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책임지는 K-Pop 캐럴 5

조회수 2020. 12. 11. 14:3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대중음악과 문화를 '다른 관점'으로 살펴보는 시간

다사다난했던 2020년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고, 그 말은 거리와 카페, 식당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에는 K-Pop 아티스트들이, 그리고 기획사들이 "스페셜"이나 "시즌", "홀리데이" 등의 수식어를 붙이고 내놓는 수많은 크리스마스 노래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 노래들을 12월 내내 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크리스마스 시즌 노래들은 전부 비슷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곡들은 분명히 당신의 귀를 사로잡을 것이다. 눈송이를 닮은 잔잔한 발라드에서 트리의 조명처럼 경쾌한 팝까지, 이 수많은 노래 중에서 주목할 만한 K-Pop 캐럴 다섯 가지를 골라 보았다.


글ㅣ정구원 (웹진웨이브 편집장)


# BoA '메리-크리 (Merry-Chri)'

앳된 느낌이 가득한 데뷔 초기의 'Marry Christmas'부터 편안한 세련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년의 'Starry Night'까지, BoA는 정말 많은 크리스마스 노래를 내놓았다. 모든 노래들이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플레이리스트에 많이 올리게 되는 건 '메리-크리 (Merry-Chri)'다(굳이 12월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BoA의 가창력과 허스키하면서도 필터가 입혀진 듯한 독특한 음색을 감성을 자극하는 형태로 만나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발라드 넘버라서가 아닐까. 크리스마스 종소리로 시작해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일렉트릭 기타까지 동원해 펼쳐지는 5분이 넘는 시간은 BoA의 목소리와 함께 물 흐르듯 흘러간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펼쳐진 저녁 거리에 잘 어울리는, 야심에 찬 아름다운 대곡.

# 태연 'This Christmas'

'메리-크리'가 크리스마스 시즌의 거리를 위한 발라드라면, 'This Christmas'는 트리 조명이 한 구석에서 은은히 빛나는 이브의 밤을 위한 발라드일 것이다. "태연"과 "크리스마스 발라드"라는,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이는 두 단어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의 맑은 목소리는 그의 다른 모든 트랙과 마찬가지로 'This Christmas'에서도 밝게 빛나면서 곡이 흘러나오는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에너지가 가득 실려 있는 그의 다른 대표곡들과는 다른 방향의, 간소한 편곡을 차분하게 채우는 매력을 지닌 노래.

# EXO '12월의 기적
(Miracles In December)'

C - E♭ - G - F. 첫 피아노 소절이 흘러나오자마자 마음이 사로잡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 멜로디가 곡 중반부에서 "시간을 멈춰"라는 EXO 멤버들의 목소리로 다시 등장할 때, 우리는 이것이 아주 잘 만들어진 발라드 트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SM 특유의 작곡과 콘셉트로 만들어진 강렬한 K-Pop 사운드가 많은 사람들이 EXO한테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겠지만, 나는 데뷔곡인 'What Is Love' 때부터 시작되어 'For Life', 'Sing For You', 'Universe' 등의 "겨울 스페셜" 트랙들이 EXO가 가진 힘을 가장 잘 드러내는 트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 시작점에 이들이 내놓은 첫 겨울 트랙, '12월의 기적 (Miracles In December)'이 있다.

# 스타쉽 플래닛 'LOVE IS YOU'

겨울의 적막함과 쓸쓸함, 그리고 그 속의 따뜻함을 담은 크리스마스 노래가 있는가 하면, 한 해의 마무리와 연말연시의 설렘을 담은 기분 좋은 업템포의 크리스마스 팝도 있는 법이다. 대부분의 기획사들이 소속 가수들과 함께 후자에 해당하는 노래를 매년 겨울 시즌마다 연례행사처럼 내놓았지만, 이 "기분 좋은" 느낌을 지속적으로 살려냈던 특집으로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연말마다 발표했던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STARSHIP PLANET"를 꼽고 싶다. 어떤 노래를 골라도 달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케이윌과 씨스타, 정기고 등의 강점인 "설레는 후렴구를 담은 싱그러운 팝"을 가장 깔끔하게 살려낸 2014년의 'LOVE IS YOU'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이달의 소녀 'The Carol'

'The Carol'의 공식은 Mariah Carey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잔잔한 인트로로 시작해 업템포로 치고 나가는 구조, 크리스마스스러운 멜로디와 슬레이벨 소리 같은 익숙한 사운드, 사랑과 소망의 설렘을 담은 가사 등 'The Carol'은 이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트랙의 많은 부분을 참고한다. 하지만 희진, 현진과 하슬, 혹은 비비, 최리와 이브가 "It's you ooh ooh ooh ooh ooh baby / 꿈꿔왔던 작은 소원"이라고 목소리를 합치는 경쾌한 순간을 듣고 있으면, 크리스마스 노래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그저 이 변주 역시 너무나도 즐겁다는 생각이 먼저 솟아오르게 된다. 아마도 K-Pop 트랙으로 캐럴 플레이리스트를 짜게 된다면 이 곡을 가장 먼저 틀게 되지 않을까.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