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Neil Peart 사망 1주기: 다시 꺼내 듣는 Rush의 음악들

조회수 2021. 1. 11. 15:0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캐나다가 자랑하는 밴드, Rush

2020년 1월 7일은 록 팬들에게, 특히 "누군가에게" 경도되어 한 번이라도 드럼스틱을 잡아본 이들에게 큰 슬픔으로 기억되는 날입니다. Rush의 드러머 Neil Peart가 뇌종양의 일종인 교모세포종으로 사망한 날이기 때문이지요. 

최근 그의 사망 1주기가 돌아왔습니다. 때문에 음악전문지 이곳 저곳에서도 관련 기사들이 실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Neil Peart의 사망 1주기를 맞아 Rush가 왜 이렇게 현지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주요 음악들과 그 스토리들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Rush의 이름만 알고 음악은 잘 몰랐던 음악 팬들이라면, 찬찬히 살펴보세요.


노동자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다 - 'Working Man'

1974년에 발표된 Rush의 1집 대표곡입니다. 다만 1집은 Neil Peart가 없던 시기이기 때문에, 연주 자체보다는 첫 앨범이라는 의의에 더 초점을 두고 들어보시는 쪽이 좋습니다. 스타일 자체로도 프로그레시브록보다는 초기의 Black Sabbath와 유사한 "리프 중심의 하드록"에 가깝죠.

이 곡에서 주목할 점은 의외로 "가사"입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9시에 출근을 하고, 일하는 시간만 있을 뿐 자기 삶을 사는 시간은 없는 현대의 노동자들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곡이 라디오로 송출되자 누가 내 얘기를 노래로 만들어놨냐고(…) 방송국으로 문의가 다수 들어왔었다고 하네요.


Neil Peart가 펼친 SF적인 상상력 - '2112'

Neil Peart가 합류한 이후, 2집과 3집을 지나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을 완전히 확립한 시기의 대표곡입니다. 곡의 길이만 무려 20분이 넘는 대곡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Rush의 올타임 레전드급 대표곡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Neil Peart가 합류한 이후, 2집과 3집을 지나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을 완전히 확립한 시기의 대표곡입니다. 곡의 길이만 무려 20분이 넘는 대곡임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Rush의 올타임 레전드급 대표곡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곡 길이로 짐작하시겠지만 진행 자체부터 이미 복잡다단, 변화무쌍합니다.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변박, 그를 자유롭게 타고 흐르는 기교파 연주로 이게 3인조가 연주한 곡이 맞나 싶은 사운드를 자랑하죠. 표기상 한 트랙이지만, 그 안은 총 일곱 곡의 세부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가사를 언급해야 합니다. 가사가 굉장히 SF적이고 미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곡의 노랫말은 미래전쟁으로 황폐화된 2112년의 이세계를 배경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시링스 사원(The temple of Syrinx)이라는 곳에는 사제들이 있는데, 그들은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자신들이 세운 세계가 완벽한 세계라고 사람들을 세뇌한다는 내용이지요. 후일 "매트릭스"를 만드는 워쇼스키 형제 (지금은 자매지만) 가 '2112'의 가사를 통해 영화의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이 곡은 1976년에 발표되었습니다.


SF적 상상력이 깃든 가사는 Neil Peart의 영향이었습니다. 그는 평소 독서가 취미였던 드러머였습니다. Rush의 음악이 스토리텔링이 강한 이유이겠지요. 물론 Neil Peart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거의 Nerd급 이미지로 음악에만 몰두했을 뿐, 록스타에게는 매우 흔한 술과 여자도 멀리할 정도로 금욕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몽골제국의 지나간 도시 - 'Xanadu'

'2112'가 상상의 미래세계를 다루었다면, 'Xanadu'는 흘러간 세계사를 담았습니다. 제목부터 몽골제국의 마지막 칸, 쿠빌라이 칸이 지었다는 수도 "Xanadu"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죠.


물론 재너두는 실체 없이 구전되고 있는 전설의 도시이지만,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그 부유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한 덕분에 서양인들에게는 "동양의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도시입니다. 초반의 동양적이고 신비로운 소리들이 바로 Rush가 이를 상상하며 쓴 결과물일 겁니다.


그런데 앨범커버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과는 딴판의 모습입니다. 도시는 폐허가 되어있고, 남아있는 사람도 상태가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죠. 옆에 떨어진 왕관을 보면 아무도 없는 폐허에 홀로 있는 왕을 표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낙원은 지나갔고, 이제는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세상에는 쿠빌라이 칸의 이름만 남은 것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커버아트가 아닐까요? 곡의 마지막 가사, "Is It Paradise?"라는 일갈이 이런 심증을 더욱 굳혀줍니다.


초보자 입문곡, 하지만 알고 보면… - 'The Spirit of Radio'

콘셉트도, 연주도 방대한 Rush의 음악이기 때문에, 이런 대곡들에 지레 겁먹는 리스너들을 위해 그들의 입문용으로 자주 추천되는 곡입니다. 주제도 비교적 가볍고, 구성 또한 여타 곡들에 비해서는 직관적이기 때문입니다. 5분 정도 밖에(?) 안 되는 곡이기도 하고요. Rush의 노래들 중 적게 듣고도 빠르게 익숙해질 수 있는, 흔치 않은 곡이랄까요?

곡을 직관적으로 해석하면 "라디오의 정신"인데요. 가사를 요약하면 "라디오가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우리는 그를 통해 활력을 얻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또한 자본주의의 산물에 불과하다"는(…) 지극히 시니컬한 Rush다운 곡입니다. 1970년대 후반, FM라디오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한탄을 담은 곡이라고 하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라디오를 비판한 이 곡은 Rush 최고의 대중 히트곡이 되면서 라디오를 지배하게 됩니다.



끝이 없는 음악적 영감 - 'YYZ'

'The Spirit of Radio'가 Rush의 초심자들을 위한 곡이라면, 'YYZ'는 Rush 음악의 진수를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일단 이 곡은 노래가 전혀 없는 100% 연주곡입니다. 밴드가 라이브마다 선보인 대표곡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중반부 약간 중동적인 멜로디로 진행되다가, 이내 웅장하게 바뀌는 기타와 신시사이저의 주고받기가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보컬이 없어도 전혀 지루하게 들리지가 않죠.

'YYZ'는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의 공항 코드라고 합니다. 또한 영문자 Y를 모르스 부호로 옮기면 "- . - -", Z를 모르스 부호로 옮기면 "- - . ."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러므로 YYZ를 이어보면 "- . - - - . - - - - . ."라는 기호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곡에서 처음 들리는 Neil Peart의 그 유명한 드럼라인이 바로 이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기호를 보면서 드럼라인을 따라가보세요. "이런 거에서도 음악적 영감을 찾을 수 있구나"하고 놀라게 될 겁니다. 그들의 세상은 온통 음악이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