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1이 우리에게 남긴 것

조회수 2016. 12. 16. 15: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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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의 <아이돌 공작소> 37화.

2NE1이 해체했다. 2016년 11월 25일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2016년 5월 2NE1의 전속 계약이 만료됐고, 공민지 양이 함께할 수 없게 된 상황 속에서 YG는 나머지 멤버들과 오랜 상의 끝에 2NE1의 공식 해체를 결정하게 됐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멤버 박봄의 마약류 밀수 사건 이후 2년, 2015년 MAMA 무대에 완전체로 선지 1년, 막내 공민지가 공식 탈퇴를 선언한 지 7개월 만의 발표였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소속사를 통해 꾸준히 흘러나온 컴백 소식과 멤버들의 굳은 의지만을 믿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온 팬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2NE1은 이제 없다. 우리는 더는 무대 위아래를 부서져라 휘어잡던 카리스마 4인조를 만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출처: 멜론뮤직

2NE1이 아이돌 신, 특히 걸그룹 신에 있어 얼마나 유니크한 존재였는지에 대해 더 말을 더할 필요가 있을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의탁하지 않고 날 건드리면 누구든 감당 못 한다 외치던, 내가 제일 잘 나간다는 자화자찬이 전혀 부끄럽지 않던, 그저 미치고 싶고 더 빨리 뛰고 싶고 크게 소리치고 싶던 네 명의 여자들. 그런 이들과 유사한 태도를 취한 그룹도, 2NE1을 워너비 삼은 후배도 많았지만, 2NE1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직 2NE1 하나뿐이었다.  

일반적인 걸 그룹이 꺼리는 장르나 이미지를 향한 두려움 없는 도전은 2NE1이 가진 최고의 강점이었다. 이들은 예쁘거나 청순하거나 귀여운 그 어느 카테고리도 속하지 않았다. 대신 이들이 택한 건 장르 음악의 강한 개성을 앞세운 곡들과 힘이 넘치는 이미지였다. 걸스/어번 힙합, 일렉트로니카, 레게 등 다채로운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던 이들의 지향은 단 하나, '멋'이었다. 멋이 흘러넘치는 걸 그룹의 새 지평을 연 이들의 팬층은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고 폭넓게 퍼져나갔고, 걸 그룹 팬은 남성, 보이 그룹 팬은 여성이라는 고정관념 역시 조금씩 깨져 나갔다.

물론 한계도 없진 않았다. 주체적이고 강한 여성상을 강조한 몇몇 곡을 제외하면 '신파'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노랫말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리얼리티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무대 위에선 센 언니, 무대 아래에서는 상여자' 같은 우리 사회가 강한 여성을 다루는 전형적인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멤버들의 탓은 아니었다. 변해가는 세상과 멤버들의 성장 속도를 제작진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해석이 옳다.

출처: 산다라박, 박봄 인스타그램
멤버 산다라와 박봄이 공식해체 발표 후 SNS 개인계정을 통해 밝힌 현재 심경.

일부 멤버 이탈과 미뤄지는 컴백, CL의 본격적인 미국활동 시작 등으로 '예견한 해체'였다는 목소리도 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NE1과의 갑작스런 이별은 괜스레 더 속이 쓰리다.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왔던 새 앨범 작업의 단초와 공식 해체 발표 후 멤버들이 SNS를 통해 공개한 심경 등을 모아보면 더욱 그렇다.

데뷔 후 7년간 꾸준히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활약을 펼쳐온 2NE1의 마지막이 이토록 허무하리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이 데뷔하던 2009년보다 몇 보는 더 후퇴한 듯 보이는 한 없이 '소녀'로 수렴하는 2016년 걸 그룹들의 면면을 보고 있자니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타고난 개성과 멋을 어필하는 것만으로 남녀노소 국경 없이 사랑받는 걸 그룹이 될 수 있다는 증거. 이제 다시 만날 수 없게 된 둘도 없던 걸 그룹 2NE1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업적이 아닐까.

출처: 투애니원 페이스북

※ 작가뮤직룸에서는 해당 회차에 선곡된 곡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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