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이제는 추억으로 남을 이름, Daft Punk 다시 듣기

조회수 2021. 2. 25. 18:28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해체를 결정한 일렉트로닉 듀오

지난 주, Daft Punk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의문스런 영상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Epilogue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2006년 Daft Punk가 각본을 쓴 영화 "Daft Punk's Electroma"의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인간이 될 수 없는 로봇들과 그들의 선택 "자폭". 그리고 공식화된 문구: "Daft Punk 1993 – 2021."


과거의 추억을 꺼내놓으며 듀오는 해체를 결정했습니다. 해체의 명확한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국내외 수많은 음악팬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만큼, 오늘은 Daft Punk의 주요 트랙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가보려 합니다.



'Around The World'

Daft Punk라는 이름이 일렉트로닉계의 공룡급 이미지가 되어버린 지금 시점에서, 이들의 초창기, 그러니까 정규 1집을 발표하기 이전까지 시간에는 이들이 지향하던 포지션이 록 밴드였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들의 진성 팬들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1997년의 1집 [Homework]는 완전한 일렉트로닉 영역으로 발을 옮긴 듀오의 방향성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이야 인간미가 느껴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로도 유명하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은 감상보다는 클럽의 댄스플로어를 위한 음악을 만들었었는데요. 중요한 것은, 1997년에 이런 세련된 미감을 가진 노래를 만들었다는 점일 겁니다. 중독적인 베이스와 보컬 루프에 몸을 맡기게 되지만, 2분 가량부터의 현란한 베이스 변주에서부터는 음악에 집중하느라 오히려 몸이 멈추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1집이 플로어를 위한 음악이었다면, 2집부터는 풍자까지 곁들이며 보다 다차원적인 음악으로 진일보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증거가 바로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입니다. 1930년대의 영화인 "모던 타임즈"의 BGM으로 써도 위화감이 없을 듯한 자조적인 노동요는 오히려 신나고 복잡한 곡의 구조와 얽히고설키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합니다.


이 곡은 본래 Edwin Birdsong의 1979년 곡인 'Cola Bottle Baby'를 샘플링한 곡입니다. 그리고 그 샘플링된 형태로 Kanye West의 'Stronger'에 다시 쓰이며 변형을 거듭했죠. 곡이 어떻게 진화해갔는지는 아래 링크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Something About Us'

"기계적인 사운드"로 통칭되는 일렉트로닉 장르로도 가장 인간적인 소리들을 만들 수 있을까요? Daft Punk는 가능하다고 대답합니다. 바로 'Something About Us'를 통해서 말이지요.


이 곡은 2집에서 "감성"을 담당하는 곡입니다. Daft Punk의 디스코그래피에서도 가장 감성적인 선율을 들려준 곡이기 때문에, 많은 팬들의 최애픽이기도 할 텐데요. 과거 싸이월드 시절을 겪은 유저 분들이라면, 당시 이 곡이 많은 사람들의 미니홈피 BGM으로 자주 선곡되었던 기억도 있을 겁니다. 이번 기회로 간만에 Daft Punk의 음악을, 그리고 그 시절을 추억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Technologic'

전작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잇는 듯한 'Technologic' 역시 상당한 화제를 모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자가 현장직을 위한 노동요라면, 후자는 사무직을 위한 노동요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가사가 모두 사무실에서 쓰는 컴퓨터의 명령어와 맞닿아있기 때문이지요. (write it/ get it/ paste it/ save it) 마찬가지로, 쏟아지는 수많은 명령어들과 대조되는 에너제틱한 진행으로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못지않은 듣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Technologic'은 2005년의 애플 아이팟 광고에 쓰이며 대중적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을 뿐 아니라, 래퍼 Busta Rhymes의 싱글 'Touch It'에도 샘플링으로 쓰이며 힙합 신에까지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Give Life Back To Music (Feat. Nile Rodgers)'

"음악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줘." 꼭 제목과 같이, Daft Punk의 2013년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또 다른 의미의 활력을 불어넣은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들의 마지막 정규작으로 남은 [Random Access Memories]가 과거의 디스코 레전드들을 현대로 소환하고, 과거지향의 사운드를 이질감 없이 들려주는 데 성공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아낸 앨범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 곡은 디스코/펑크(Funk) 시대의 레전드 그룹, CHIC의 Nile Rodgers와 함께 했습니다. 앨범의 맨 첫 곡으로 Daft Punk의 음악세계로 초대받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데요. 컴퓨터가 아닌 실제 연주를 통해 얻은 사운드 소스를 다수 활용해 없던 과거의 기억도 만들어내는 듯한 예스러움이 돋보입니다.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쉴 새 없이 찰캉대는 Nile Rodgers의 리듬기타, 그리고 곡마다의 포인트를 제대로 살리는 Pharrell Williams의 족집게 보컬이 만났습니다. 이는 과거의 전설과 현재를 써 내려가는 전설의 조우이기도 했지요. 곡은 앨범의 리드 싱글로 결정이 됐고, 제 56 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주요 부문인 "올해의 레코드 상"과 "베스트 팝 듀오 / 그룹 퍼포먼스 상"을 수상하며 그 음악적 완성도를 인정받았습니다. 


두 멤버가 이 글을 볼 리는 없겠지만,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만큼은 꼭 전해주고 싶네요. 글의 마무리는 'Get Lucky'의 가사를 빌어 마무리해 봅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우리는 우리 정체를 포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어 / 그러니 우리의 술상과 술잔을 별들을 향해 들자 (We've come too far To give up who we are / So let's raise the bar and our cups to the stars)"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