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래퍼들은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16. 11. 1. 13: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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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Q&A <힙합의 멋과 맛> 37화.
음악비평가 김봉현의
<힙합의 멋과 맛> 37화
출처: 다음영화

다큐멘터리 'Bad Rap'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Bad Rap'은 ‘제2회 서울 힙합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선정돼 상영 중이다. 매거진 'Complex', 'VIBE', 'Billboard', 'XXL' 등에서 기자로 활동한 한국계 미국인 재키 조(Jaeki Cho)와 'HiphopDX', 'TIME' 등에서 에디터 및 뉴스 프로듀서로 활동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살리마 코로마(Salima Koroma)는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아직 미국 힙합 씬에서는 아시아계 랩 스타가 나오지 않았을까?" 백인 래퍼들에게는 에미넴(Eminem)이 있고 라티노 힙합 씬에는 빅 펀(Big Pun)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아시아계 랩 스타를 꼽으라고 한다면? 말문이 막힌다.

출처: 다음영화

물론 성공은 실력순이 아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역시 ‘피부색’이 가장 문제일까. 재키 조와 살리마 코로마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이야말로 이 작품에서 얻으려고 했던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동시에 그들은 어쩌면 마케팅이 답일 수 있다고 말한다. 힙합은 공격적이고 반항적이며 자아가 강한 음악이라고 여겨지는데, 미국에서 아시아계 남자는 대체로 조용하고 꺼벙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이렇듯 역사적으로 '힙합의 틀에 맞지 않는 이들'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출처: 벅스뮤직

문득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시아계 랩 뮤지션으로서 첫 번째 빌보드 1위를 했던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성공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살리마 코로마는 그들의 성공에 피부색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파 이스트 무브먼트가 아시아계 멤버로 구성되어있는지조차 잘 모른다. 다시 말해 그들은 피부색과 상관없는 행보로 거대한 히트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성공은 사람들이 아시아계 아티스트의 음악을 피부색과 상관없이 단지 음악으로만 접할 때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증거일까.

출처: 다음영화

이쯤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아시아계 래퍼가 미국 힙합 씬에서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바람이나 소망 외에 그 어떤 대의나 당위가 궁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살리마 코로마는 이렇게 말한다.

아시아계라 할지라도 어쨌거나 그들은 미국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자신의 집에서 성공을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 그들 중 어떤 이들은 고향인 중국, 일본, 한국에 가본 적도 없다. 물론 자신의 뿌리에 대한 깊은 애착을 지니고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은 미국인이다. 그것이 이유다.
출처: 다음영화

바로 이 지점이 흥미롭다. 많은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bad rap="">에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애국’이나 ‘민족’이라는 단어와 연결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bad rap="">에 등장하는 아시아계 래퍼들은 엄밀히 말해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다. 또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해는 말자.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 작품을 더 정확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더 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bad></bad>

출처: 벅스뮤직

마침 파 이스트 무브먼트의 새 앨범이 얼마 전 발매됐다. 공교롭게도 앨범 타이틀이 [Identity]다.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의 목표는 동서양의 가교 역할을 함과 동시에 항상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던 그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Bad Rap'에 등장하는 네 명의 아시아계 래퍼 덤파운데드(Dumbfoundead), 아콰피나(Awkwafina), 렉스티지(Rekstizzy), 리릭스(Lyricks)는 과연 앞으로 어떠한 미래를 그려나가게 될까.

※ 작가뮤직룸에서는 해당 회차에 선곡된 곡들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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