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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일치시킨 세계의 타임라인

조회수 2016. 10. 31. 16: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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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하의 <아이돌 공작소> 35화.
김윤하의 <아이돌 공작소> 35화.

지금 케이팝을 이야기하며 방탄소년단을 언급하지 않는 건 무척이나 어색한 일이다. SM, YG, JYP 등 흔히들 이야기하는 3대 기획사 출신도 아니고, 그 흔한 해외 멤버도 하나 없는 이 그룹이 신작 [Wings]로 거둔 기록들은 실로 놀랍다.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싱글 차트 '핫 100'과 함께 빌보드 메인 차트의 양대 산맥이라 불리는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26위, 영국 'UK차트' 62위를 기록했다. 모두 가요계 사상 최고, 최초의 기록이었다.

 

앨범 차트 이외의 성과도 뛰어났다. 앨범과 함께 공개된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는 41시간 만에 조회 수 1천만을 넘겼다. 역시 케이팝 그룹으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미국 아이튠즈의 '톱 앨범차트' 최초 1위는 물론 브라질, 칠레, 터키, 아일랜드, 홍콩, 대만 등 27개국 차트 역시 휩쓸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SNS의 팔로워와 조회 수를 기반으로 순위를 측정하는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도 1위로 이름을 올렸고, 해외 인기의 결정적 교두보 역할을 했던 '쩔어'의 뮤직비디오 조회수마저 지난 10월 25일 공개 1년 4개월여 만에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 지금껏 '월드'라는 단어가 붙은 각종 차트로 눈 가린 숫자놀이를 하던 이들이 내민 성과와는 차원이 다른 성적이었다.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사이트

연일 전해지는 눈부신 성과들에 언론들은 분주해졌다. 왜 그리고 어째서 방탄소년단이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는 3대 기획사 출신도 아닌, 심지어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도 낯선 존재로 여겨지는 이들의 인기가 이렇게까지 뜨겁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렸었다.

 

이런 질문은 사실 시작부터 잘못 채워진 단추 같은 것이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 케이팝의 존재가 전 세계 서브컬쳐 신을 뒤흔든 지 4년. 케이팝을 아는 해외 팬들이 원한 건 자신들의 비위와 입맛에 맞춘 콘텐츠가 아닌 자신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좋은 콘텐츠를 찾아 나가는 여정이었다.

 

변방의 팝 음악에 대한 뜨거운 주목과 환호의 열풍이 지나간 바로 그 자리,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데뷔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앨범을 발표했고 그만큼 끝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힙합과 가요, 주류 팝 감성을 오묘하게 섞은 음악을 기본으로 케이팝 그룹들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인 격렬하고 절도 있는 무대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더해졌다. 유튜브, 블로그 등 자신들이 스스로 개설한 전용 채널을 통해 '방탄밤', '방탄가요', '달려라 방탄', '로그' 등의 다채로운 콘텐츠들이 꾸준히 쏟아졌다. 음악과 무대를 통해 방탄소년단을 알게 된 이들은 꾸밈없는 콘텐츠들을 통해 자연스레 이들에게 물들어 갔다. 케이팝 인기의 생리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윤택할 수 없는 팬 활동이었고, 이 세계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놀라울 수 없는 기쁨의 신대륙이었을 테다.

출처: 벅스뮤직

각종 수치도 수치지만, 방탄소년단이 세계를 무대 삼아 그려낸 성공의 타임라인이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과도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꽤 의미심장하다. '케이팝이 세계를 정복했다'는 매우 곤란한 이야기는 NRG나 베이비복스가 중국을 중심으로 인기 가도를 달리던 1990년대 후반에도, 보아가 일본 음악 신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던 2000년대 초중반에도 이미 공허하게 울려 퍼지던 구호였다.

 

2016년 우리가 이들을 통해 실제로 눈앞에 목도하고 있는 결과들은 케이팝이 이제 더는 국내와 국외 시장을 굳이 분리해 두고 볼 필요가 없다는 일종의 지표와도 같다. 오늘 자정 공개되는 누군가의 새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즐기는 건 단지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독특한 취향과 빠른 촉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이미 케이팝의 존재를 차고 넘치도록 인식하고 있다. 단지 다른 언어와 시차라는 약간의 장애물이 존재할 뿐,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고 마음에 둘 기회는 전 세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모두가 같은 선 앞에서 출발 신호탄을 올린다. 어쩌면 지금 바로 이곳이 진짜 ‘케이팝 붐’의 승부처일지도 모른다.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사이트

※ 작가뮤직룸에서는 해당 회차에 선곡된 곡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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