로 표현한 듯한 사운드, 그리고 후렴 부분의 청량한 매력은 가히 놀라운 수준입니다.


SOPHIE 'It’s Okay to Cry'

에너제틱했던 앞의 두 곡과는 다르게 모처럼 서정적인 일렉트로 팝 트랙입니다. 차분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인데요. 보컬의 비중도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SOPHIE는 여기서 특유의 중성적인 톤을 살린 목소리로 속삭이듯 노래를 부릅니다.


이 곡은 SOPHIE에게도 중요한 모멘트였습니다. 정체를 숨겨오던 그가 자기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 곡이기 때문입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며 트랜스젠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이전까지 "익명" 같은 존재이던 SOPHIE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죠.

이전까지 자기 자신을 드러내지 않다가 스스로를 꺼내 보이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울어도 괜찮아 / 그 모든 거짓 뒤에 있는 진실이 보여 (It's okay to cry / I can see the truth through all the lies)"라는 가사는 자신처럼 차별적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모두를 위한 응원가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 곡은 그의 데뷔 정규작 [Oil of Every Pearl's Un-Insides]의 첫 번째 트랙을 장식했으며, 이 앨범은 그 해의 그래미어워드 "베스트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Charli XCX 'Vroom Vroom'

SOPHIE의 음악적 지문은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물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리스트에서 'Bipp'와 'Lemonade'를 들었다면, 'Vroom Vroom'에 묻어난 SOPHIE의 영향력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SOPHIE는 Charli XCX의 음악 스타일을 한 발짝 다른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음악전문지 "스핀"에서는 이 곡을 "Charli XCX가 이제껏 들려준 어떤 곡과도 완전히 다른 곡", "불굴의 터보 팝"이라는 코멘트로 곡을 칭찬했습니다. 물론, 그 변화의 중심에는 SOPHIE가 있었습니다.


Vince Staples 'SAMO'

SOPHIE가 만든 사운드는 힙합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7년의 래퍼 Vince Staples가 발표한 [Big Fish Theory] 수록곡, 'SAMO'이지요. 여기서도 그는 특유의 왜곡되고 베베 꼬인 전자음들을 선보이며 타 아티스트의 앨범에서 자신의 지문을 분명하게 남겨두었습니다. 그의 음악적 역량이 일렉트로팝에만 머무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앨범은 2017년의 힙합계 명반 중 하나로 힙합 역사에서 굵직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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