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우리가 기억해야 할 노래 10곡

조회수 2018. 12. 21.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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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노래 10곡, '연말결산 믹스테잎'!
2주에 한 번, 규칙도 경계도 없는
'격주간 믹스테잎'이 찾아온다!
음악에 대한 글을 쓰면서 매 연말마다 '올해 최고의 앨범/노래'를 꼽았지만, 때로는 이 작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한다. 어차피 사람들마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음악이 제각각이라면, 어떤 음악에 '올해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건 온당한 일일까?
그렇지만 나의 귀와 마음을 움직였던 훌륭한 음악들을 다시 한번 듣고 있으면, 그러한 의문에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한 기분이 감돈다. 그런 음악들은 그 훌륭함에 관해 어떤 식으로든 쓰고, 이야기하고, '이 음악이 최고야!'라고 말하고 싶게 만드니까. 그것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그런 것조차 중요하지 않게 여겨질 정도로.

그래서 10개의 곡을 고르고, 썼다. 이 글이 당신이 몰랐던 좋은 음악을 접하게 만든다면, 또는 이미 좋아했던 음악을 새롭게 들리게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크나큰 기쁨일 것이다. 2018년의 마지막 믹스테잎, '연말 결산 믹스테잎'이다.

슬기, 청하, 신비, 소연 "Wow Thing"
출처: SM ENTERTAINMENT
“Wow Thing”은 마치 수사에 그치지 않는 ‘완벽함’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구현하려고 하는 듯하다. 보컬과 벌스-코러스, 랩, 브라스 샘플, 90년대 R&B의 여유로움, 정교하면서도 펑키한 비트 등의 모든 요소가, 자신의 자리를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동시에 단 하나의 쓸데없는 재료도 허용하지 않는다.

슬기, 청하, 신비의 보컬과 소연의 랩, 그리고 이 네 명의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역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각자의 매력을 온전히 뽐낸다. 2분 52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듣는 이를 몰입시키는 힘, 팝이 들려줄 수 있는 완벽한 순간이 여기에 있다.

세븐틴 "어쩌나"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초창기는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량한 보이밴드 팝, 중반기는 EDM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감성적인 노래. 세븐틴의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대략 이렇게 정리해 봤을 때, "어쩌나"는 두 시기의 좋은 부분만 뽑아내 합쳐낸 새로운 장처럼 느껴진다.

완급조절 능력은 한층 원숙해졌고, 좋은 멜로디와 사운드 조각을 창조해내는 역량은 여전히 훌륭하다. 지금 현재 가장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 그룹이 다시 한번 도약점을 맞았다.

선미 "Siren"
출처: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자신의 다양한 이미지와 그로부터 도망치려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Siren”의 뮤직비디오에서, 자아의 쪼개짐과 갈등을 다룬 듯한 가사에서, 그리고 차분함과 격정을 교차시키는 벌스와 코러스의 대조에서, 선미는 대중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을 조작한다.

그것이 ‘독립’이라는 일차원적 메타포로 나타났다면 그리 흥미롭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그는 자신을 향하는 스테레오 타입적 시선과 자신의 모습 자체를 병치시키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그것은 고혹적인 속삭임에서 강렬한 내지름까지 아우르는 보컬과 함께 팝 아티스트의 주체성에 대한 다층적인 의미를 촉발시킨다.

Red Velvet "Bad Boy"
출처: SM ENTERTAINMENT
K-Pop은 거의 언제나 ‘큰’ 음악이다. 안무는 화려하고, 구조는 드라마틱하며, 재료는 방대하다. “Bad Boy”는 그 흐름에 반해, 팝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으로도 곡이 얼마든지 매력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 손을 간단하게 아래로 떨구는 포인트 안무, 트랩의 그루브와 퓨처 베이스의 몽환을 황금비로 조합한 사운드, 도도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노랫말까지. 레드벨벳의 차가운 우아함은 K-Pop 미니멀리즘이 어떤 식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 설파하는 교과서와도 같다.

NCT 127 "TOUCH"
출처: SM ENTERTAINMENT
"TOUCH"의 힘은 중첩에 있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아우르는 보컬 멜로디, 뚜렷하면서도 비산하는 신시사이저 멜로디, 전형성을 탈피하면서도 확고하게 중심을 잡는 비트 등 모든 요소가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겹치고 쌓인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 모든 것들은 과잉으로 치닫는 대신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지키며 서로 간에 균형을 잡는다. 담대한 사운드와 구조를 자랑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해서 뻗어 나가는 것. 그것이 "TOUCH"가 전하는 행복함에 우리가 아무런 걱정 없이 빠져들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BLACKPINK "Forever Young"
출처: YG엔터테인먼트
'언제까지나 어린 채로'. 팝 음악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었던 이 주제는 그것이 가리키는 바와 달리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닳고 닳은 이 메시지를 진심인 것처럼 들리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그것을 부르는 뮤지션마저도 주체할 수 없는 듯한 에너지를 담는 것.

그것이 BLACKPINK가 "Forever Young"에서 해내는 일이다. 트로피컬 하우스풍의 전반부와 클럽풍 뭄바톤이라는 후반부의 과한 전환도, '후회 없는 젊음이 타오르게' 같은 낯간지러운 가사도,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랩을 하는 멤버들의 에너지 속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K-Pop 씬에서 이 정도로 '순수하게' 들리는 곡이 요 근래 과연 얼마나 있었는가?

키라라 "걱정"
출처: 포크라노스

피아노, 신시사이저, 드럼, 비트, 멜로디, 글리치, 샘플링, ‘어 / 안녕하세요 / 저기요 / 있잖아요 /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데 / 잘 지내요?’ 사운드의 조각들이 쌓이고, 펼쳐지고, 충돌하고, 날뛰고, 합쳐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우리가 한 번쯤은 타인에게 조심스럽게 품어 보았을 걱정이라는 감정을 형상화한다. 크고, 복잡하고,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알 수 없고, 타인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역시 알 수 없고, 이 모든 고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보낼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온기로서 존재하는 감정을. 키라라는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고 있다. 우리 역시, 이 곡을 들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될 것이다.


YESEO "Honey, Don't Kill My Vibe"

묵직한 비트와 함께 ‘Honey Don’t kill my vibe / My time is money money’라는 첫 소절이 흘러나오는 순간 YESEO가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었다는 것을 누구나 직감할 것이다. 가장 깃털 같았던 사운드를 들려주던 아티스트는 그와 가장 어울리지 않았을 법한 '스웩(swag)'을 자신의 소리에 통합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 건 YESEO가 지녔던 특유의 공기가 여전히 곡 속에 감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빠르지만 우아하게, 강렬하면서도 가볍게, 말로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음악 속에서 구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YESEO는 그것을 해낸다.


공중도둑 "쇠사슬"
출처: 포크라노스
잔물결이 들이칠 때, 혹은 낙엽이 떨어질 때, 아니면 눈송이 하나가 코를 스칠 때, 우리는 아주 작고 여린 움직임에서 이상할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움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그 아름다움은 너무나 빠르게 사라지지만, 공중도덕은 "쇠사슬"에서 그 자그마한 아름다움을 5분이란 시간 속에 붙잡아 두려고 한다. 유려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재잘대는 듯한 전자음, 아스라한 보컬 속에서 반짝이는 빛이 깜빡거린다. 이 역시 5분이 지나면 사라지고 말 것임에도, 우리는 이 곡을 계속해서 들으면서 그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장명선 "이다음에는"
출처: 필뮤직

하나. 둘. 셋. 넷. 잠에 빠져드는 시간.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시간. 그렇지만 동시에 잠에 빠져들 수 없는 시간. 생각이 발걸음을 옮기고, 작은 소리마저 커다랗게 들리고, 흘러가는 시간이 부유하며 자신을 짓누르는 감각.


장명선은 올해 한국 일렉트로닉 씬의 숨은 발견이다. 잔잔한 전자음과 깜빡거리는 글리치 이펙트가 조화롭게 섞인 데뷔 앨범 [이르고 무의미한 고백]을 마무리하는 "이다음에는"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겪어 봤을 어두운 밤의 시간을 특유의 사운드로 형상화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이 노래가 당신에게 기묘한 위안으로 다가오기를.


역시 연말 결산을 할 때 느끼는 것이지만, 아쉽게 꼽지 못한 음악에 대한 미련은 언제나 존재한다. 하지만 그 음악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이미 그 음악을 듣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몫으로 충분할 것이다. 다가오는 2019년에도, 좋은 음악들의 행진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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