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작품으로 힙합을 가르칠 수 있을까?

조회수 2016. 11. 29. 17: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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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Q&A <힙합의 멋과 맛> 39화.

힙합 저널리스트로서 나는 여러 활동을 해오고 있다. 힙합을 중심으로, 힙합과 연결고리를 지닌 여러 분야를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나의 역할 중 하나다.

그중 하나로 나는 ‘포에틱 저스티스(Poetic Justice)’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 중이다. 김경주 시인, 엠씨 메타와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와 랩의 연결고리’를 모토로 한다.


억지로 연결고리를 만드는 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그 고리를, 한국에서 알리는 작업이다.


랩의 ‘라임’은 사실 랩의 전유물이 아니다. 힙합이 창조한 것도 아니다. 라임은 오래전부터 영미권의 문학(혹은 보다 넓은 범위의 구술 전통)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랩 역시 영미권에서 탄생한 음악이자 예술이기에 자연스레 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랩이 라임을 창조한 건 아니지만 랩은 현재를 통틀어 라임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 Wikipedia

시 역시 오래전부터 라임을 가지고 있었다. 영미권의 많은 시는 라임을 품고 있다. 시와 랩의 연결고리는 시와 랩을 ‘블라인드 테스트’ 해보면 알 수 있다.


가령,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의 시와 ‘갱스터 래퍼’ 아이스-티(Ice-T)의 랩 가사를 나란히 놓고 창작자의 이름은 가린다고 치자. 형식상으로 이 둘은 거의 완전히 같기 때문에 무엇이 시이고 무엇이 랩인지 구별이 불가능하다.

출처: Ice-T Twitter

랭스턴 휴즈의 시에는 아이스-티의 랩 가사처럼 완벽한 라임이 규칙적으로 자리 잡고 있고, 랭스턴 휴즈의 시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부르면 사실상 완벽한 랩이 된다. 놀랍지만 한편으로 당연한 사실이다.


더 나아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14행 서정시)로도 랩을 할 수 있다. 억지로 갖다 붙이려는 것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는 이미 형식상으로 완벽한 랩의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Wikipedia

또 영국의 한 인물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퍼포먼스 하기도 했는데, 나는 강의를 할 때 이 영상을 가끔 활용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 영상 속의 인물이 곧 한국에 온다. 나로서는 2016년을 통틀어 가장 놀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이 사람을 아는 사람은 과장 조금 보태서 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한국에 오다니. 하!

출처: Akala Facebook

그의 이름은 아칼라(Akala). 영국의 작가, 시인, 역사가,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아칼라는 자신을 ‘블랙 셰익스피어’라고 지칭한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10분 만에 즉흥적으로 27개의 셰익스피어 작품 타이틀을 랩으로 풀어내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앞서 말한 대로 TED 강연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비트에 맞춰 랩으로 퍼포먼스하기도 했다.

출처: hiphopshakespeare.com

그는 사회적 기업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아칼라는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를 통해 청소년들이 셰익스피어와 힙합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그들 삶의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며, 자기표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육/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힙합 셰익스피어 컴퍼니 역시 내가 강의를 할 때 자주 언급하는 사례였다.


출처: 주한영국문화원

아칼라는 이번 주 토요일 한국에서 공연을 펼친다. 평소 한국에서 힙합의 지평을 넓히고, 시와 랩의 연결고리를 말해온 나이기에 꼭 가볼 생각이다.


랩은 여성혐오만이 아니다. 랩은 건강하고 긍정적이며, 사회에 기여한다. 때로 삶을 구원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와 힙합이 어떤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한번 찾아가 봐도 좋겠다.

※ 작가뮤직룸에서는 해당 회차에 선곡된 곡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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